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무슨 배터리를 넣었는지 알고 있다 [biz-플러스]
출력·주행거리 등 성능 좌우하지만
안전성·기술력 없는 제품 탑재하면
전기차 화재 등 대형 사고로 이어져
전기차 선택에 배터리 영향력 확대
인천 청라의 아파트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배터리는 전기차 제조 원가의 30~40%를 차지한다. 출력과 주행거리 등 차량의 성능을 결정 짓는 핵심부품이다. 어느 회사의 배터리셀을 탑재했느냐가 완성차 브랜드의 인지도 못지 않게 중요한 이유다. 화재가 난 벤츠의 럭셔리 전기차 세단인 EQE 350+에 세계 10위권 배터리 회사인 중국의 파라시스 제품이 탑재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배터리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는 모양새다.
국내에 출시된 전기차들엔 어떤 배터리 회사 제품들이 탑재돼 있을까. 서울경제신문이 14일 배터리 제조사를 공식 발표한 국내외 완성차 브랜드 9곳의 국내 출시전기차(61종)를 전수조사한 결과 LG에너지솔루션(373220)이 가장 많은 6곳에 배터리를 납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NCM(니켈·코발트·망간) 기반의 삼원계 파우치형 배터리 강자인 LG엔솔은 국산차 브랜드 중에는 현대차(005380)와 기아(000270)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현대차에는 아이오닉6, 캐스퍼 일렉트릭, 코나 일렉트릭에 LG엔솔의 NCM 배터리가 탑재된다. 기아에서는 전기차 대중화를 이끌 차종으로 꼽히는 EV3와 쏘울(SK3)에 LG엔솔 배터리가 들어간다.
LG엔솔은 고객사로 확보한 수입 전기차 브랜드도 다양한 것으로 나타났다. 메르세데스벤츠(EQC 400 4MATIC)를 비롯해 볼보(XC40·C40리차지), 폴스타(폴스타2), GM(캐딜락 리릭) 등에도 배터리를 납품하고 있다.
세계 1위 배터리 회사인 중국의 CATL도 한국 전기차 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CATL은 현대차의 코나EV와 기아의 레이EV·니로EV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으며 메르세데스벤츠(EQE·EQS·마이바흐EQS)와 BMW(iX1·iX3)도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다. CATL은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벤츠 전기차(EQE 350+)에 세계 10위권 업체인 파라시스의 배터리가 탑재됐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뒤 오히려 몸값이 오르고 있다. 중국 배터리는 강점을 가진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와 달리 NCM 배터리에서는 후발주자이지만 CATL은 NCM 배터리 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으며 국내 배터리사를 추격하고 있다.
CATL의 배터리는 이날 국내에 출시된 폴스타4에도 탑재됐다. 폴스타코리아가 국내에 두 번째로 선보이는 신모델인 폴스타4는 쿠페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다. 시작 가격이 6690만 원으로 북미와 유럽 주요국보다 최대 3000만 원 이상 저렴하다. 함종성 폴스타코리아 대표는 “폴스타4의 CATL 배터리는 여러 차례의 테스트를 통해 안정성이 검증됐다”며 “중국산 배터리만 위험하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번 벤츠 전기차 화재 사고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파라시스는 벤츠 이외 차종엔 탑재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벤츠가 국내에서 판매한 16개 전기차종 중에서 5개 차종에 파라시스 배터리가 들어갔다. 이달 1일 인천 청라에서 화재를 낸 EQE 350+ 모델은 연식과 관계없이 모두 파라시스 배터리를 적용했다. EQE 350 4MATIC, EQE 500 4MATIC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도 같은 제품이 들어갔다. 벤츠의 최상위 전기차 라인인 EQS 350모델도 파라시스 배터리를 달았다. 고성능 전기차인 AMG EQE 53 4MATIC+에도 파라시스 배터리가 탑재됐다.
삼성SDI(006400)는 BMW에만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BMW코리아가 국내에 판매하는 전기차 10종 가운데 8종이 삼성SDI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다. 삼성과 BMW그룹 간 맺은 동맹 탓에 아직 국산차인 현대차·기아에는 공급하는 배터리가 없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022년 말 전기차 대형 세단 BMW i7이 국내에 출시되자 총 10대의 차량을 임원용으로 구입했다. 당시 인천 영종도에서 올리버 집세 BMW 최고경영자(CEO)를 직접 만나기도 했다.
SK온은 가장 많은 전기차종에 배터리를 납품하고 있다. 전체 조사 대상 전기차종(61종) 가운데 31%인 19종이 SK온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자사 전기차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안전 점검에 나선다. 현대차·기아·제네시스 브랜드가 판매한 약 43만대가 대상인데 배터리 전압부터 냉각 시스템 등 안전과 직결된 9가지 항목을 샅샅이 훑는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전기차 화재 발생에 대한 시장 우려가 높아지자 고객 불안감 해소와 안전 주행을 지원하기 위해 이번 서비스를 마련했다.
점검 대상은 현대차·기아·제네시스 승용 및 소형 상용 전기차 모든 차종이다. 점검 사항은 △절연저항 △전압 편차 △냉각 시스템 △연결 케이블 및 커넥터 손상 여부 △하체 충격·손상 여부 △고장 코드 발생 유무 등 전기차 안전에 관한 9개 항목이다.
이용을 원하는 고객은 회사별 고객센터를 통해 평일·토요일 중 원하는 일정과 장소를 선택해 예약한 후 서비스 거점을 방문하면 된다. 현대차(제네시스 포함) 고객은 전국 22개 직영 하이테크센터 및 1234개 블루핸즈에서 이용할 수 있고 기아 고객은 전국 18개 직영 서비스센터 및 757개 오토큐에서 점검받을 수 있다.
벤츠코리아도 14일부터 전기차 무상 점검을 실시한다. 이번 점검은 전국 75개 공식 서비스 센터를 통해 진행한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근본 원인을 파악해 그에 따른 적절한 후속 조치가 취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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