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 커진 두 개의 전쟁… 세계가 수렁 속으로
이란, 이스라엘 보복 초읽기... 걸프전 이후 중동 긴장 최고조
중동과 유럽에서 벌어지는 ‘두 전쟁’이 동시에 확전으로 치달으며 세계 정세가 격랑으로 빠져들고 있다. 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그 강도와 범위가 커지면서 양 진영으로 쪼개진 세계가 함께 휘말려 들어가는 상황이다.
중동에선 이란 및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의 반(反)이스라엘 무장 단체 헤즈볼라, 예멘 후티 등이 이스라엘을 곧 공격할 것이란 경고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지난달 말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암살된 후 이란 등은 이스라엘을 배후로 지목하고 보복을 천명해 왔다. 이스라엘 동맹국인 미국 국가안보회의(NSC)는 12일 “이란 혹은 그들의 대리인이 며칠 안에 이스라엘을 공격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에 대비해 핵 추진 미사일 잠수함을 중동에 추가 배치하고 F-35C 스텔스기(機)를 탑재한 항공모함 전단의 파견을 서두르고 있다.
한편 12일로 발발 900일을 맞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기습으로 오랜 교착 상태에서 벗어나 새 국면에 접어들 조짐이 보인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6일 동북부 국경을 넘어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로 진격하는 역습(逆襲)을 단행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 러시아 본토가 외국군에 점령된 것은 2차 세계대전(1939~1945)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여름 기대를 모았던 ‘대반격’ 실패 후 러시아군에 밀리던 우크라이나군의 예상 밖 선전(善戰)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러시아가 이에 강력한 대응을 천명하고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등 주요 도시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면서 전쟁이 다시 확장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2일 모스크바 외곽 노보오가료보에 있는 관저에서 열린 대책 회의에서 “분명하고 합당한 대응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이스라엘 및 두 전쟁 모두에 깊이 개입한 미국은 핵보유국이다. 냉전 종식 이후 크고 작은 분쟁이 이어졌지만 지금처럼 핵무기 보유국들이 직접 전쟁 당사자가 되어 총력·전면전 태세까지 간 상황은 드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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