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K3에서 시작해 ‘국가대표’가 된다면? 박승욱의 父 “정말 힘들게 올라선 만큼 앞만 보고 나아갔으면” [이근승의 믹스트존]

이근승 MK스포츠 기자(specialone2387@maekyung.com) 2024. 8. 14.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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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9일 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김천상무와 강원 FC의 경기. 김천 중앙 수비수 박승욱의 움직임을 유심히 지켜보는 이가 있었다. 박승욱의 아버지 박치종 씨였다.

박승욱은 ‘인간 승리자’로 불린다. 박승욱은 2019년 K3리그 부산교통공사 축구단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해 2021년 7월 6일 포항 스틸러스에 입단했다. 박승욱은 포항 수비 핵심으로 자리매김하며 리그 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했다.

군 복무 중인 6월엔 태극마크까지 달았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5, 6차전에서였다. 박승욱은 6월 6일 아시아 2차 예선 싱가포르 원정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박승욱은 홈에서 치러진 아시아 2차 예선 중국전에서도 한국의 1-0 승리에 이바지했다.

국가대표 수비수 박승욱의 아버지 박치종 씨. 사진=이근승 기자
김천상무 중앙 수비수 박승욱. 사진=이근승 기자
박승욱은 올 시즌 K리그1 22경기에서 2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김천은 2024시즌 K리그1 26경기에서 13승 7무 6패(승점 46점)를 기록하며 2위에 올라 있다. 김천은 선두 강원을 승점 1점 차 추격 중이다.

우승 경쟁을 벌이는 김천의 힘은 수비에 있다. 김천은 올 시즌 K리그1 26경기에서 27실점만 허용하고 있다. K리그1 최소실점 1위다. 그 중심에 중앙 수비수로 빼어난 기량을 보여주고 있는 박승욱이 있다.

K3리그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해 태극마크까지 단 아들을 바라보는 부모의 심정은 어떨까. 박치종 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박승욱의 아버지 박치종 씨. 사진=이근승 기자
Q. 김천-강원의 경기를 유심히 지켜보는 이가 있어 확인해 보니 박승욱의 아버님이셨습니다.

K리그가 휴식기를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박)승욱이 경기는 웬만하면 현장에서 지켜보려고 해요. 본가가 경상남도 양산입니다. 포항 때나 지금이나 홈 경기가 있는 날이면 현장으로 향하죠. 승욱이가 다치지 않고 팀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지켜봅니다.

Q. 박승욱은 ‘인간 승리자’라고 불립니다. K3리그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해 포항에 입단하면서 K리그1 정상급 수비수로 올라섰습니다. 6월엔 생애 처음 국가대표팀에도 발탁됐습니다. 아들이 K3리그에서 국가대표까지 올라섰잖아요. 아버지께선 어떤 기분인가요.

태극마크는 아무나 달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행복하죠. 승욱이가 정말 힘들게 축구했습니다. 힘겹게 한 계단 한 계단 올라왔어요. 계속해서 성장하는 걸 보면 뿌듯하기도 합니다.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더 올라섰으면 해요(웃음).

Q. 대표팀 발탁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땐 어떤 감정이었습니까.

평생 잊지 못할 겁니다. 저는 승욱이의 대표팀 발탁 소식을 접한 날 제주도에 있었어요. 내 올해가 환갑이거든(웃음). 양산 친구들과 환갑 여행을 떠났었죠. 대표팀 명단 발표 전날 한라산에 올랐어요. 날씨가 안 좋았습니다. 비가 자주 내렸거든요. 저 포함 친구 7명이 고생 많이 했습니다. 다음 날 소식을 접했어요. 문자가 울려서 봤더니 승욱이가 대표팀에 갔다네. 고마웠어요. 아들에게 정말 고마웠습니다.

Q, 박승욱은 가족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여러 번 표현했습니다.

내가 한 게 있나. 승욱이가 어릴 때부터 축구를 참 좋아했어요. 자기가 ‘축구선수가 되고 싶다’는 데 어떻게 하나. 자식 이기는 부모 없잖아요. 뒷바라지만 열심히 했죠. 승욱이가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을 텐데 정말 고마워요.

김천상무 박승욱.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Q. 축구선수 가족도 고생을 많이 합니다. 지인들의 축하도 많았을 듯합니다.

승욱이가 대표팀에 뽑히니까 전화기가 쉬질 않네(웃음). 주변 사람들이 내 일처럼 기뻐하는 거야. 정말 감사했습니다. 이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게 아주 감사했어요. 행복했습니다.

Q. 대표팀에 발탁된 아들과는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습니까.

승욱이한텐 별 얘기 안 했어요. 승욱이에게 “대표팀은 뒤로 물러설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지금처럼 앞만 보고 달려야 한다. 힘들게 올라갔으니까 절대 뒤돌아봐선 안 된다”고만 했죠.

Q. 박승욱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니 어릴 때부터 직접 지도도 해주셨다고 하던데요.

선수 생활은 안 했지만 동호인으로서 오랫동안 공을 찼습니다. 이젠 아들이 국가대표가 돼서... 제가 뭘 이야기해 줄 수 없을 것 같아요(웃음). 그래도 행복합니다. 감사하고요.

박승욱(사진 왼쪽).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Q. 박승욱의 성장 과정을 쭉 지켜봤습니다. 아들의 가장 큰 장점을 꼽아줄 수 있습니까.

아들이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진 저와 같이 운동했어요. 승욱이가 고교 3학년에 올라가니 몰라보게 성장했습니다. 더 이상 아버지와 함께 운동할 수준이 아니었어요. 놀라울 정도였죠. 승욱이가 그 뒤로도 성실하게 운동했습니다. 그래서 태극마크까지 단 게 아닐까 싶어요.

Q. 박승욱은 어떤 아들입니까.

진짜 내 아들이어서가 아니고, 착해요. 운동하는 친구들 보면 보통 부모와 트러블이 많거든. 부모가 옆에서 자꾸 이래라저래라 하니까 갈등이 생기는 거지(웃음). 승욱이는 아버지나 어머니가 무엇을 얘기하든 다 받아줬어요. 대학 진학을 고민할 시점엔 너무 힘들어서 승욱이와 둘이 여행을 갔습니다.

박승욱.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Q. 여행이요?

저와 승욱이의 생각도 달랐습니다. 승욱이가 많이 힘들어했죠. 둘이 여행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제가 승욱이에게 “네 목표는 대학이 아니다. 프로축구 선수다”란 이야기를 해줬던 게 기억 납니다. 승욱이와 대화하면서 답을 찾아갔던 것 같아요. 승욱이가 힘든 시간을 이겨내고 잘 성장해 줘서 고마워요.

Q. 아들에게 바라는 게 있습니까.

다치지 않고 계속 성장하는 거죠. 한국 축구가 지금보다 한 단계 발전하는 데 이바지하는 선수가 됐으면 합니다. 승욱이 많이 응원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김천=이근승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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