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끝났다. ‘연기 도사’들이 온다[스경연예연구소]
올림픽은 끝났다. 다시 한번 크게 출렁인 시청률 판도를 놓고 방송을 중단했던 작품, 새롭게 선보이는 작품들이 경쟁한다. 이 ‘드라마 전쟁’에 ‘연기 도사’들이 선두에 선다.
지난 12일(한국시간) 새벽 폐막식을 끝으로 2024 파리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파리올림픽은 애초 어려운 광고 환경에 적은 출전선수, 낮은 메달 전망 등으로 그 열기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예상 메달 5개를 넘어서는 13개의 금메달로 큰 성황을 이뤘다.
지상파를 포함한 대부분의 채널은 15일이 넘는 기간 드라마나 예능 콘텐츠를 쉬었다. 하지만 올림픽 폐막식이 있던 날짜가 12일 월요일이었다. 당장 12일 첫 방송을 하는 드라마부터 날을 벼른 방송사들의 고심이 엿보인다.
ENA는 새 월화극으로 ‘유어 아너’를 편성했다. 2017년 이스라엘에서 방송된 원작을 2020년 미국에서 리메이크했다. 한국판에는 표민수 감독이 크리에이터로 참여했다. 덕망있는 판사가 아들이 우발적인 교통사고로 살인을 저지르고, 그 피해자가 권력자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고 이를 은폐하려는 딜레마를 담고 있다.
뭐니 뭐니 해도 이 작품의 중심은 손현주와 김명민, 두 배우들이 잡는다. 손현주는 판사 송판호 역을, 2021년 ‘로스쿨’ 이후 3년 만에 안방에 복귀한 김명민은 기업가이자 권력자 김강헌을 연기한다.
드라마는 두 아버지가 부성을 걸고 서로를 적대하는 스릴러물의 틀을 갖고 있다. 연기대결은 불가피하다. 12일 공개된 첫 회에서 손현주는 아들 송영호(김도훈)이 저지른 우발적 살인에 치밀하게 은폐를 준비하다가도 양심에 가책을 느끼는 판사를, 김명민은 복수심에 불타는 야심가의 모습을 표현했다.
JTBC에는 지난 10일부터 새 주말극 ‘가족X멜로’가 선보인다. 이 작품에는 지진희, 김지수가 있다.
이 작품에서 지진희는 이혼 통보 후 다 나타나 애연(김지수)에게 재결합을 제안하는 아빠 변무진을 연기한다. 김지수는 전남편 무진이 졸부가 돼 돌아오자 딜레마에 빠지는 애연 역을 연기한다.
가족극과 멜로극이 뒤섞인 이 작품에서 ‘따뜻한 말 한마디’ 이후 10년 6개월 만에 재회했다. 멜로로 경력을 쌓은 후 최근 가족극의 분위기까지 잘 맞추고 있는 베테랑 두 배우라 앞으로의 전개에 관심이 모인다.
오는 14일 방송되는 KBS2 새 수목극 ‘완벽한 가족’에서는 김병철과 윤세아 콤비가 다시 만난다. 드라마는 누가 봐도 행복하고 완벽해 보이는 가족이 딸의 살인으로 인해 점점 서로를 의심하게 하는 상황으로 흘러가는 미스터리 스릴러 드라마다.
김병철은 비밀을 간직한 로펌의 변호사 아빠 최진혁을, 윤세아는 가족에 헌신적인 의사 출신의 엄마 하은주를 연기했다. 이들은 2019년 JTBC ‘SKY캐슬’ 이후 5년 만에 똑같이 부부 호흡을 맞췄다. 직업이 각각 법조인과 전업주부인 것도 똑같다.
김병철은 그동안 많은 작품에서 다양한 역할을 절묘하게 연기하며 ‘연기 차력사’라는 호칭을 얻었다. 그가 역시 오랜만에 부부 호흡을 맞추는 윤세아와 함께 어떤 호흡을 선보일지 관심을 모은다.
이 밖에도 지상파에서 인기를 끌어모으던 SBS 금토극 ‘굿파트너’의 장나라, tvN ‘손해 보기 싫어서’의 젊은피 신민아, 김영대, MBC 새 금토극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변요한 등도 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긴 시간 안방에서 큰 사랑을 받은 ‘연기도사’들의 존재가 눈에 띈다. 파리에서는 ‘스포츠’의 제전이 열렸다면, 이제 그 열기를 이어받아 안방에서 ‘연기’의 제전이 펼쳐진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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