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버넌스워치] SM그룹 맏딸 우연아 삼환기업 1대주주 된 묘수
우오현, 2014년 세 딸 앞세워 SM생명과학 인수
우방건설산업 등 지원 한 몫…삼환기업과 합병
장녀 33% 주식가치 33억→530억…16배로 껑충
2014년 7월, SM그룹은 동양생명과학을 인수했다. 옛 동양그룹이 유동성 위기로 공중분해될 당시 법정관리 절차를 밟고 있던 동양네트웍스의 자회사다. 계열 편입과 함께 SM생명과학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우오현(71) SM 창업주가 장남의 가업세습을 위해 사실상 지분승계의 징검다리로 썼던 ‘㈜라도(RADO)’가 만들어진지 한 달 뒤다. ‘㈜라도’는 1남4녀 중 외아들인 둘째부인 슬하의 우기원(32) SM하이플러스 대표가 유일 주주로 있던 회사다.
한데, SM생명과학 인수합병(M&A)을 계기로 우 회장과 본처 사이의 세 딸 또한 SM생명과학의 주인이 됐다. 그 중 맏딸은 1대주주로 올라섰다. 3년 뒤인 2017년에 가서는 차녀와 3녀가 저마다 개인회사 태초이앤씨(E&C), 신화디앤디(D&D)를 차렸다.
‘[거버넌스워치] SM ①편’에서 우 창업주가 비록 장남을 일찌감치 후계자로 낙점했지만 딸들 몫 역시 빼놓지 않았다는 것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를 챙기는 데 있어서도 값싸게 장남 회사를 키웠던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맏딸의 33억원어치 주식이 530억원으로 불어난 이유다.
우연아 등 세 자매 SM생명과학 77억 출자
우 창업주의 장녀 우연아(47)씨는 현재 SM그룹 계열 채소, 화훼작물, 종묘 재배업체 삼라농원의 대표이자 지분 19% 4대주주다. 반면 기업볼륨(자산 152억 vs 2810억원․2023년 말 별도) 등을 놓고 볼 때, 건설사 삼환기업 1대주주로서의 존재감에 비할 바 못된다.
SM생명과학 M&A에서 시작됐다. 우 회장이 직접 참여했다. 하지만 인수 주체로 전면에 내세운 이들이 첫째부인 심동임씨의 친자녀인 세 딸 우연아 대표, 우지영(46) 태초E&C 대표, 우명아(43) 신화D&D 대표다.
먼저 최대주주 동양네트웍스 소유의 지분 90%를 사들였다. 다만 여기에는 돈이 거의 들지 않았다. 8400만원(주당 156원·액면가 5000원)이 전부다. 부실 자체였던 탓이다.
화장품 제조 및 강원도 옥계면 금진리의 온천휴양지 개발사업을 하던 업체다. 2013년 매출 31억원에 적자누적으로 2014년 6월 말 자산(41억원)보다 부채(150억원)가 110억원 많은 완전자본잠식에 빠져 있었다.
이런 이유로 우 회장과 세 자매는 당시 유상증자를 통해 100억원을 추가로 수혈했다. 장녀가 가장 많이 댔다. 33억원가량을 출자했다. 지분 32.56%를 확보하며 1대주주로 올라섰다. 이외 우 회장과 차녀, 3녀가 각각 22억원을 집어넣어 21.71% 공동 2대주주에 위치했다.
맏딸이 SM생명과학 계열 편입 직후부터 대표를 맡아 직접 경영을 챙겼던 것도 이런 연유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두 여동생도 차례차례 비상무이사와 감사로 합류하며 발을 들였다.
장남 옛 개인회사 ㈜라도와 높은 싱크로율
SM생명과학이 180도 달라졌다. 비결은 딴 게 아니다. SM생명과학 또한 SM에 인수되자마자 아파트 사업에 뛰어들었다. 경기도 광주시 양벌리에 위치한 현 ‘광주역 우방아이유쉘’의 시행을 맡았던 게 SM생명과학이다. 이를 위해 2014년 말 토지 5만5955㎡(약 1만6926평)를 296억원에 매입했다.
