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 한국 양궁의 쾌거에 담긴 뜻
지난 8월 5일 파리올림픽 양궁 경기장에서는 한국의 김우진 선수와 미국의 백전노장 브래디 엘리슨 선수 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승부가 펼쳐졌다. 결과는 4.9mm 차이로 한국의 승리,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 파리의 양궁 경기장에 있었던 관중은 물론 이를 지켜보던 전 세계의 팬들은 하나 같이 드라마틱한 이 장면에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간발의 차이로 패한 미국 선수는 올림픽에 네 번째 출전한 백전노장이었다.
신이 일부러 만들려 해도 쉽지 않은 명승부였다. 우리 선수가 얼마나 많은 훈련을 통해 자신과의 싸움을 하면서 여기까지 왔을 지를 가늠케 하기에 충분했다. 노력의 땀방울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번 입증해 줬다.
김우진 선수는 이번 파리올림픽 양궁에서 남자 단체전을 포함해 개인 통산 5번째 금메달을 수확하며 우리 선수 중 올림픽 최다 금메달리스트가 되는 영광을 안았다. 그가 결승에 오로기까지 오기까지는 결코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8강전부터 모든 경기 첫 세트에 패하며 고전했다.
결승전에서도 첫 세트에 8점을 쏘며 상대 선수에 끌려가 팬들의 마음을 불안하게 했다. 2세트를 따내면서 균형을 맞췄지만 백전노장 브래디에게 3세트를 내줘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세계 1위 김우진은 4세트를 따내며 우리들을 안심시켰다. 마지막 세트에선 두 선수 모두 10점을 기록하며 양보 없는 승부가 이어졌다. 그야말로 결승전답게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승부가 펼쳐진 것이다. 결국 단 한발로 승부를 가리는 슛오프의 순간이 다가왔다. 마지막 이 한 발도 두 사람 모두 10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김우진 선수의 화살은 동그라미 안쪽, 브래디 엘리슨은 바깥쪽이었다. 정중앙에 조금 더 가까운 김우진 선수가 금메달을 따는 순간이었다.
정말 드라마틱한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명승부를 펼친 두 선수는 서로의 손을 들어 올리며 끝까지 응원해 준 관중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정말로 감동의 순간이었고 이를 보는 국민들도 함께 기뻐했다. 이어서 앵발리드의 양궁 경기장엔 5번째 애국가가 울려 퍼졌고, 김우진 선수는 손가락 3개를 펴 보이며 3관왕을 자축했다.
사실 기쁘고 자랑스럽고 뿌듯한 것은 우리 국민들이었다. 온 국민들이 최선을 다해 최상의 실적을 거둔 선수들에게 진심으로 축하하고 있다. 어렵고 힘든 시절 한국 양궁은 국민들에게 희망과 위안을 안겨줬다.
대한민국 양궁은 이번 올림픽에서 사상 최고의 성과를 거뒀다. 남녀 단식과 단체전, 혼성단체전 등 5개의 금메달을 휩쓴 것이다. 양궁 최강국의 위상을 다시 한번 과시했다.
한국 양궁이 거둔 성과는 선수 혼자만의 힘으로 된 것이 아니다. 선수들 자신의 피땀 어린 노력도 있었고, 코치진과 양궁협회, 정의선 양궁협회장의 아낌없는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김우진은 "어느 선수나 선발전을 통해 국가대표가 될 수 있도록 공정하고 클린한 과정을 통해 모두가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할 수 있게 해줬다"며 "초·중·고등학교를 넘어 대학교와 실업팀까지 이어지는 시스템을 만들어준 것 자체가 한국 양궁이 최강을 유지하는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이렇듯 훌륭한 선수, 훌륭한 인재, 좋은 성과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공정한 선수 선발은 물론 선수들의 꾸준한 자기 관리와 노력, 주위의 아낌없는 지원 등이 함께 이루어질 때 가능한 것이다. 모든 게 두루 갖춰져야 성과가 나오는 법이다.
무엇보다 한국양궁협회가 공정한 룰을 만들고 지키면서 선수를 선발하고 지도한 것에 점수를 주고 싶다. 제도와 규칙과 룰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만들어 운영하면, 선수들은 열심히 노력만 하면 되는 것이다. 선수단의 값진 성과를 보면서 4.9㎜의 차이가 가져다 준 커다란 감동과 기쁨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겨 볼 일이다. 훌륭한 성과를 거둔 양궁 선수단의 노고에 깊은 감사를 보낸다. 김명수 충남문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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