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곽 나온 1기 신도시 이주계획···영구임대 재건축 ‘이주단지’ 활용

심윤지 기자 2024. 8. 14.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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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기 신도시 이주대책의 밑그림이 담긴 ‘노후계획도시 정비기본방침’을 공개했다. 도심 곳곳에 있는 영구임대주택을 초고층 주상복합 건물로 재건축해 이주주택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 눈에 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국토교통부는 14일 ‘노후계획도시 정비기본방침(안)’을 일선 지자체에 공개했다고 밝혔다. 노후계획도시 정비기본방침은 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를 비롯해 재건축을 추진하는 지자체가 기본계획을 수립할 때 참고하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 국토부 장관이 10년 주기로 수립한다. 계획인구부터 기준용적률, 교통계획 등 노후계획도시 정비에 대한 전반적인 방향이 담겼다.

‘순환정비형 이주주택’ 1곳 이상 짓는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이주대책 수립에 관한 부분이다. 국토부 계획대로라면, 1기 신도시에서는 2027년부터 매년 2만~3만 가구가 착공에 들어가게 된다. 이렇게 발생한 이주수요가 한꺼번에 몰릴 경우 인근 전셋값이 크게 출렁이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지자체들이 재건축 성공을 위해 국토부 차원의 체계적인 이주대책 수립을 요구해온 이유다.

국토부는 주민의 83%가 해당 권역 내 이주를 원하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온만큼, 해당 권역 내 최대한 많은 이주 물량을 공급하기 위해 ‘순환정비모델’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관내 신규 유휴부지를 개발해 ‘순환정비용 이주주택’을 확보할 계획이다. 초기엔 이주민들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하다가, 이후 리모델링을 거쳐 민간에 분양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된다.

이는 선수촌으로 활용하다 올림픽이 끝나면 미리 분양 받았던 일반인들이 입주하는 ‘올림픽 선수촌 아파트’ 모델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주단지로 활용한 이후에는 공공과 민간, 임대와 분양 등 다양한 주택수요에 맞게 활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주택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영구임대주택을 재건축해 이주단지로 활용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우수한 입지를 갖추고 있으면서도 밀도는 낮은 영구임대주택을 초고층 주상복합형태로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현재 1기 신도시에 있는 영구임대는 총 13개 단지, 14만가구 규모로 집계된다. 분당(5만8000가구), 일산(2만3000가구), 중동(1만9000가구), 산본(3만4000가구), 평촌(9000가구) 수준이다.

문제는 원래 영구임대주택에 살던 사람들을 어디로 이주시키는가다. 일단은 먼저 지어진 순환정비용 이주주택으로 이주를 한 뒤, 원래 살던 임대주택이 재건축되면 재입주를 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된다. 이동이 자유롭지 못한 취약계층을 거처에서 쫓아내는 모양새인 만큼 사회적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도 남아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낡은 임대아파트가 새 아파트로 탈바꿈하는 과정에서 취약계층 삶의 질이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기존 생활권과 최대한 가까운 입지에 이주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영구임대 입주민들이 받아들일만한 자리가 나올진 미지수이고, 재건축 이후 입주민들의 임대료가 높아질 여지도 있다.

영구임대 재건축 단지는 ‘선도지구’ 이주단지로는 활용되지 않을 전망이다. 1기 신도시에서 가장 먼저 착공에 들어갈 선도지구는 2027년 착공을 목표로 하는데, 그 안에 영구임대 재건축을 마무리하기는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1기 신도시 영구임대 현황. 국토부 제공
‘허용정비물량제’로 이주 수요 조절도

이주 목적으로 전셋집을 구하는 이들에게는 금융지원도 제공된다. 통상 이주비 대출은 재건축이 이뤄지는 해당 주택을 담보로 실행되는데,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70% 한도 내에서 보증을 서주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의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담보 여력이 충분치 않은 이들을 위한 추가 대책도 마련했다. 주택연금을 분담금 납부 목적으로 개별 인출할 수 있도록 하고, 인출한도도 기존 50%에서 70%로 확대하는 것이다. 이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8·8 공급 대책’에 포함된 내용이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는 세입자라면 미래도시펀드가 출자한 이주지원리츠에서 이주비와 이주공간 대여를 지원받을 수 있다.

정부는 이주 수요를 조절하는 ‘허용정비물량’ 제도도 도입하기로 했다. 주택시장 모니터링을 거쳐 이주 수요 대비 공급이 충분치 않다고 판단되면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는 실착공 물량을 조절하게 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1기 신도시 재건축의 관리처분계획이 본격 인가되는 2026년부터 허용정비물량의 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토부는 이날 공개한 기본방침 초안에 대해 다음달 12일까지 지자체 의견조회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후 노후계획도시정비특별위원회 심의를 거쳐 10~11월 중 기본방침을 최종 수립하게 된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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