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사는 김과장, 부산은행 주담대 받고 제주은행 정기예금 들었다
지방銀 정기예금 연 3.5% 이상 다수
부산銀, 최저 3.11% 주담대 특판 출시
서울의 한 중견기업에 다니는 30대 김형석(가명)씨는 최근 아파트 장만을 위해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알아보다 재테크 커뮤니티에 부산은행 주담대 금리가 가장 낮다는 글을 발견했다. 김씨는 부산은행 서울 내 영업점을 방문해 연 2%대 주담대에 가입했다. 5대 시중은행 주담대 최저금리는 3.5% 이상이다. 김씨는 이참에 지방은행 정기예금도 알아본 후 시중은행보다 금리가 높은 제주은행 정기예금에 비대면으로 가입했다.
지방은행이 고객 유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시중은행이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대출금리를 줄인상하는 틈을 타 경쟁력 있는 금리를 무기로 대출 영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이다. 또 올해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며 남은 3%대 예금에 가입하려는 ‘막차 수요’도 공략하고 있다.
14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년 만기 정기예금 최고금리가 가장 높은 상위 10개 은행 중 2개를 제외한 8개가 모두 지방은행의 상품이다. 제주은행의 ‘J 정기예금’의 최고금리가 연 3.75%로 가장 높았으며, iM뱅크(옛 대구은행)의 ‘iM 주거래 우대예금(연 3.66%)’, 경남은행의 ‘BNK 주거래 우대 정기예금(연 3.60%)’ 전북은행의 ‘JB 123 정기예금(연 3.60%)’이 뒤를 이었다. 5대 은행 중에선 NH농협은행만 이름을 올렸다. 시중은행 정기예금 최고금리는 연 3.35~3.40% 수준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정기예금 최고금리는 연 3.30%다.
지방은행이 정기예금 금리를 높게 유지하는 것은 저원가성 예금 확보가 시급하기 때문이다. 저원가성 예금은 금리가 0.1% 수준으로 낮은 요구불예금과 저축성예금 등으로, 은행 수익성과 직결되는 ‘핵심 예금’이다. 저원가성 예금을 늘리면 은행은 자금 조달 비용을 낮출 수 있고, 이는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진다.
특히 금리 인하기에 접어들면 시중 자금이 부동산, 주식시장으로 쏠리기 때문에 저원가성 예금 확보는 더 어렵게 된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저원가성 예금은 금리 인하가 본격화하면 유치하기가 더 힘들어지는 반면, 중요성은 더 커진다”라며 “시장 금리가 낮아져 대출 금리를 높이기 어려워지면 비용을 줄여 수익성을 개선하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지방은행은 잇따른 시중은행의 대출금리 인상으로 발길을 돌린 고객 확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부산은행은 지난 1일부터 1조원 한도의 주담대 특판 상품(BNK357 금리안심 모기지론·5년 고정형)을 출시했다. 금리는 전날 기준 최저 연 3.11%다. 이 특판 상품의 최저 금리는 지난 8일 2.94%까지 떨어졌는데, “2%대 주담대가 아직 남아있다”는 입소문을 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화제가 됐다.
5년 고정형 주담대 최저금리가 연 3.5% 이상으로 줄줄이 오른 시중은행과 비교해 금리 하단이 낮은 수준이다. 우리은행은 전날 주담대 금리를 오는 21일부터 0.3%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는데, 이에 따라 5년 고정형 주담대 최저금리가 연 3.92%까지 오를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부산은행이 낮은 수준의 대출금리를 제시할 수 있었던 것은 시중은행과 달리 가계대출 한도에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말 기준 부산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14조7067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0.2%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552조1526억원으로, 같은 기간 4.2% 급등했다. 시중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7월부터 더 급격히 늘고 있다.
다만 금융 당국이 가계대출 관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어, 지방은행의 이러한 전략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디딤돌대출, 버팀목대출과 같은 정책 금융상품의 금리까지 올리며 대출 조이기에 나섰는데, 지방은행의 영업 전략을 곱게 보지는 않을 것”이라며 “대출 수요가 지방은행으로 쏠릴 수도 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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