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본 파도, 다가가니 사람의 물결

김민 기자 2024. 8. 14.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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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보면 캔버스 위에 파도가 덮친 듯 소용돌이가 휘몰아친다.

가까이 가서 보면 세밀하게 붓을 움직여 만든 사람들의 형상이 보인다.

어린 시절을 미국 알래스카주 해안에서 보내고, 학비를 벌기 위해 500t급 선박 항해사 면허를 따 선원으로 일했던 작가 카일리 매닝(41)은 자신이 나고 자란 바다와 그에 얽힌 기억을 그림으로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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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여성화가 매닝, 항해사 경험 담아
스페이스K 서울서 국내 첫 개인전
돌 무더기를 뜻하는 제주 방언에서 제목을 딴 작품 ‘머들’. 스페이스K 제공

멀리서 보면 캔버스 위에 파도가 덮친 듯 소용돌이가 휘몰아친다. 가까이 가서 보면 세밀하게 붓을 움직여 만든 사람들의 형상이 보인다. 어린 시절을 미국 알래스카주 해안에서 보내고, 학비를 벌기 위해 500t급 선박 항해사 면허를 따 선원으로 일했던 작가 카일리 매닝(41)은 자신이 나고 자란 바다와 그에 얽힌 기억을 그림으로 남긴다. 그의 국내 첫 개인전 ‘황해’가 9일 서울 강서구 스페이스K 서울에서 개막했다.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작가는 “바닷가에서 자랐고, 가족들이 서핑을 즐기며, 어업에 종사하면서 학비를 댔기 때문에 바다는 나에게 아주 친밀한 공간”이라고 말했다. 바다의 밀물과 썰물이 오고 가며 남는 본질적인 것을 작품에서 다루고자 하는데, 서해의 조수 간만의 차가 9m에 달한다는 사실이 인상 깊어 전시 제목을 ‘황해’라고 정했다고 작가는 설명했다. 전시장에서는 최근 작품 20여 점을 볼 수 있다.

특히 얇은 실크에 그려 전시장 한가운데 매단 대형 회화 3점이 눈길을 끈다. 작가는 “부모님이 예술 교사여서 어릴 때부터 미술 작품을 자연스럽게 접했다. 한국인 관객과도 이런 경험을 공유하고 싶었다”며 “눈을 감고 실크 천 사이를 오고 가며 자연스럽게 감각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크 회화들은 폭이 5.5m인데, 그 사이를 잘라 그림의 한가운데를 관객이 걸어서 지나갈 수 있다.

그는 “그림의 높이가 7m인데 나무가 태양으로 뻗어 나가는 듯한 느낌을 자아내고 싶었다”며 “그림을 매다는 구조물은 미술관 천장의 아치형 벽과 어울리도록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이즈는 매우 커서 시끄러운 것 같지만 얇은 실크 천으로 돼 있기에 하늘거리고 고요한 느낌도 난다”며 “서로 다른 감각이 어우러지도록 연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림 속 인물들은 무엇을 뜻하는 걸까. 작가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할 때는 구체적인 상황을 생각하지만 그것을 보편적인 이야기로 확장하려고 노력한다”며 “보는 관객이 자유롭게 감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만 그림 속 인물들이 편안한 자세에 있는 것처럼 보이려 표현한다는 설명은 덧붙였다.

작가는 “내가 현실에서 보는 여러 사람은 훨씬 더 다양한 아름다움을 갖고 있다”며 “여러 인물이 한 가족처럼 바다에 함께 머무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11월 10일까지.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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