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아이언샷에 벌써 3승… “도전, 대상”
2019년 데뷔 작년까지 5년간 4승… 시즌 앞두고 ‘당겨치는 버릇’ 고쳐
그린 적중률, 53위서 4위로 껑충… 다승-상금-대상 포인트 모두 1위
박현경(24)은 지난해 10월 29일까지 ‘준우승 전문가’라는 별명으로 불리곤 했다. 2년 5개월 27일 동안 우승 없이 준우승만 9번 차지해 생긴 별명이었다. 그러다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 정상에 오르면서 910일 만이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통산 4번째 우승 기록을 남겼다.
올 시즌에는 전반기에만 3승을 거두면서 ‘큐티풀(큐트+뷰티풀) 현경’이라는 별명을 되찾았다. 2019년 KLPGA투어에 데뷔한 박현경이 한 시즌에 우승 트로피를 3번 들어 올린 건 올해가 처음이다. 박현경은 상금(9억1860만 원)과 대상 포인트(370점) 순위에서도 모두 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박현경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한 가지는 아이언 샷이 정말 좋아졌다는 것”이라며 “이번 시즌 퍼팅에 애를 먹는데도 성적이 좋은 건 그린 적중률이 올라간 덕분”이라고 했다. 박현경의 평균 퍼팅 개수는 지난해 4위(29.42개)에서 올해 42위(29.98개)로 내려갔다. 반면 그린 적중률은 53위(68.84%)에서 4위(78.47%)로 올랐다. 박현경이 그린 적중률 톱10에 이름을 올린 건 KLPGA투어 데뷔 후 올해가 처음이다.
박현경은 “긴장하면 아이언 샷을 하면서 왼쪽으로 공을 당겨 치는 버릇이 있었다. 알면서도 잘 고쳐지지 않던 버릇이었다. 이번 시즌 개막 전 겨울 훈련 기간에 이 버릇을 확실히 고치려 노력한 게 효과를 보고 있다”면서 “아이언 샷이 좋아지니 그린에서 찬스를 만드는 횟수가 늘어나 자연스럽게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현경은 두산 매치플레이 대회에서 올 시즌 첫 승을 거뒀다. 그리고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과 맥콜·모나 용평 오픈에서 2주 연속으로 연장 승부를 치러 우승 트로피를 따냈다. 연장전도 선수들끼리 같은 홀에서 외나무 다리 승부를 벌이는 방식이라 홀마다 승패가 나오는 매치플레이와 기본적으로 성격이 같다.
박현경은 “시즌 초반 퍼팅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매치플레이는 타수를 잃어도 1패만 기록하면 되니까 자신 있게 퍼트할 수 있었다. 두산 대회가 터닝 포인트가 된 이유”라면서 “연장전도 나 아니면 상대 선수가 우승하는 50% 승부다. 이런 특성이 내게 심리적인 안정감과 자신감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현경은 프로 데뷔 후 연장전을 5번 치러 4번 승리했다.
이예원(21)과 시즌 다승 공동 1위로 휴식기(지난달 15∼28일)를 맞은 박현경은 말 그대로 ‘잘 쉬면서’ 이 기간을 보냈다. 박현경은 “후반기는 체력전이다. 휴식기에 몸이 굳지 않게 스트레칭을 하고 마사지를 꾸준히 받으면서 체력 관리를 했다”면서 “시즌이 끝나면 몸무게가 4kg 정도 빠지더라. 올해는 그러지 않도록 영양 관리를 전담해주시는 트레이너 도움도 받고 있다”고 했다.
박현경의 이번 시즌 최종 목표는 ‘대상’이다. 2020년 공동 다승왕(2승)이 KLPGA투어 데뷔 후 유일한 개인상 수상 기록인 박현경은 “화려한 업적을 세우는 것보다 꾸준하게 좋은 성적을 내는 게 더 좋다. 그래서 1년 동안 기복 없이 꾸준한 성적을 내야만 받을 수 있는 대상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박현경은 후반기 첫 대회였던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를 공동 13위로 마치며 대상 포인트 추가에 실패했다. 그사이 윤이나(21)가 이 대회 우승으로 대상 포인트 70점을 받으면서 총점 315점으로 박현경을 55점 차로 추격했다.
박현경이 16일부터 열리는 더헤븐 마스터즈 챔피언에 오르면 대상 포인트 70점을 받아 대상 경쟁에서 앞서갈 수 있다. 더헤븐 마스터즈는 올해 신설된 대회다. 박현경은 ‘급할 게 없다’는 자세로 이번 대회에 참가한다.
박현경은 “다른 선수에 대해 경쟁 의식을 느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유는 나를 위해서다. 나는 누구를 의식하고 경쟁하는 성격이 아니다. 골프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기 때문에 나만 잘하면 되는 거다. 누구와 경쟁한다면 오히려 골프가 잘 안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훈 기자 h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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