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 커진 두 개의 전쟁… 세계가 수렁 속으로

파리/정철환 특파원 2024. 8. 14.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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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러시아 본토 첫 점령… 개전 900일 만에 전쟁 새 국면
이란, 이스라엘 보복 초읽기... 걸프전 이후 중동 긴장 최고조
우크라이나 국경과 인접한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 인근에서 11일 우크라이나 탱크가 포탄을 발사하는 장면이 러시아 국방부가 공개한 항공사진에 포착됐다. 지난 6일 국경을 넘어 반격에 나선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영토 1000㎢를 장악했다고 밝힌 데 이어 더 깊숙이 진격할 수 있도록 무기 사용을 승인해달라고 서방에 요청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중동과 유럽에서 벌어지는 ‘두 전쟁’이 동시에 확전으로 치달으며 세계 정세가 격랑으로 빠져들고 있다. 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그 강도와 범위가 커지면서 양 진영으로 쪼개진 세계가 함께 휘말려 들어가는 상황이다.

중동에선 이란 및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의 반(反)이스라엘 무장 단체 헤즈볼라, 예멘 후티 등이 이스라엘을 곧 공격할 것이란 경고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지난달 말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암살된 후 이란 등은 이스라엘을 배후로 지목하고 보복을 천명해 왔다. 이스라엘 동맹국인 미국 국가안보회의(NSC)는 12일 “이란 혹은 그들의 대리인이 며칠 안에 이스라엘을 공격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에 대비해 핵 추진 미사일 잠수함을 중동에 추가 배치하고 F-35C 스텔스기(機)를 탑재한 항공모함 전단의 파견을 서두르고 있다.

한편 12일로 발발 900일을 맞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기습으로 오랜 교착 상태에서 벗어나 새 국면에 접어들 조짐이 보인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6일 동북부 국경을 넘어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로 진격하는 역습(逆襲)을 단행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 러시아 본토가 외국군에 점령된 것은 2차 세계대전(1939~1945)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여름 기대를 모았던 ‘대반격’ 실패 후 러시아군에 밀리던 우크라이나군의 예상 밖 선전(善戰)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러시아가 이에 강력한 대응을 천명하고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등 주요 도시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면서 전쟁이 다시 확장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2일 모스크바 외곽 노보오가료보에 있는 관저에서 열린 대책 회의에서 “분명하고 합당한 대응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이스라엘 및 두 전쟁 모두에 깊이 개입한 미국은 핵보유국이다. 냉전 종식 이후 크고 작은 분쟁이 이어졌지만 지금처럼 핵무기 보유국들이 직접 전쟁 당사자가 되어 총력·전면전 태세까지 간 상황은 드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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