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정부가 국가 의사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 마련돼야”

무안=정승호 기자 2024. 8. 14.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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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8기 반환점, 광역단체장에게 묻는다]
〈6〉 김영록 전남도지사
특별자치도 추진해 지방소멸 극복… 혁신 위해선 자치입법권 늘려야
전남도, 재생에너지 잠재량 1위…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지정 준비 중
민군공항 이전해 무안공항 활성화… 광주시장-무안군수와 3자 회동 논의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소멸을 해결하는 데는 지방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독일 연방·주정부 모델처럼 자치권과 재정권의 대폭적인 지방 이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무안=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전남특별자치도는 지방자치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권한을 위임받고 전국 시도에 확대 적용되는 선도적 사례가 될 것이다.”

김영록 전남도지사(69)는 12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소멸 위기를 근본적으로 극복하기 위해 전남특별자치도를 추진하고 있다”며 “사회보장제도, 김 양식장 면허 확대, 재생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치단체 권한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특별자치도란 관련 특별법에 따라 높은 자치권을 보장받는 구역으로, 자율적으로 정책을 결정할 수 있다. 김 지사가 특별자치도를 들고 나온 것은 전남이 지방소멸 최대 위기 지역이기 때문이다. 전국에서 인구 감소 지역이 가장 많으며 고령화율도 전국 1위다. 매년 수천 명의 청년이 빠져나가고 지역내총생산(GRDP) 유출도 심각하다. 김 지사는 “국회, 정부와 협력해 전남 특성에 맞는 특별자치도 지위를 연내에 확보할 수 있도록 힘을 쏟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지사와의 일문일답.

―특별자치도가 되면 뭐가 달라지나.

“전남도는 지방소멸 위기 극복을 위해 인구청년이민국을 신설하는 등 다양한 혁신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중앙정부에 자치권·재정권 등 권한이 집중돼 있어 자치단체가 주도적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데 한계가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도지사가 해상풍력 허가권을 보유해 다른 시도보다 관련 정책이 앞서 있다. 재생에너지 잠재량 전국 1위인 전남도 미래 에너지 시대를 대비해 도지사가 3MW 이상의 풍력발전기를 주도적으로 세울 수 있어야 한다. 농지 전용, 대규모 산업단지·관광단지 개발 권한도 주도적인 지역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 특별법이 국회에 발의됐는데 저출생 대응 사회보장제도 신설·변경, 소규모 관광지 개발을 위한 투자진흥지구 지정, 환경오염시설 통합관리 권한 등의 특례가 포함되도록 노력하겠다.”

―‘인구 대전환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기본소득사회 담론을 제시했는데….

“인공지능(AI) 시대가 도래하면서 노동력이 로봇과 AI로 대체되고 고용불안이 심화될 것이다. 이에 국민의 삶의 질 안정과 빈부격차 해소에 효과가 있는 기본소득사회를 준비해야 한다. 전남도·시군 출생기본수당 조례가 통과되면 2025년 1월부터 지급된다. 1세부터 18세까지가 지원 대상이다. 19세 이상 성인에게는 민생기본소득 개념을 도입해 월 또는 분기별로 지원해야 한다고 본다. 성인 지원책의 경우 전남만으로는 어려움이 있어 국가적 차원에서 함께 추진돼야 한다.”

―지방시대 신성장거점이 될 기회발전특구에 전남이 최다 지정됐다.

