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셨다, 삐약이
독립투사 후손 허미미 한국어 인터뷰도 뭉클
메달리스트가 된 독립운동가의 후손, 허미미의 한국어 인터뷰
허미미는 일본에서 태어났으나 일본 국적을 포기하고 태극마크를 단, 알고보니 독립운동가 허석 의사의 후손이라는 스토리로 대회 전부터 유명했다. 일본에서 유도천재로 불린 허미미는 할머니의 유언에 따라 한국 국적을 택한 뒤 2022년 국가대표에 선발, 파리올림픽 여자 -57㎏급 은메달을 차지했다. 금메달을 놓쳐서 너무 아쉽지만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 메달을 딴 것이 기쁘다는 표현을 “기분이 너무 좋지는 않은데, 그래도 메달을 따서 조금 좋아요”라고 말했다.
허미미는 한국어로 의사 소통을 하지만 발음이나 문장 완성도가 아직 완벽하지는 않다. 그래도 정확하게 말하려 애쓰며 한국어로 인터뷰를 했다. 믹스트존에서 일본 취재진에 둘러싸였을 때는 일본어로 답하던 허미미는 공식 기자회견에서 “일본어가 편하다면 일본어로 답해줘도 괜찮다”고 한 한국 취재진의 질문에도 환하게 웃으며 끝까지 한국어로 답했다.
모두가 안 된다고 했던 우생순들의 ‘1승’
여자핸드볼은 2024 파리 올림픽 본선에 오른 한국 선수단 유일의 단체 구기 종목이다. 그러나 세계 변방으로 밀려난 여자핸드볼에 관심을 두는 이는 많지 않았다. 올림픽에서 1승도 하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적지 않았다. 올림픽 개회 하루 전인 25일, 여자핸드볼은 조별리그 A조 독일과 1차전을 치렀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23-22 역전승을 거뒀다. 지난해 세계선수권 22위 한국이 6위 독일을 잡았다. 대이변이었다.
선수들은 승리가 확정되자 마치 우승이라도 한듯 서로의 어깨를 붙잡고 강강술래 세리머니를 펼쳤다. 예선에서 거둔 1승, 공동취재구역은 선수들의 환희와 눈물로 채워졌다. 신들린 선방을 보여준 골키퍼 박새영은 “포지션 하나하나 따졌을 때 모두가 안 될 거라고 이야기를 했다”며 “선수들이 하나로 뭉쳐서 값진 승리를 따낸 것에 눈물이 났다”고 전했다. 쐐기골을 넣은 강경민은 “여자핸드볼 경기가 오늘 있는지 모르는 분들도 되게 많았을 텐데, 금메달을 딴 것보다 잊지 못할 순간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8강에 오르진 못했지만, 빈손으로 귀국하진 않았다. 유럽 강호도 꺾을 수 있다는 자신감, 여자핸드볼이 파리에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이다.
파리를 빛낸 신유빈의 구릿빛 희망
사실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탁구의 메달 가능성을 전망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양궁에서 한국이 절대 강자라면, 탁구는 중국이 정상을 놓지 않는다. 그 뒤를 바짝 쫓는 일본과 독일 등의 강호들을 생각하면 3년 전 도쿄처럼 메달이 쉽지 않았다.
그런데 한국은 혼합 복식과 여자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땄다. 신유빈은 임종훈과 혼합 복식에서 동메달을 땄고 여자 단체전에선 언니들(전지희·이은혜)과 함께 2008 베이징 올림픽 이후 16년 만의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신유빈은 혼합 복식과 여자 개인전, 여자 단체전을 순서대로 밟느라 모두 14경기를 소화했다. 틈틈이 주먹밥, 바나나, 에너지 젤을 먹으며 경기에 나섰다. 신유빈이 재작년 손목 부상으로 두 차례 수술을 받은 뒤 고단한 재활을 견뎠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일이었다. “언니들과 함께 했기에 버틸 수 있었다”고 고백한 신유빈은 시상식이 열리기 전 취재진에게 동메달을 기념하는 ‘셀카’를 제안하며 활짝 웃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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