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급성장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 '명암'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 알테쉬(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가 급성장 중이다. 지난해 전 세계 국제 전자상거래 1위는 미국 아마존으로 점유율이 24%였다. 하지만 2, 3, 4위를 차지한 알리익스프레스, 쉬인, 테무의 점유율은 각각 16%, 9%, 7%에 달했다. 국내에서도 이용자 기준 쿠팡에 이어 알리익스프레스가 2위, 테무가 3위에 올랐다. 초저가, 전방위 광고, 무료배송 등을 앞세운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들이 급부상하면서 과연 우리나라 플랫폼에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

알테쉬의 급부상은 쉬인의 비즈니스모델 실험이 성공하면서 시작됐다. 2008년 창업한 쉬인은 자라와 같은 패스트패션(Fast fashion)에서 영감을 얻어 매장을 직접 운영하며 옷 판매정보를 활용해 패스트푸드처럼 저가에 의류를 단기간에 세계적으로 생산하고 판매하는 사업모델을 더욱 빠르게 구현했다. 구체적으로 시험판매 후 최소 생산규모를 기존 500벌에서 100벌 수준으로 낮춰 패션디자인부터 유통까지 기간을 14일에서 7일로 단축하고 재고를 크게 줄임으로써 초저가 패션을 실현했다.

테무의 중국 모회사 핀둬둬는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급성장하던 중 쉬인의 비즈니스모델을 공산품 및 전자제품으로 확대적용했다. 때마침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관세를 크게 올리고 800달러 이하 직구 전자상거래에 대해 면세정책을 펼치자 중국 정부는 수출 전자상거래에 대한 세금을 인하하는 특혜를 부여했다. 또한 내수진작을 위해 농촌 및 2, 3선도시에 보조금을 지급하며 전자상거래 규모를 확대했다. 핀둬둬는 데이터 분석을 통해 물량을 예측하고 초저가 상품을 제조업체로부터 100% 직매입하는 전략으로 알리바바를 위협할 만큼 성장했다. 핀둬둬가 빠르게 수백만, 수천만 개의 주문물량을 예측할 수 있으니 초저가에도 생산업체가 생산·판매에 뛰어드는 모델이 가능해진 것이다. 알리바바는 이에 대응해 알리익스프레스에 '초이스'라는 위탁운영 모델을 도입했다.

2022년 9월 핀둬둬는 중국에서 검증된 비즈니스모델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진출을 위해 테무를 설립했다.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적극적인 초저가 마케팅을 통해 50여개국에 진출했고 스페인, 네덜란드, 브라질, 멕시코, 미국, 이탈리아, 독일 등 주요 국가에서 이용자가 급증했다. 불과 2년 만에 테무는 전 세계 전자상거래 지형을 바꿀 만큼 엄청난 규모로 성장했다.

물론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급성장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제품의 품질에 대한 불만, 저작권 침해혐의, 직원들의 극심한 초과근무, 모바일앱의 개인정보 유출 등 문제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미중 무역갈등 속에서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글로벌 플랫폼이라는 점은 국내 토종 플랫폼에 큰 위협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몇 주 전에 열린 중국 3중전회에서 '신품질 생산력'을 강조하며 "지역 여건에 따라 신품질 생산력 시스템과 메커니즘을 개발하고 실물경제와 디지털경제의 심층통합을 촉진하는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최근 학계에서 '국가 플랫폼 자본주의'(State Platform Capitalism·SPC)라는 개념이 제시됐다. 온라인 플랫폼이 경제 및 정치적 도구로 사용되면서 국가가 경제활동을 주도하는 체제를 의미하며 SPC는 기존 산업구조를 변화시키고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경제활동을 중개하고 조정하는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이다. 미중 경쟁격화 속에 각국은 국내 플랫폼기업을 통해 경제적·정치적 목표를 추구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한다. 유럽연합은 '디지털시장법'(Digital Market Act)을 도입했고 일본은 행정지도를 통해 라인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등 글로벌 플랫폼 경쟁이 치열해졌다. 급변하는 글로벌 플랫폼 환경에서 우리나라도 국내 플랫폼기업을 위한 국가적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