자금은 문제될 게 없었다. 시공을 맡았던 ㈜우방건설산업(2017년 12월 SM상선 흡수합병·현 SM상선 건설부문)이 돈줄 역할을 했다. 2015년 말 빌린 자금이 159억원이나 됐다는 게 증거다. 이에 더해 SM하이플러스 188억원 등 계열사 차입금이 347억원에 달했다.
SM생명과학은 2015년부터 분양수입을 올리며 2016~2018년 적게는 661억원, 많게는 943억원의 매출(별도기준)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2015년 흑자 전환 뒤 4년간 총 186억원을 벌어들였다. 2017년 결손금을 해소하고도 이익잉여금이 272억원 남았을 정도로 단기간에 알짜 회사로 변신했다.
한데, 우 회장은 한 발 더 나아갔다. 2018년 5월 SM그룹이 법정관리 중인 시공능력 49위(2017년) 중견건설사 삼환기업을 인수했을 때다. 주택사업에 치중해왔던 SM이 토목부문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당시 삼환기업은 2017년 매출(연결기준) 2660억원에 2009년 이후 한 해 많게는 2930억원 연속 순익적자를 내며 결손금이 1870억원에 달했다. 자산(연결기준 3600억원) 보다 부채(4760억원)가 1160억원 많은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다.
우 회장은 삼환기업 인수에 세 자매가 대주주로 있는 SM생명과학을 단독으로 내세웠다. SM생명과학은 315억원을 출자, 지분 100%를 소유했다. 이와 별도로 회사채 315억원도 인수했다.
삼환기업 180도 변신…세 자매 주식가치도 ‘Up’
이런 맥락에서 보면, 비슷한 시기 우 회장의 장남 회사 ㈜라도가 ㈜우방건설산업의 자금지원 등을 업고 충남 천안시 서북구 성정동의 ‘천안역 우방아이유쉘’ 시행사업과 2016년 11월 동아건설산업 출자로 기업가치를 한껏 불린 것과 높은 싱크로율을 보여준다.
차이점이 있다면 우 회장이 2021년 7월 ㈜라도를 지주사격 삼라마이다스에 합병시켜 장남을 자신(74.01%)에 이어 삼라마이다스 2대주주(25.99%)로 올려놓았다면 SM생명과학은 후계구도와는 무관하게 딸들, 그 중에서도 장녀의 독자 경영기반을 마련해 주기 위한 용도였다고 볼 수 있다.
우 회장은 2019년 말에 가서는 삼환기업과 SM생명과학을 통합했다. 100% 자회사가 모회사를 흡수하는 역합병이었던 까닭에 우연아 대표(32.56%)를 비롯해 세 자매의 75.98% 대주주 입지도 어디 가지 않았다.
장녀와 3녀는 삼환기업 이사회 자리도 차지했다. 작년 2월 선임된 전문경영인 유창훈(52) 대표 외에 현재 이사회 멤버가 두 자매뿐인 이유다. 또한 2020년 1월 이래 감사직은 차녀가 맡고 있다.
삼환기업은 SM생명과학 합병 이후 2020~2023년 매출 1890억~3100억원에 순익은 2022년(-95억원)을 제외하고 97억~160억원 흑자를 냈다. 총자산 2920억원에 잉여금이 838억원 쌓여있다.
결과적으로 10년 전(前) 우 회장이 SM생명과학을 기반으로 삼환기업을 세 자매 몫으로 떼 준 일련의 작업은 기대대로 맞아떨어졌다. 현재 삼환기업은 주당가치가 2만5811원(6월 기준)이다. 장녀의 주식은 530억원으로 뛰었다. 차녀와 3녀 또한 각각 353억원으로 불어났다. 세 자매 합계 1240억원이다. (▶ [거버넌스워치] SM ⑦편으로 계속)
신성우 (swshi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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