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부담감이 너무 컸어요" 요즘 자해 청소년, 흉터 가리려 '이것'까지

정심교 기자 2024. 8. 1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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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해는 그간 주로 가정·학교 폭력, 학대, 왕따 등이나 우울증·불안장애 등에 시달린 청소년들이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간혹 10대 청소년이 자해 사실을 부모에게 숨기고 연고·습윤밴드 등을 몰래 쓰다가 뒤늦게 병원을 찾은 사례, 자해 흉터를 가리려고 문신을 한 경우도 발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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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의 내몸읽기]
손목에 생긴 주저흔. /사진=연세스타피부과의원

#. 올해 15살인 A군은 왼팔에 자해 흉터가 이중으로 겹쳐 있었다. 이미 자해 흉터가 생겼던 피부에 추가로 자해해서였다. 치료하기 위해 피부과를 찾아온 A군의 어머니는 "아들이 가정·학교 폭력이나 왕따를 겪지도 않았는데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의료진과의 단독 면담에서 A군은 "부모가 바라는 만큼 학교 성적이 나오지 않았고, 시험에 대한 압박감이 커 몸과 마음이 무척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자해는 그간 주로 가정·학교 폭력, 학대, 왕따 등이나 우울증·불안장애 등에 시달린 청소년들이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엔 대학입시 경쟁 과열의 여파로 학업 스트레스에 시달리다가 우울증·불안·압박감을 이기지 못하고 자해하는 환자 사례가 늘고 있다. 연세스타피부과 강남점 김영구 대표원장(대한의학레이저학회장)은 "실제로 조기 유학 중에 공부에 대한 부담과 고립감 등에 시달려온 유학생 가운데 자해하는 경우가 적잖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최근 의료계에선 '비 자살적 자해(nonsuicidal self injury: NSSI)'를 별도의 질환으로 보는 추세다. '2022년 정신건강 실태조사 보고서'에서도 소아청소년(만 6~17세)의 '비 자살적 자해(1.4%)'를 자살사고(1%), 자살 시도(0.2%)와 따로 분류해 조사했다.

간혹 10대 청소년이 자해 사실을 부모에게 숨기고 연고·습윤밴드 등을 몰래 쓰다가 뒤늦게 병원을 찾은 사례, 자해 흉터를 가리려고 문신을 한 경우도 발견된다. 김 대표원장은 "나중에 자해 흉터와 문신을 둘 다 치료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도 올 수 있으므로 적절한 시점에 피부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때의 실수로 생긴 자해 흉터는 '주저흔(hesitation marks)'이라고도 불린다. 미수손상 흉터로도 불리는데, '주저하면서 손목을 긋다가 생긴 흉터'라는 의미다. 주로 손목이나 팔에 길게 나타나는 유형의 흉터다.

주저흔이 있다면 해결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빨리 치료하는 게 좋다. 김영구 대표원장은 "흉터 대부분은 자신이 원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해 흉이 생기지만 주저흔은 자신의 의지로 인해 생긴 흉터여서 치료 시 매우 섬세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모 중에는 자녀들이 시험이나 공부 부담으로 자해를 시도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들도 있다. 김 대표원장은 "부모가 10대 자녀의 자해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람에 자해 흉터 치료 시기가 늦어지는 경우도 생긴다"며 "자해도 외상·상처 부위와 마찬가지로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흉터가 생기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주저흔 흉터는 상처가 깊고 길이도 길어 자연적으로 치유되기 어려운 난치성 흉터다. 이를 해결하려면 무엇보다 환자의 마음을 헤아리는 배려와 세심한 접근이 중요하며, 레이저 치료 시 섬세하고 전문적인 치료 기술이 전제돼야 한다.

최근 주저흔 치료에는 '울트라 펄스 앙코르 레이저' 치료가 활발하다. 이 레이저는 피부 속에 딱딱하게 뭉치고 엉킨 흉터 조직을 부드럽게 풀어주고 재생을 돕는다. 에너지를 피부 속으로 침투시켜 불규칙한 흉터 조직을 파괴하고 새로운 콜라겐을 생성해 재배열한다. 마이크로 단위의 에너지를 0.12㎜의 미세한 레이저 빔을 통해 피부 4㎜ 깊이의 진피층까지 침투시킬 수 있다.

이때 피부 속에 딱딱하게 뭉치고 엉킨 주저흔 흉터 조직을 부드럽게 풀고 재생을 유도하는 원리다. 미세 빔을 활용하므로 섬세하고 정밀한 치료가 가능하며, 주변 피부 손상이 적어 피부 두께와 질감을 정상 피부와 가깝게 개선할 수 있다.

유럽피부과학회(EADV)에서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이 레이저로 한 번만 치료해도 환자의 37.5%에서 흉터가 50% 이상 개선됐다. 이 치료는 여드름 흉터나 수술 흉터 등 여러 유형의 난치성 흉터에도 적용된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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