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文의 적장자' 김경수가 돌아온다...정치권 지각변동 일어날까

김성은 기자 2024. 8. 14.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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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김해=뉴스1) 구윤성 기자 =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5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묘역으로 이동하고 있다.(공동취재)2024.5.23/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김해=뉴스1) 구윤성 기자


'노무현의 마지막 비서관' '문재인의 복심'으로 불리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복권됐다. 피선거권이 회복되면서 차기 대선에 출마할 자격이 주어진 것이다. 이르면 올해 11월 말 유학을 마치고 귀국할 것으로 알려진 김 전 지사가 차기 대선 구도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 전 지사는 13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저의 일로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더 성찰하는 시간을 보내겠다"고 밝혔다. 이어 "복권을 반대했던 분들의 비판에 담긴 뜻도 잘 헤아리겠다"며 "우리 사회를 위해 보탬이 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 잘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전 지사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2021년 7월 징역 2년형을 확정받았고 2022년 12월 복권 없이 신년 특별사면을 받았다. 지난해 8월 영국 유학길에 올랐고 올해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15주기 추도식 참석차 일시 귀국했다 6월 곧바로 독일 애버트 재단 초청을 받아 출국했다. 김 전 지사는 현재 베를린에 체류하며 대화와 토론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만들고 갈등과 양극화를 극복해 온 다른 나라들의 사례들을 연구중이며 연구활동은 이르면 올해 11월 말 끝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지사의 귀국일까지 3개월 넘게 남았고 복권 소회도 간결하게 밝혔지만 김 전 지사의 정치적 복귀는 이미 정치권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김 전 지사 복권에 반대 의사를 드러내 관심을 모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는 "여러 루트를 통해 (윤 대통령에게) 복권을 요청한 바 있다"고 밝혔지만 여권에선 곧장 "요청해 온 사실이 없다"고 반박해 진실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우선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 할 수 있는 사면·복권에 대해 여당의 수장인 한 대표가 이의를 제기한 것을 두고 차기 대선 주자로서 윤 대통령과 차별화되기 위한 발언을 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김상일 정치평론가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한 대표는 변화의 열망을 받아서 국민의힘 새 대표가 됐고 정권 재창출의 과제도 안고 있는 게 아닌가"라며 "여당 대표로서 보수 지지자들에게 기대와 변화에 대한 확신을 줘야할텐데 그 느낌은 현 정권과의 차별화에서 나온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급하게 단지 '차별화를 위한 차별화'를 시도한 게 아닌가란 판단이 든다"고 말했다.

한 대표가 이번 김 전 지사의 복권이 자신의 대권 가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 배승희입니다'에 나와 "이재명 대표 체제만으로는 (민주당이) 확장성이 닫혀있기에 (한 대표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편하다'고 볼 수 있었을 것"이라며 "그런데 (김 전 지사 복권으로) 새로운 변수가 발생했다. 김 전 지사에 대해 의미있는 지지율이 나오고 하면 안정적으로 생각했던 판에 변화가 오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14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에서 런던으로 출국하기에 앞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5주기 추도식에 참석하기 위해 일시 귀국한 김 전 지사는 이날 출국 후 영국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독일 에버트재단 초청으로 베를린에서 6개월 정도 머무른 후 올해 연말 귀국할 예정이다. 2024.6.1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인천공항=뉴스1) 오대일 기자

김 전 지사의 복권에 민주당은 대체로 환영의 메시지를 냈지만 당이 분열을 향해 가지 않도록 잘 관리해 나갈 과제를 안게 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 대표 후보가 김 전 지사의 복권을 요청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고 나선 것도 그런 점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란 해석이다.
한 민주당 의원은 더300에 "김 전 지사의 복권설이 나왔을 때 당장 이 대표 후보 측근들 사이에서 '떨떠름하다' 등의 반응도 나오지 않았었나"라며 "이런 발언이 이 후보를 소인배처럼 보이게 할 수도 있고 자칫 당내 분열로 이어질 수 있기에 이 후보가 의도적으로 먼저 정리하고 나선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 대표 후보는 김 전 지사 복권이 확정된 후에도 직접 SNS에 "김 전 지사님의 복권을 당원들과 함께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국민과 민주당을 위해 앞으로 더 큰 역할을 해주시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 후보가 공직선거법 위반, 위증 교사 혐의 등을 받아 여러 재판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친명(친이재명)계 의원들 사이에선 속내가 복잡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평가도 있다. 사법리스크를 모두 털어낸 김 전 지사는 이 대표 후보의 보완재를 뛰어넘어 대체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최 전 수석도 이날 같은 방송에서 "(김 전 지사 복권이) 현재는 (민주당) 파이가 커진 것이라 득이 돼 보이지만 파이가 난도질당할 수 있다"며 "이재명 독주 체제로 가다가 '변수'가 발생해서 흔들리면 분열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이 이것을 잘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 전 지사의 복권으로 인해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는 것 자체가 김 전 지사의 대선주자로서의 체급을 키워주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상일 평론가는 "여야에서 모두 논란의 빌미를 주는 발언들이 나오면서 김 전 지사가 이미 정치권에서 이슈가 되고 있다"며 "특히 야권에서는 이재명 대표 후보 외에 이렇다할 대선 주자가 거론되지 않고 있던 상황에서 새 이름이 등장한 것만으로도 계속해서 관심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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