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눈] 외국인 인력·청년 만족시킬 해법은
한국인 기피 업종에 취업 많지만
구직난 젊은층 분노 커지지 않게
양질의 일자리 확대 등 고민해야
국내 중소 사업장에 외국인을 고용하는 ‘고용허가제’가 도입된 지 올해로 20년째다. 2004년 8월17일 3167명이 고용허가제로 처음 입국한 이래 지난해까지 96만1347명이 일감을 찾아 한국에 들어왔다. 올해 입국 인원까지 포함하면 누적 입국자는 100만명이 넘는다.
외국인 취업자의 일터는 특히 공장과 같은 제조업, 식당을 포함한 음식·숙박업, 건설업에 몰려 있다. 요즘 한국 젊은이들이 기피하는 업종이다.
제조업 공장에서 젊은 한국인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이고, 외국인이 없으면 공장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는 뉴스는 더는 뉴스라고 할 수도 없다. 올해 6월 발생한 화성 배터리공장 참사 당시 숨진 23명 중 18명이 외국인이었던 건 이런 제조업의 현실을 새삼 확인시켜 준다.
정부는 올해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을 데려온 데 이어, 내년엔 1200명을 데려오겠다고 했다. 외국인 취업자는 10년 넘게 꾸준히 증가해 왔고, 앞으로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인구가 빠르게 감소하는 대한민국이 노동력을 유지하려면 은퇴연령을 높이거나 외국인 유입을 늘리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돼버린 이들 외국인 노동자를 바라보는 시선은 이중적이다. 이들을 필요로 하면서도 우리는 외국인 노동자를 하대하거나 이방인 취급하곤 한다. 외국인 범죄자 비율은 사실 한국인보다도 낮다. 다만 외국인이 저지른 범죄 중 강력 범죄가 많은 건 사실이다. 한국어가 서툴고 우리 문화에 익숙지 않은 것도 ‘그들과 우리’로 나뉘는 원인이 된다.
더 많은 노동력이 있어야 하는 현실에서 ‘그들’과 ‘우리’라는 구분을 희미하게 만들기 위한 노력은 외국인 노동자를 데려오는 것 이상으로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외국인이 늘어날수록 포비아는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한국은 더는 교과서에 나오는 단일민족국가가 아니다.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이미 십수 년 전에 우리나라에 단일민족국가 이미지를 극복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외국인 노동자가 늘어날수록 이들이 한국 사회에 반감을 갖지 않고 우리 사회에 동화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외국인의 급격한 유입이나 불법 입국을 막고 외국인과 한국인 모두를 대상으로 동질성 교육, 다문화 교류를 강화해야 하는 이유다.
외국인 노동정책과 함께 반드시 고민해야 하는 중요한 과제가 하나 더 있다. 경쟁에 대한 심리적 밀도를 줄이는 일이다. 외국인 노동력의 유입이 한국인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처럼 느껴져선 안 된다. 양질의 일자리가 늘지 않고 외국인 유입만 늘어난다면 사회 갈등은 커지게 된다.
지금도 취업과 결혼을 포기하고 미래를 포기한 젊은이들의 좌절과 분노가 작지 않다. 분노의 화살은 외국인을 포함한 약자를 겨냥하기 마련이다. 제조업 등 한쪽에선 노동력이 부족하다고 난리이지만, 한쪽에선 제대로 된 일자리가 없다고 하소연하는 게 우리 현실이다. 외국인 노동력 유입이 일부 기업을 살릴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한국인 노동자의 삶을 윤택하게 해주진 않는다.
외국인 노동자에게 점차 더 좋은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한국인들에게도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는 노동정책을 고민해야 한다. 외국인 노동력의 유입이 극단적 보수주의, 인종주의를 부르지 않도록 영국 브렉시트, 프랑스 이민자 시위 등의 사례를 치밀하게 연구하고 미래 노동환경에 대비해야 한다.
엄형준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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