“두 달 전 3개 지구, 5개 산업, 412만5000㎡(약 125만 평)가 지정됐다. 전남의 미래 첨단전략산업이 본격적으로 도약할 수 있는 교두보가 마련된 셈이다. 목포·해남 해상풍력, 해남 데이터센터, 광양만권 이차전지 클러스터, 여수 수소산업, 순천 문화콘텐츠 등 5개 산업을 적극 지원하고 포스코퓨처엠, 롯데케미칼 등 앵커기업을 중심으로 대규모 투자유치로 이어지도록 개발을 서두르겠다. 2025년에 있을 2차 지정도 철저히 준비하겠다.”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선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분산에너지는 전기를 생산한 지역에서 소비하는 것으로, 대규모 송전 설비나 발전소를 최소화할 수 있고 전력공급 안정성과 송전 비용 절감에 유리하다. 6월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시행돼 산업부에서 특화지역을 공모할 계획이다. 전남은 재생에너지 설비용량과 잠재량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분산에너지의 최적지다. 6개 시군에 7대 분산에너지 비즈니스 모델을 선제적으로 발굴해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지정을 준비 중이다. 이를 통해 전남산 신재생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글로벌 기업을 대대적으로 유치하고 대한민국의 에너지 수도로 도약하겠다.”

―국립의대 공모를 준비 중인데 향후 계획은….

“의대 신설 대학을 정해 달라는 정부의 요청에 따라 정부 추천대학을 선정하기 위한 공모를 진행 중이다. 설립방식선정위원회, 사전심사위원회, 평가심사위원회를 거쳐 10월까지 전남권 의대 신설 대학을 정부에 추천하는 것이 목표다. 2026학년도 전남권 국립의대 개교를 위해서는 이 일정에 맞춰야 한다. 단계마다 대학과 이해관계자를 배제하고 독립된 전문가위원회를 구성해 공정성을 꾀하겠다. 목포대와 순천대가 공모에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미선정 대학과 지역에 대해서도 선정된 지역에 버금가는 의료혜택과 지원책을 마련하겠다.”

―현안인 광주 군(軍)공항 이전은 어떻게 돼 가나.

“전남 서남권 발전을 위해서는 광주 민간·군 공항 동시 이전을 통해 무안국제공항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전남도는 무안국제공항을 중심으로 ‘RE100 국가산단’을 조성하고 호텔, 카지노, 컨벤션센터를 포함한 무안공항 관광 및 국제물류특구 등 미래형 신도시를 개발하겠다는 청사진을 가지고 있다. 최근 광주광역시장·전남 무안군수와 3자 회동을 가졌다. 무안국제공항 문제가 서남권 발전의 핵심임을 인식하고 서로의 입장을 진솔하게 밝힌 의미 있는 자리였다. 그러나 최종 합의에 이르지는 못해 추석 이전에 2차 회동을 추진할 계획이다.”

―광역자치단체장 직무수행평가(리얼미터)에서 계속 1위를 하다가 최근 3위를 했는데….

“22개월간 최상위를 유지한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 앞으로 더 소통하고 잘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초심을 잃지 않고 실사구시, 현장행정, 도민제일주의를 실천하며 적극 소통하고 활기찬 도정을 만들겠다. 평가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굳건하고 넓은 시각으로 지역발전을 위해 할 일을 하겠다.”

―윤석열 정부에 바라는 게 있다면….

“지방 고유 사무는 지역 특성에 맞게 추진할 수 있도록 법령 기준을 조례로 대폭 위임해 자치입법권을 늘리고 국가의 사전 승인을 최소화해야 한다. 따라서 지방중소벤처기업청 등 특별지방행정기관을 지방으로 이관해야 한다. 현재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대통령과 지역 현안을 논의하지만 지방정부가 국가 의사결정 과정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제도는 부족하다. 협력회의 논의사항도 실무협의회에서 채택되지 않고 중앙부처 검토만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지방정부는 국회에 법률안을 제출할 권한이 없어 지방의 절박한 목소리와 현장 애로사항이 정부 정책에 반영되기 어렵다. 지방정부가 국가 의사결정 과정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

김영록 전남도지사 프로필
△전남 완도
△광주일고, 건국대 행정학과
△미국 시러큐스대 맥스웰대학원 행정학 석사
△제18, 19대 국회의원(2008∼2016년)
△2016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
△2018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무안=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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