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열도, 한숨 돌렸다...'캡틴'을 구한 "리버풀 안 가요" 깜짝 선언→"다시 기회 오고 있어"
[OSEN=고성환 기자] 방출설에 휩싸였던 엔도 와타루(31, 리버풀)에게도 기회가 찾아올까. 리버풀의 마르틴 수비멘디(25, 레알 소시에다드) 영입이 무산되면서 다시 기대감이 생기고 있다.
'디 애슬레틱'은 13일(한국시간) "리버풀 타겟 수비멘디는 소시에다드에 남는다. 그가 잔류를 택하면서 리버풀의 영입 희망은 사실상 사라졌다"라고 보도했다.
소시에다드 성골 유스인 수비멘디는 라리가 정상급 수비형 미드필더다. 181cm의 신장으로 체격이 아주 큰 건 아니지만, 수비수 못지않은 뛰어난 수비력으로 뛰어난 안정감을 자랑한다. 여기에 패스 실력까지 갖췄기에 후방 빌드업의 시발점 역할까지 책임질 수 있는 선수다. 많은 팀들이 애타게 찾고 있는 6번 미드필더의 정석인 셈.
리버풀이 이런 수비멘디를 점찍었다. 아르네 슬롯 신임 감독이 새로운 수비형 미드필더 영입을 원했고, 적임자로 수비멘디를 포착한 것. 그는 위르겐 클롭 감독과 달리 지난 시즌 주전으로 활약했던 엔도를 높이 평가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리시즌에서 도미니크 소보슬러이와 라이언 그라벤베르흐에게 6번 역할을 맡기기도 해봤지만, 합격점을 받기엔 모자란 부분이 있었다.
다가오는 시즌 리버풀의 주전 미드필더는 수비멘디가 되는 듯 보였다. 앞서 영국 '더 타임스'는 "리버풀은 수비멘디와 계약을 완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들은 수비멘디가 안필드로 이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라며 "슬롯 감독은 리버풀이 1년 전 모이세스 카이세도, 로메오 라비아를 놓친 뒤 영입한 엔도에게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소시에다드도 수비멘디를 억지로 붙잡을 생각이 없었다. 디 애슬레틱은 6000만 유로(약 900억 원)의 바이아웃 조항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면서도 "소시에다드는 수비멘디가 리버풀 이적에 동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들은 수비멘디가 떠나고 싶어 한다면 그의 바람을 들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비멘디가 합류하면 엔도의 벤치행은 기정사실이나 다름없었다. 거액을 투자해 데려온 수비멘디가 벤치를 지킬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 엔도가 알렉시스 맥 알리스터나 소보슬러이와 경쟁에서 앞서 나가는 모습을 상상하기도 쉽지 않았다.
일본 대표팀 주장인 엔도는 지난해 여름 슈투트가르트를 떠나 리버풀 유니폼을 입었다. 클롭 감독이 그의 안정적인 수비력을 고평가하면서 깜짝 이적이 성사됐다.
우려의 목소리도 컸지만, 엔도는 베테랑답게 프리미어리그에 빠르게 적응했다. 그는 데뷔 시즌 리그 29경기를 포함해 총 43경기에 출전하며 리버풀 중원의 한 축을 담당했다. 클롭 감독은 "31살 일본 미드필더와 계약할 때 그가 PL에서 뛰어난 선수가 될 것이라고 기대한 사람이 있었을까? 아무도 몰랐지만, 그렇게 됐다. 엔도는 월드클래스 선수로 발전했다"라며 극찬하기도 했다.
그러나 둘의 인연은 1년 만에 막을 내렸다. 클롭 감독이 '번아웃'을 이유로 돌연 축구계를 떠나 휴식을 선언한 것. 엔도는 새로 부임한 슬롯 감독의 눈에 들지 못했고, 리버풀이 수비멘디 영입을 추진하면서 방출 가능성이 커졌다.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리버풀은 적절한 제안만 온다면 엔도를 판매할 생각이었다.
엔도는 리버풀에 남아도 벤치 신세를 피하긴 어려워 보였다. 일본 '사커 다이제스트'도 "엔도는 리버풀에서 계속 경쟁한다는 입장이지만, 전망은 결코 밝지 않다. 우선 기회가 왔을 때 감독의 마음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그가 방출명단에 포함돼 올 여름 이적할 가능성이 크다. 이적하지 못한다면 시즌 내내 기회를 얻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씁쓸하게 전했다.
하지만 상황이 급변했다. 수비멘디가 리버풀에 합류하는 대신 평생 함께해 온 소시에다드에 남기로 결정한 것. 중원 파트너 미켈 메리노가 아스날 이적을 앞두고 있는 만큼 팀을 떠나기 더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디 애슬레틱은 "리버풀은 처음엔 수비멘디가 이적에 열려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영입을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그는 안필드 이적을 거부했다. 수비멘디 영입은 6000만 유로의 바이아웃 조항을 전액 지불해야 하기에 복잡해지기도 했다"라고 설명했다.
일본 내에선 엔도가 다시 중용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생겨나고 있다. 일본 '울트라 사커'는 "폴 조이스 기자에 따르면 현재로서는 리버풀이 또 다른 6번 미드필더 영입을 추진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리버풀은 그라벤베르흐의 새로운 6번으로 보고 기대하고 있다"라며 "수비멘디가 영입되면 경쟁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었던 엔도에게도 기회가 오고 있다"라고 전했다.
특히 엔도의 라스 팔마스전 활약에 주목하고 있다. 울트라 사커는 "엔도는 한때 슬롯 감독의 계획에서 제외됐다고 전해졌지만, 라스 팔마스전에선 6번 역할로 선발 출전했다"라고 짚었다. '풋볼 채널'도 "엔도는 라스 팔마스전에서 풀타임을 소화하며 걸출한 장면을 만들었다. 완벽한 타이밍의 태클로 공을 뺏었고, 다르윈 누녜스에게 좋은 기회를 제공했다"라고 칭찬했다.
실제로 리버풀은 최우선 타겟이었던 수비멘디를 놓친 뒤 현재 스쿼드에 만족하려는 모양새다.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리버풀은 지금 상황에선 마땅한 영입 후보가 없다고 생각 중이다.
다만 새로운 영입이 없더라도 엔도가 주전으로 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리버풀 보드진은 그라벤베르흐, 커티스 존스, 맥 알리스터가 (중원에서) 함께 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보슬라이와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도 후보이며 유망주 트레이 니오니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엔도의 가장 큰 경쟁자는 그라벤베르흐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라벤베르흐는 엔도보다 공격적인 성향의 미드필더지만, 이번 프리시즌을 통해 변신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과 세비야전에 모두 수비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해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리버풀 팬 사이트 '안필드 워치'도 그라벤베르흐가 '이상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한국 대표팀 주장 손흥민(토트넘)과는 상반되는 처지인 엔도다. 손흥민은 2015년 레버쿠젠을 떠나 토트넘에 합류했고, 힘겨운 데뷔 시즌을 보냈다. 그는 분데스리가 복귀를 추진하기도 했으나 토트넘에 남아 월드클래스 반열에 올랐다. 이제는 명실상부 레전드가 된 손흥민은 어느덧 토트넘 10번째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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