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의환향' 올림픽 선수단 환영식에 '재' 뿌린 대한체육회…왜?[현장+]
13일 오후 5시,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그레이트홀에선 '2024 파리하계올림픽'에서 선전한 국가대표 선수단의 귀국을 환영하는 정부 공식 행사가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대한체육회가 행사가 임박한 상황에서 갑자기 불참을 선언했다. 반면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예정된 장소가 아닌 입국장 바로 앞에서 준비한 종이를 꺼내 읽는 돌발 행동을 하고 공항을 떠났다. 올림픽에서 선전한 국가대표 선수단을 환영하고 해단을 공식 선언하는 정부 행사가 사실상 취소된 셈이다.
이기흥 회장은 준비해 온 원고를 읽은 후 자리를 떠나 버렸고, 현장에 남겨진 선수단은 어색한 상황에서 취재진과 개별 인터뷰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그레이트홀에 애써 준비한 국민 세금이 쓰인 환영 행사 물품은 무용지물이 됐다.
이날 행사의 주최 측이었던 문화체육관광부의 유인촌 장관과 장미란 제2차관은 입국장에서 남아 있는 선수들과 웃으며 인사하고 환영했다. 하지만, 금메달 13개를 획득해 '금의환향'이 마땅했던 선수단에겐 이날 행사가 선수생활 중 가장 황당한 기억으로 남을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체부에 따르면 체육회는 사전통보도 없이 일방적으로 일정을 취소했다. 원래 행사 예정장소였던 그레이트홀에서 대기하던 일부 취재진은 행사 취소도 제대로 눈치채지 못할 정도였다. 현장은 체육회의 돌발 행동으로 엉망이 됐다. 게다가 앞서 먼저 귀국했던 유도 메달리스트 허미미와 김하윤 등 몇몇 선수들도 이날 환영행사 참석을 위해 일부러 인천공항을 찾아와 대기하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체육회가 선수단의 피로를 핑계로 선수들이 문체부 주최 환영식에 참석하지 못하게 사실상 훼방을 놓는 듯한 상황을 만들었다. 이기흥 회장이 발언을 위해 종이를 미리 준비한 것으로 미뤄보면, 이날 해프닝은 어쩔 수 없었던 '돌발 상황'이 아니라 체육회 측에서 미리 준비한 고의적인 '비토'로 해석될 수도 있다.
이날 상황을 두고 체육계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가를 대표해 선전한 선수들의 귀국을 환영하는 정부 공식 행사를 일부러 망치는 것으로 누군가 의사표현을 하려는 듯한 묘한 상황이 연출됐기 때문이다.
체육회는 단체장의 3선 연임 걸림돌을 없앤 정관 개정안을 통과시키고 문체부에 승인 요청을 했고, 문체부는 이 개정안에 대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아울러 문체부는 체육회를 통한 체육예산 집중의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고 판단하고 종목단체와 지방 체육회에 예산을 직접 교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날 공항에서 벌어진 상상하기 어려웠던 상황은 체육계를 좌지우지 하던 지나치게 비대해진 권한을 쥔 체육회가 정부를 상대로 사실상 '실력행사'를 한 모양새로 해석된다.
문체부는 체육회가 국가대표 훈련비를 제대로 쓰고 있는지 들여다 보기 위해 최근 한국스포츠과학원을 통해 '국가대표 훈련비 배분 적정성 검토 및 개선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이번 올림픽이 끝난 뒤엔 대대적인 체육정책 개편이 있을 것이라고 유인촌 장관은 취임 후 여러 차례 반복해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체육회는 사실상 조직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문체부는 지난 6월 말엔 진천선수촌 시설 관리용역 계약과 관련해 체육회를 검찰에 수사 의뢰하기도 했다. 체육회가 지난해 2월 한 업체와 선수촌 관리용역 계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체육회 고위 관계자와 업체 관계자의 유착 관계가 의심된다는 제보가 기획재정부에 접수됐다. 이에 기재부는 문체부에 수사 의뢰를 요청해 이뤄진 조처다.
금메달을 목에 건 직후 있었던 안세영 배드민턴 선수의 폭탄 선언과 관련해서도 문체부는 대한배드민턴협회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체육회와 종목단체들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와 개혁이 올림픽 직후 예정된 상황이어서 이날 공항에서의 선수단 환영식에서 어떤 마찰이 생길수도 있다는 예상을 미리 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 이들의 예상은 적중했다.
유동주 기자 lawmak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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