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로] ‘포흐요이스 미스터리’ 언제 풀 건가
문 정부의 ‘북쪽 원전 추진’
한강 하구 해도·이스타機…
넘치는 의혹들 왜 안 밝히나
북한과 무슨 일을 해본 사람이면 모두 아는 경험칙이 있다. ‘공짜는 없다’는 것이다. 2000년 첫 남북 정상회담 ‘뒷돈’으로 4억5000만달러가 넘어간 것이 시작이다. 당시 정부 인사들은 “1달러도 안 줬다”고 했지만, 증거가 다 드러나 교도소에 갔다. 그 시절 대북 사업을 하려고 방북한 남측 기업인들은 ‘사업 담보비’ 명목으로 1만~5만달러를 내야 했다. 한때 우리 언론사들이 방북 경쟁을 벌이면서 뒷돈을 거액 지불한 것도 공공연한 비밀이다.
2007년 2차 정상회담에선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약속이 북에 준 선물이었다. 개성·신의주 철도와 개성·평양 고속도로 개보수, 조선협력단지 건설, 개성공단 2단계, 서해 경제특구 건설 등에 합의했는데 이행하려면 최소 수조원이 필요했다.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도 2019년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의 요청으로 쌍방울이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의 방북 비용을 대납했다는 것이다. 이산가족 상봉, 예술단 공연까지 전부 대가를 챙기는 것이 북한이다.
그런데 2018년 남북 쇼와 비핵화 사기극은 이상한 정황이 넘쳐나는데 밝혀진 것은 아직 없다. ‘포흐요이스(pohjois) 미스터리’가 대표적이다. 포흐요이스는 핀란드어로 ‘북쪽’이란 뜻이다. 2018년 4월 판문점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은이 만난 직후 산업부 공무원이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pohjois’와 파일명 ‘북원추(북한 원전 추진)’라는 문건을 만들었다. 이 공무원은 감사원의 월성 원전 1호기 감사 직전 ‘pohjois’와 ‘북원추’ 파일을 몰래 삭제한 뒤 이유를 추궁받자 “신(神)이 내려서”라고 답했다. ‘핀란드신이 강림하지 않고서야 아무도 모를 pohjois를 파일명으로 썼겠느냐’는 말이 나왔다. 뭔가를 숨기려 한 것이다.
‘pohjois’에는 북 신포에 원전을 건설하는 방안, 비무장지대에 원전을 짓는 방안, 신한울 3·4호기를 완공해 송전하는 방안 등이 담겼다. 그 무렵 김정은이 ‘건설 도중 폐기된 신포 경수로(원전) 현황을 점검하라’고 지시했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다. 신포에는 서훈 당시 국정원장이 근무한 적이 있다. 2019년 신년사에서 김정은은 이례적으로 “원자력발전”을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문 정부는 원전이 위험하다며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하려고 했다. 그래놓고 뒤로는 북에 핵무기 원료 생산이 가능한 원전을 지어주려 한 정황이 드러난 셈이다. 당시 문 정부는 ‘아이디어 차원의 내부 검토 자료일 뿐’이라고 했다. 어떤 공무원이 시키지도 않은 일을 문서로 작성하고 감사가 임박하자 몰래 지우기까지 하나.
2018년 3월 우리 예술단이 평양에 갈 때 문 정부가 띄운 전세기가 이스타 항공이었다. 이스타 창업주가 문 전 대통령 딸의 해외 이주를 도운 이상직 전 의원이다. 당시 전세기에서 ‘무엇’을 봤다고 증언하는 사람이 있다. 2019년 1월 문 정부는 ‘한강 하구 해도’를 북한에 넘겨줬는데 현재 3급 기밀로 지정돼 있다. 최근 북 주민이 걸어서 귀순해 온 강화도 일대 수심과 수초 등이 담겼다. 유사시 남침 안내도가 될 수 있는 지도를 넘긴 것인데도 아무 문제가 없나.
윤석열 정부가 출범했을 때 ‘대북 적폐’부터 청산하리라 기대한 국민이 많았다. 중국에 군사 주권을 포기하는 ‘사드 3불(不)’을 약속해 준 경위도 아직 미궁이다. 그런데 무슨 이유인지 ‘이적 행위’ 의혹을 밝히려는 모습이 안 보인다. 대통령실은 12일 안보실장과 국방장관 교체 배경으로 ‘외부 안보 위협’을 언급했다. ‘내부 위협’부터 정리하는 게 순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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