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에 이승만기념관....“번영의 초석인 한미동맹의 땅”
국민 모금 운동을 통해 이승만대통령기념관 건립을 추진해 온 이승만대통령기념재단(이승만기념재단)이 13일 기념관 후보지로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옆 부지(용산동 6가 168-6)를 선정했다. 이승만기념재단은 이날 임시 이사회를 열고 기념관 건립 부지 선정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이승만기념재단은 2027년 기념관 완공·개관을 목표로 올 하반기 중 건축 설계 공모에 들어갈 계획이다.
재단이 이승만기념관 건립 부지로 선정한 곳은 국립중앙박물관 옆 공터다. 재단 측은 “주한 미군 기지에서 용산공원으로 변모하는 이 일대가 한미 동맹 체결로 대한민국의 번영을 위한 초석을 닦은 이 전 대통령을 기리기에 적합한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 부지가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한글박물관, 전쟁기념관 인근에 있어 관람객 유입에도 효과적이란 점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황식(전 국무총리) 재단 이사장은 “기념관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건축물이자 국민 누구나 향유하는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이승만기념재단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주축으로 한 대한민국의 기틀을 마련한 초대 대통령 이승만의 사상과 업적을 발전적으로 계승하고 미래 세대에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역사를 전수하겠다는 목표로 작년 6월 발족했다. 이후 재단은 “국민 손으로 짓는 기념관을 세우겠다”며 작년 9월 범국민 모금 운동에 들어갔고 작년 11월 부지선정위원회(위원장 손병두)를 꾸리고 서울 시내 10여 곳을 후보지로 검토해왔다. 이 과정에서 건축가와 학예 전문가, 관계 기관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자문 위원 의견을 듣고 역사성과 접근성, 사업성 등을 고려해 이날 국립중앙박물관 옆 부지를 후보지로 최종 선정한 것이다.
이승만대통령기념재단은 이승만기념관 건축 부지 선정과 관련해 이 전 대통령이 한국 근현대사에서 갖는 의미와 위상을 상징할 수 있는 곳을 물색해왔다. 이 전 대통령은 조선 왕정 시대에 태어나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꿈꿨고, 평생 독립운동에 투신했으며,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한 대한민국의 기틀을 다진 초대 대통령이라고 평가받는다. 그런 이승만 정신을 기념비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곳을 서울 용산이라고 재단 측은 판단한 것이다. 부지선정위원장을 맡은 손병두 전 서강대 총장은 “용산 부지 주변엔 대중교통 노선이 잘 갖춰져 있어 시민들이 쉽게 방문할 수 있고, 주차 공간도 충분해 시설 측면에서도 기념관 건립을 위해 가장 이상적인 조건”이라고 했다.
재단 측이 이승만기념관을 건립하기로 한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옆 부지(서울시 용산구 용산동 6가 168-6)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시 등이 분할 소유하고 있다. 재단은 이른 시일 안에 문체부와 국토부, 서울시 등과 부지 확보 협의를 마무리하고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행정안전부에 기념관 건립 사업계획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재단 관계자는 “부지 선정이 사실상 마무리된 만큼 올 하반기 중 기념관 건축 설계 공모를 시작으로 건축에 들어가 2027년에 기념관을 열 계획”이라고 했다.
용산 일대는 1894년 청일전쟁 이후 일본군이 주둔하면서 병영(兵營)으로 변모했다. 1945년 일제 패망 후 미 보병 7사단이 ‘캠프 서빙고(Camp Seobinggo)’를 설치했다가 1949년 6월 말 철수할 때까지 사용하면서 미군과 처음 연을 맺었다. 이후 6·25전쟁이 터지고 국군의 작전지휘권을 유엔군사령관에게 이관한 이 전 대통령이 1952년 용산 기지를 미군에 정식으로 공여하면서 미8군사령부가 1953년 9월 용산 기지로 입주했다. 재단 관계자는 “용산은 일본군 기지에서 한미 군사 동맹의 거점으로 변모한 이승만 정신의 터전인 셈”이라고 했다.
재단은 기념관 건립 후보지 선정을 계기로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의 역사적 공과(功過)를 모두 끌어안고 국민 통합과 화합의 공간을 마련하자는 취지에서 기념관 건립에 더 많은 국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재단은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승만기념재단에는 박지만·노재헌·김현철·김홍업 등 전직 대통령 아들들과 4·19 혁명에 참여했던 이영일 전 의원, 주대환 죽산조봉암기념사업회 부회장 등이 건립 추진위원으로 참여했다. 정파와 진영을 초월하자는 기념관 설립 목적에 공감하고 힘을 보탠 것이다.
이 전 대통령 기념관 건립 사업은 ‘독립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전액 정부 예산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재단 측은 국민 참여 속에 사업을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고 범국민 모금 운동을 시작했다. 안중근·김구 기념관처럼 정부가 주도하면 기념관 건립 비용을 100% 댈 수 있지만, 그렇게 되면 기념관 명칭에서 ‘대통령’이란 직함을 빼야 하는 점도 고려했다. 이에 따라 재단 측은 기념관 전체 건립 비용의 30%만 국고에서 지원받고 나머지 금액은 국민 성금으로 조달하기로 했다.
재단 측은 작년 9월 320억원을 목표로 범국민 모금에 들어가 11개월간 7만8000여 명이 참여해 현재 132억여 원이 모금됐다고 밝혔다. 5000만원을 기탁한 배우 이영애씨를 비롯해 한국 근현대사의 아픈 기억을 공유하는 재일 교포들, 이 전 대통령이 독립운동을 펼치며 30년간 거주했던 미국 하와이의 동포들, 의병장 증손녀와 월남전 참전 용사, 영·호남 기업인 등 지역도 좌우도 없이 각계각층의 시민들이 기념관 건립 모금에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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