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네도 반했던 ‘파리 대개조 사업’… 年 5000만 찾는 관광도시로[양정무의 미술과 경제]
1853년 파리 시장 된 오스만 남작… 중세→근대적 도시로 탈바꿈시켜
모네, 활력 넘치는 풍경 그려내… 이후 국제적 관광도시로 발돋움
연간 관광수입 49조원 세계 1위
원래 이곳은 참전 용사를 수용하기 위한 군병원이었으나, 후에 군사역사박물관 기능이 추가됐고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등 프랑스를 대표하는 장군들이 묻히면서 유서 깊은 장소가 됐다.
우리 양궁 선수들은 바로 이곳에서 숨 막히는 치열한 접전을 벌였고, 그때마다 배경엔 107m 높이의 웅장한 앵발리드 성당이 우리의 눈길을 끌었다. 황금으로 장식된 둥근 돔 지붕 앞에서 우리 선수들은 속속 금메달을 따냈다.
앵발리드를 뒤로하고 알렉상드르 3세 다리를 통해 센강을 건너가면 왼쪽에 그랑팔레(Grand Palais)가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1900년 파리 엑스포를 위해 지어진 대형 전시장으로 지붕이 모두 유리로 되어 있는 환상적인 곳이다. 이 건축물이 올림픽을 맞아 펜싱장과 태권도 경기장으로 변신하면서 우리 선수들의 기량을 돋보이게 해주는 화려한 무대가 되었다. 이뿐만이 아니라 센강과 에펠탑부터 콩코르드 광장까지 파리 곳곳에 경기장이 들어서면서 파리 전체가 올림픽 기간 동안 세계인의 주목을 한껏 받았다.
원래도 파리는 세계 최고의 관광도시였는데 이번 올림픽을 통해 그 지위는 한층 더 강화될 듯하다. 세계여행관광협회(WTTC)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파리의 연간 관광 수입은 360억 달러(약 49조 원)로 세계 1위 관광도시다. 2위는 베이징으로 326억 달러(45조 원)이고, 뉴욕은 6위 211억 달러(29조 원), 도쿄는 7위 180억 달러(25조 원)이다.
파리가 이렇게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데는 오랜 노력이 있었다. 특히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나폴레옹 3세가 1853년부터 시작한 파리 대개조 프로젝트를 다시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나폴레옹 1세의 조카였던 나폴레옹 3세는 파리가 프랑스 제국의 수도로 거듭나길 열망하면서 유능한 행정가 오스만 남작을 1853년 파리 시장으로 임명한다. 그는 나폴레옹 3세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파리를 낡고 더러운 중세 도시에서 근대적 도시로 탈바꿈시켰다.
19세기 중엽 벌어진 이 대대적인 도시재생 프로젝트 덕분에 파리는 곧바로 국제적인 관광도시가 된다. 1878년에 파리에서 열린 엑스포를 다녀간 관람객 수가 1200만 명에 이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랑스 혁명 100주년을 기념해 열린 1889년 엑스포는 관람객 수가 3200만 명, 새로운 세기를 기념해 열린 1900년 엑스포는 5200만 명에 이르렀다. 19세기 후반에 파리는 이미 초대형 국제 행사를 너끈히 치러낼 수 있는 근대적 도시가 된 것이다.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파리의 도시적 매력은 분명 크게 강화되었다. 그러나 이것이 파리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로 이어질지는 좀 더 두고 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파리는 관광객에게 지극히 이중적인 도시로 악명이 높기 때문이다.
파리를 직접 경험하면 낭만적인 파리에 대한 기대감이 현실과 너무 달라 괴리감까지 느끼는 경우가 많다. 여느 대도시처럼 파리의 뒷골목은 어둡고 칙칙하고, 지하철이나 카페에서 만나는 사람도 친절함과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기대감이 큰 만큼 실망이 커, 일종의 정신적 외상 수준에 이르러 ‘파리 신드롬(Paris syndrome)’이라는 용어가 있을 정도이다.
파리가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대대적으로 도시를 재정비한 것처럼, 외부인에 대한 파리의 인상도 더 업그레이드될지 지켜볼 일이다. 파리 신드롬은 옛말이 될 수 있을까.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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