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함께한 60년’ 시간을 딛고 ‘함께할 60년’으로

관리자 2024. 8. 14.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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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길 불 밝히고 절망에 희망을
농민과 국민이 서로를 비춰보는 창
관점 바꾸고 철저한 객관화 이끌터

‘농민신문’이 창간 60돌 회갑(回甲)을 맞았다. 갑진년(甲辰年) ‘용의 해’인 1964년 8월 “농민의 요구와 희망이 무엇이며 농민의 의사와 주장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찾아내 대변하겠다”며 창간의 횃불을 든 ‘농민신문’은 육갑(六甲)의 성상(星霜)을 농민과 농촌·농업과 함께했다. 가난하고 배고팠던 시절, 마을 어귀에 심은 묘목 한그루가 여름철 뙤약볕에는 시원한 그늘이 되고, 거센 폭풍우가 몰려오면 바람막이가 되는 아름드리 거목이 됐다.

‘함께한 60년’, 독자 여러분께 깊은 감사부터 드린다. ‘농민신문’의 오늘은 독자들과 함께한 땀과 눈물, 영광과 회한, 격려와 질책이 있어 가능했다. 농민의 마음을 읽고, 농촌을 발로 뛰며, 농업의 오늘과 내일을 고민한 지난 60년은 부족함과 아쉬움도 많았지만 함께해서 보람차고 행복한 ‘축적의 시간’이었다.

‘보릿고개’가 대변하는 1960년대 우리 농촌은 헐벗었고, 농민의 삶은 어둡고 참담했다. ‘농민신문’은 어두운 길에는 불을 밝혀주고, 절망의 땅에는 희망의 파종을 도왔다. ‘새농민’이라는 이름의 농민계몽, ‘잘살아 보세’라는 새마을운동, 과학영농을 통한 농업기술혁신의 메신저로서 농민과 농업·농촌의 변화를 이끌었다. 우루과이라운드(UR)와 자유무역협정(FTA)이라는 거센 개방의 파고는 ‘신토불이’와 ‘농도불이’ 국민운동으로 농민과 함께 울고 웃으며 맞섰다. ‘호미’ 대신 ‘붓’을 들고 농사를 짓는다는 ‘필농(筆農)’ 정신으로 오직 농민만 보고 뚜벅뚜벅 걸어온 세월이었다.

하지만 오늘 우리 농민과 농촌·농업을 둘러싼 현실은 어느 하나 녹록한 것이 없다. 농민은 늙고, 농촌은 텅텅 비고, 농업은 쪼그라들고 있다. 국민의 입맛은 하루가 다르게 서구화로 치닫고, 물가 타령만 나오면 농민과 농업은 속죄양으로 몰린다. 우리농산물 애용은 ‘라떼’가 되고, 농산물 수입 카드 남발은 소비자 후생증진으로 포장된다. 그야말로 시계 제로의 총체적 위기 속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다.

그렇다고 물러설 수도, 돌아갈 길도 없다. 어제는 오늘의 거울이고, 오늘은 내일의 역사라고 한다. 어제의 거울에 오늘을 비춰보면서 내일의 역사를 준비하라는 얘기다. 지난 60년 ‘농민신문’의 거울에 오늘의 농업과 농촌을 비춰보고, 내일의 농업과 농촌 역사가 될 오늘을 하나둘 일궈 나가고자 한다.

다시 국민을 설득하고, 국민과 함께 가자. ‘함께할 60년’, ‘농민신문’이 큰 ‘창(窓)’이 되겠다. 농민과 국민, 농촌과 도시가 서로가 서로를 비춰보고 살펴볼 수 있는 창 말이다. ‘농민신문’이라는 창을 통해 서로가 마주하면서 이해를 증진하고, 각자의 소중함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 나간다면 1307만명 서명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쌀 수입개방 반대 범국민 서명운동’을 넘어서는 또 하나의 쌀소비 국민운동도 재점화할 수 있다.

그런 만큼 회갑의 문턱을 넘어 재갑(再甲)의 ‘새로운 농(農)’으로 나서는 길, ‘농민신문’은 ‘관점’과 ‘객관’이라는 담론을 제시한다. 지난 60년 우리는 우리의 관점과 주관으로 농업과 농촌을 바라봤고, 바라봐주기를 바랐다. 이제는 우물 안 개구리의 관점을 바꾸고 고질화된 주관의 탈을 벗어야 한다. 쌀 한톨, 사과 한알이라도 우리가 아닌 국민과 소비자의 관점에서 보고 객관화하자. 어렵지 않다. 나를 내가 아닌 국민과 소비자의 관점에서 보는 것이 객관이다. 풍요와 과잉의 시대, 우리 농업과 농촌의 살길은 관점의 전환과 철저한 자기 객관화다. ‘농민신문’이 앞장서겠다.

디지털시대, 넘쳐나는 영상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홍수는 종이신문을 위기로 몰고 있다. 하지만 이는 뉴스를 담아내는 ‘그릇’의 문제이지 뉴스의 위기는 아니다. ‘농민신문’은 한발 앞서 종이신문을 넘어 방송과 디지털로 다변화했다. 제작역량 우수채널로 지정된 ‘NBS 한국농업방송’과 손안의 신문으로 자리 잡고 있는 ‘디지털농민신문’이 바로 그것이다. 2022년 5월 론칭한 ‘농민신문’ 네이버 뉴스판 독자가 전문지 최초로 200만명을 돌파하는 등 축적의 시간은 방송과 디지털로 피어나고 있다.

‘농민신문’은 오늘 창간의 초심을 머리와 가슴에 새기고, 축적의 시간을 디딤돌로 창을 넓히고 다양한 관점과 객관적인 시각으로 국민과 독자 곁으로 다가서고자 한다. 농민과 국민·독자 여러분이 보내주실 기대와 격려를 알기에 발걸음이 한결 가볍고 든든하다. ‘함께한 60년’ 여러분의 넘치는 사랑과 성원을 잊지 않고, ‘함께할 60년’도 언제 어디서나 여러분과 함께할 것이라는 굳은 약속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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