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러시아-이란의 군사협력과 북-러 협력의 미래

경기일보 2024. 8. 14.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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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유럽 및 중동 갈등의 한복판에 있는 러시아와 이란의 군사협력은 현재 국제 정세의 주요 변수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뿐만 아니라 중동 및 유라시아의 정세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들의 협력은 북-러 군사협력의 구도와 일정한 유사성을 갖고 있다. 러시아와 이란의 협력을 통해 보다 확장적으로 가시화될 북-러의 군사협력을 예측해 볼 수 있을 것이다.

1990년대부터 2022년까지 러시아는 이란에 지상, 항공우주, 해군 분야에 걸쳐 중요한 군사 지원을 해 왔다. 특히 탱크, 장갑차, 대전차미사일, 전투기, 헬리콥터, 지대공미사일 등 다양한 재래식 무기를 포괄했다. 그런데 2022년 2월 이후 러시아와 이란의 군사협력은 양적, 질적으로 도약했다. 전자전, 우주, 사이버 등으로 협력 분야도 확대됐다. 2022년 8월 이란은 러시아와의 협업으로 ‘하이얌’ 정찰·관측용 위성을 발사했고 그해 12월에는 이란의 우주 프로그램 지원을 약속하는 협정을 체결했으며 2024년 2월에는 이란의 지형을 500㎞ 상공에서 스캔할 수 있는 연구용 위성을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발사했다. 또 러시아의 시리아 내전에서의 전자전 경험을 토대로 GPS 교란 재밍 기술을 이란에 지원했다. 여기에 야크-130 훈련기와 같은 재래식 무기 지원도 이뤄졌다.

한편 이란은 러시아에 포탄, 탄약, 대전차로켓, 박격포 포탄, 활공폭탄 등 우크라이나 지상전에 필요한 무기들을 지원해 왔다. 특히 이란제 드론과 드론 기술은 우크라이나 전장에 미치는 영향의 측면에서 국제적으로 상당한 주목을 받아 왔다. 2024년 5월 현재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에 최소 4천대의 이란산 샤헤드 드론을 발사했다. 이란은 또 제재를 우회하거나 대응하는 방법을 러시아와 공유하는 등 비군사적 지원도 해 왔다. 2023년 12월에 미국의 제재에 공동 대응하는 선언문에 서명하기도 했다.

러시아와 이란의 협력은 우크라이나전쟁을 통해 새로운 단계로 진입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반미 코드의 공유가 양국 협력을 강화하는 기제로 작용하고 있다. 과거 러시아는 미국과 서방의 압력, 국제적인 비확산 규범 및 수출 통제 체제 준수, 이란의 무기 대금 능력, 중동 국가들과의 관계, 양국 간의 역사적 불신 때문에 협력을 의식적으로 제한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이것을 뛰어넘는 새로운 단계에 진입해 있다.

물론 양국의 군사협력이 전면적이라고 보긴 어렵다. Su-35와 같은 첨단 전투기, S-400과 같은 첨단 대공미사일 등 이란이 강력하게 원하는 무기의 지원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리고 공급과 지불에서 갖는 신뢰의 문제, 첨단 무기 지원 따른 중동 국가들과의 관계 변화, 첨단 기술 이전이 가져올 파급 영향 등은 러시아의 주요 고민으로 남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국은 군사협력을 촉진·조정하는 메커니즘을 강화하고 있다. 2022년 2월 이후 양국 국방 분야 고위급 교류가 대폭 증가했다. 새로 들어선 이란 대통령 및 내각이 안정화되면 향후 협정을 통해 무기의 공동생산과 수송·무역 관련 인프라 확충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구도라면 우크라이나전쟁이 끝나도 양국의 군사협력 관계는 계속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양국 모두 미래의 군사적 상황에 대한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란은 최대한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항할 수 있는 항공우주, 미사일 방어, 장거리 공격, 대함미사일 및 드론 등에서 러시아와의 협력이 필요하다. 또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을 바탕으로 레바논 헤즈볼라, 예멘 후티, 이라크 민병대에 대한 지원을 유지하고 이란의 위상을 제고하는 데 이해가 있다. 러시아는 장거리 타격, 방공, 해군 능력 모두에서 완전한 시스템 또는 기술 이전, 작전 지식 공유 등을 해 줄 수 있는 국가다. 러시아는 그 대가로 우크라이나에서의 군사작전에 필요한 탄약, 드론, 미사일 등을 제공받을 수 있다. 전쟁 이후에는 러시아의 소모된 무기와 군수품 재고를 보충하기 위해 이란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대러시아 제재를 우회하는 무기 부품 공급 루트로 이란의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다.

한편 북-러 군사협력은 러시아-이란 협력과 복사판처럼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9월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의 정상회담 이후 올해 6월 정상회담을 통해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협정을 체결하며 협력을 공식 메커니즘화하고 있다. 군사정찰위성을 비롯한 우주개발 분야, 중장거리 미사일 다탄두화, 대공미사일, 해군·공군의 현대화, 무인공격·정찰기 등 북한과 러시아와의 협력 가능성이 높은 분야들은 이미 러시아-이란 군사협력과 오버랩되는 분야다. 최근 잦아진 북한의 GPS 교란 및 재밍 역시 포함될 수 있다. 러시아와 이란의 협력을 조금 앞선 북-러 협력의 미래로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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