“협회가 주도하니 동참하긴 하는데”… 특색 없는 디딤펀드 내달 25일 출시

전준범 기자 2024. 8. 14. 07:3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금융투자협회 주도로 자산운용사들이 준비해온 '디딤펀드'가 내달 25일 출시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퇴직연금 상품인 디딤펀드는 기존 실적 배당형보다 안정적이면서 원금 보장형보다는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자산배분 펀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금투협 주도로 추진되는 정책 상품이다 보니 참여하지 않을 수 없었지만, 수요가 있을지는 솔직히 반신반의하는 상태"라며 "기존 자사 퇴직연금 상품과 정책 상품을 경쟁시켜야 하는데, (디딤펀드에) 공을 들일 사업자가 얼마나 될지도 미지수"라고 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실적 배당형보다는 안정적이면서도
원금 보장형보다는 높은 수익률 추구
“수요 있다” 금투협회장 의욕적 추진
업계는 “기존 상품으로 충분” 회의적

금융투자협회 주도로 자산운용사들이 준비해온 ‘디딤펀드’가 내달 25일 출시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퇴직연금 상품인 디딤펀드는 기존 실적 배당형보다 안정적이면서 원금 보장형보다는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자산배분 펀드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장 출신인 서유석 금투협회장이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역점 사업이기도 하다.

문제는 상품을 준비 중인 자산운용업계조차 디딤펀드의 흥행 가능성을 낮게 점친다는 점이다. 설명은 그럴듯하지만 기존 퇴직연금 상품과 크게 다른 점이 없다 보니 사업자들은 디딤펀드의 시장성에 의구심을 드러낸다. 서 회장이 임기 동안 업적을 남기고자 회원사에 무리한 요구를 한다는 뒷말도 나온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이 7월 3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과 증권사 CEO 간담회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 뉴스1

◇ 25개 디딤펀드 상품 출격 대기 중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다음 달 25일 25개 자산운용사가 각 사당 하나씩 총 25개 디딤펀드를 출시한다. 원래 27개 운용사가 이 사업에 참여했는데, 최근 세 곳이 빠지고 한 곳이 합류하면서 25개 사업자로 조정됐다. 14개 증권사가 온라인을 통해 판매한다. 은행은 참여하지 않는다.

디딤펀드는 주식 편입 비율을 50% 미만으로 제한하고 5% 안팎의 시장 중립적 성과를 추구하는 퇴직연금 상품이다. 은퇴 시점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주는 TDF(Target Date Fund)가 장악하다시피 한 국내 퇴직연금 시장에 보다 안정적인 성격의 ‘메기’ 상품이 필요하다는 서유석 회장 뜻에 따라 등장했다. ‘디딤’이라는 브랜드 이름도 서 회장이 직접 지은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우리나라 퇴직연금 시장은 대부분 가입자가 원금 보장형 상품에 몰린 상태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정부는 작년 7월 확정기여(DC)형·개인형 퇴직연금(IRP) 가입자가 적립금 운용 방법을 지시하지 않으면 퇴직연금 사업자가 사전에 약속한 방식대로 자동 운용하는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를 도입했다. 그러나 디폴트옵션 가입자 10명 중 9명도 은행 예금과 같은 원금 보장 상품을 선택했다.

디딤펀드는 원금 보장형 퇴직연금 가입자를 끌어오는 걸 목표로 한다. 국민연금처럼 주식·채권·대체자산 등에 분산 투자해 예금만큼 안정적이면서도 예금보다는 높은 수익률을 보장한다. 금투협 관계자는 “노후자금을 반드시 지키려는 보수적 성향의 가입자 중 은행 금리 이상의 수익률을 희망하는 수요가 제법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일러스트=챗GPT 달리3

◇ “업적 위해 수요 없는 공급” 지적

다만 디딤펀드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는 다소 비관적인 전망이 많다. 퇴직연금 가입자의 나이나 투자 성향에 맞춰 위험도를 조정해주는 상품이 이미 시장에 널렸다는 이유에서다. 대다수 운용사가 주력하는 TDF 역시 그런 상품이다. 이렇다 보니 디딤펀드를 준비하는 자산운용사들은 사업성에 의구심을 드러낸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금투협 주도로 추진되는 정책 상품이다 보니 참여하지 않을 수 없었지만, 수요가 있을지는 솔직히 반신반의하는 상태”라며 “기존 자사 퇴직연금 상품과 정책 상품을 경쟁시켜야 하는데, (디딤펀드에) 공을 들일 사업자가 얼마나 될지도 미지수”라고 했다.

일각에선 서유석 회장이 임기 동안 업적을 만들고자 수요 없는 공급에 집착한다고 비판한다. 2023년 1월 금투협회장에 당선된 서 회장 임기는 2025년 말까지다. 서 회장은 공모펀드를 상장지수펀드(ETF)처럼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작업도 추진 중이다. 명분은 공모펀드 부활인데, 이 역시 외부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한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서 회장이 밀어붙이는 사업 모두 뜻은 좋은데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원사들 우려가 크다”며 “(서 회장) 임기가 끝나고 나서도 해당 사업들이 지속 가능할지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