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건축] 아름다운 생명력을 담은 건축
TV 드라마 사극에서 국가나 왕이 어려움을 겪을 때면, 신하들이 하나같이 왕에게 "전하, 종묘와 사직을 보존하셔야 하옵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연출된다. 종묘는 역대 임금의 신위를 모신 왕실 사당이며, 사직은 땅과 곡신의 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국가 사당으로, 즉 왕실과 땅, 국가를 보존해야 한다는 뜻이다.
서울 종묘에는 대표적으로 두 개의 중심건물인 정전과 영녕전이 있는데, 두 건물에는 조선 역대 왕의 신주(위패)를 모셨다. 종묘 정전의 19칸 신실에는 19명의 신주가 있는데, 조선왕의 계보는 전체 27대로 519년간 존속됐으니, 나머지 8명의 신주는 정전이 아닌 영녕전에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영녕전에는 16칸의 신실이 있다. 이는 더 많은 왕이 존재했다는 것인데, 태조 이성계의 4대조와 왕비들의 신주를 중앙 태실에 모시고, 정전에 모실 수 없는 왕과 왕비 12명의 신주를 태실 좌우의 익실에 모셨다.
종묘 정전과 영녕전은 비슷하나 다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데, 정전은 19칸의 신실이 일렬로 길게 늘어선 모습이지만, 영녕전은 중앙 태실 4칸을 솟을지붕으로 높게 해 강조하고 좌우에 각각 6칸 익사를 두었다. 다음으로 신주의 배열에서도 다른 점이 확인된다. 정전은 서쪽 끝에 태조의 신실이 위치하고, 동쪽 끝에 순종의 신실이 위치하고 있는 반면, 영녕전은 중앙 태실 4칸에 목조·익조·도조·환조의 신실이 서쪽에서부터 위치하고, 2대왕인 정종의 신실은 서익사의 서쪽에 위치하며, 마지막 황태자 영친왕의 신실은 동익사 동쪽 끝에 위치하게 된다. 이러한 정전과 영녕전의 신실 배치 순서의 차이는 소목제와 서상제라고 하는 사당 안의 신주배치방식의 차이에서 발생한다. 소목제는 중앙에 1대를 배치하고 서편에 2대, 동편에 3대를 배치하는 방식이고, 서상제는 서편 제일 끝에 1대를 배치하고 동쪽으로 순서대로 위패를 배치하는 방식이다. 즉 정전은 서상제, 영녕전은 소목제의 방식을 따르는 것인데, 정전도 초기에는 소목제를 채택하다가 임진왜란 이후에 서상제로 바뀌었다. 임진왜란 이후 유교질서 확립에 따른 결과일 가능성이 있다.
종묘 정전과 영녕전은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바로 계속 증축을 통해 현재에 이르게 된 점이다. 정전은 7칸의 건물로 창건됐는데, 1421년(세종3년)에 부족한 신실의 확장을 위해 정전 북서편에 4칸의 영녕전을 신축했고, 1546년(명종원년)에 정전 좌우에 2칸씩 증축해 총 11칸으로 확장됐다. 이후 임진왜란으로 종묘가 소실돼 1608년(광해군원년)에 정전 11칸, 영녕전 10칸으로 신축했으며, 1726년(영조2년)에 정전을 15칸으로, 1836년(헌종2년)에 정전을 19칸, 영녕전을 16칸으로 증축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조선이 개창되고 500여년이 지나면서 왕의 죽음과 함께 종묘는 계속 증축됐다. 우리나라 전통건축은 대들보방향인 건물의 앞뒤로는 증축이 어려운 반면, 서까래를 받치는 도리의 방향인 양옆으로의 확장은 비교적 용이하다.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종묘 정전과 영녕전은 동서방향으로 길게 증축돼 현재의 모습으로 정착됐다.
건물이 처음 필요에 의해 새로 짓고, 부족한 공간을 채우기 위해 늘어나고, 불이나 다시 짓고, 그리도 또 다시 부족한 공간을 채우기 위해 늘어나는 종묘의 정전과 영녕전의 모습은 마치 인간이 태어나고 자라며, 어려움을 극복하고 다시 성장하는 살아 움직이는 생명력과 유사하다.
조선왕조의 처음과 끝을 함께 했으며, 늘어나는 왕의 계보에 따라 성장하는 생명력있는 건축, 죽은 자를 위한 건축이 오히려 살아 움직이는 듯한 모습의 건축이 된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최고, 최대의 모뉴멘탈(기념비적) 전통건축이라고 일컫는 종묘에서 생명력 있는 건축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우리에게 큰 행운이라 할 수 있다. 김상태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전통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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