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ris’냐 Harris’s냐... 미국은 지금 ‘소유격’ 논쟁 중
200년 전통 웹스터 사전까지 등판
NYT “‘어포스트로피(’)의 날 앞두고 중요한 논의”
“해리스와 월즈가 우리를 어포스트로피(’) 지옥(hell)에 몰아넣었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러닝메이트로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를 선택한 지난 6일. 에릭 투르케위츠란 한 뉴요커가 X(옛 트위터)에 이런 글을 올리며 “당신은 발음할 수 있는가” “이제 우리에게 ‘어포스트로피 지옥(apostrocolypse·어포스트로피와 대재앙의 합성어)’이 시작됐다”고 했다. 이 남성이 쏘아 올린 공은 미국을 대표하는 200년 전통의 메리엄 웹스터 영어사전을 소환했고, 나흘 뒤 뉴욕타임스(NYT)도 이 문제를 진지하게 다뤘다. 미국 유권자들이 강제로 ‘문법 공부’를 하게 된 사연은 무엇일까.
이 모든 논란은 해리스(Harris)와 월즈(Walz)의 이름 때문에 비롯됐다. 후보의 공약, 발언 등을 취재해 기사를 쓰다보면 소유격(문장에서 명사나 대명사가 누구 소유인지 나타내는 문법 용어)을 쓰게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우리 영어 교육에선 소유격 표시를 위한 ‘어포스트로피-s(’s)’가 ‘s’로 끝나는 단어 뒤에 붙을 경우 부호 뒤 s는 생략하는 것으로 가르친다. 미국 언론인들의 기사쓰기 교본으로 통하는 AP 스타일북을 보면 “단수 고유명사의 소유격에는 어포스트로피만 있으면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경우 ‘Harris’’라 쓰면 된다. 반면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와 반대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단수 소유격에는 s를 붙이고 복수 소유격(-s, -es, -ies)에는 어포스트로피만 붙일 것을 요구한다. ‘Harris’s’로 쓰라는 얘기다.
s로 끝나는 단어에 어포스트로피를 사용하는 문제에 보편적인 정답이 있기 보단 일관성을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이 문법을 연구해온 학자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영문법을 주제로 칼럼을 써온 제프리 바그는 NYT에 “보편적인 규칙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틀렸거나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소셜미디어에 던져진 질문에 네티즌들은 저마다 정답을 찾기 시작했고 이내 혼란에 빠졌다. 해리스와 월즈에 모두 ‘어포스트로피-s(’s)’를 붙일 경우 발음(“해리스스 월즈스”)을하기 매우 까다로워진다는 점도 지적됐다. 그러자 메리엄 웹스터 영어사전 X 계정은 해리스·월즈의 이름은 언급하지 않은 채 “이름이 s나 z로 끝난다면 ‘어포스트로피-s(’s)’를 붙이거나 그냥 어포스트로피만 붙이면 된다”고 정리했다. 사전은 “‘어포스트로피-s(‘s)’가 조금 더 일반적인 선택이기는 하다”고 했다.
성씨가 각각 p와 e로 끝나는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부통령 후보 J D 밴스 상원의원은 이런 고민이 없다. 영국 ‘어포스트로피 보호 협회’의 밥 맥칼든은 NYT에 “해리스의 소유격에 어포스트로피를 붙이면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냐 반문하고 싶다”며 “어포스트로피만 사용하고 s까지 포함하지 않으면 이름이 제대로 흐르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해 5월 있었던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대관식 때도 영국 가디언과 WP 등 영미 언론들은 대관식을 ‘Charles’s Coronation(찰스스 코로네이션)’이라 표기했다. 마침 15일이 국제 어포스트로피의 날인데 NYT는 “이번 담화는 어포스트로피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시점에 이뤄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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