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시선] ‘전기차 포비아’ 잠재울 안전대책 서두르자
탄소 감축 위해 부정적 인식 개선 나서야
최근 인천 청라 화재 사건으로 전기차에 대한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아파트 커뮤니티에서는 전기차 차주들과 일반 주민 간의 갈등이 많이 증가하고 있고, 이미 많은 공동주택 건물에서 전기차 주차를 금지하자는 지침이 나오고 있다. 한마디로 전기차가 위험하고 화재가 잘 난다는 인식이 국민에게 생긴 것이다.
소방관 출신 오영환 의원실이 2023년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3년 5월까지 집계된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내연기관차 화재 발생 건수는 각각 124건, 151건, 2만3235건이다. 물론 전기차가 늘면서 화재 건수는 매년 늘어나고 있지만 차량 10만대당 화재율은 내연기관차 1.5%, 하이브리드 3.4%, 전기차 0.03%로 현저하게 낮은 편이다.(출처 미국연방교통위원회)
이런 현황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와 충청남도는 배터리 용량이 90% 미만 차량만 지하주차장 진입을 허용한다는 정책을 발표하고 정부 역시 실효적인 대책보다는 ‘언 발에 오줌 싸기’ 같은 방안만 내놓고 있다. 종합대책도 사고 한 달이 지난 9월 초에나 나올 예정이다.
현재 가장 필요한 정책은 배터리 실명제와 전기차 충전기 주변 소방시설 점검일 것이다. 배터리 실명제는 해당 차량에 사용된 배터리의 제조사를 명시하는 정책이다.
전기차 충전기 주변 소방시설 점검도 꼭 필요하다. 충전 시 화재 위험이 높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충전기 주변의 소방시설이 미비하지 않은지 점검하는 것이야말로 직접적인 화재 예방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또 소방시설이 잘 갖춰져야 전기차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의 전기차에 대한 신뢰도 높일 수 있다.
여기에 전기차 차량 제조사의 경각심과 시설 관리자, 전기차 차주들의 세심함도 필요하다.
전기차에는 기본적으로 배터리를 관리하는 BMS(Battery Management System)가 들어가 있다. 배터리에 이상이 생기면 차량 소유주의 휴대전화로 바로 알리는 기술은 이미 보편화 되어 있는 만큼 향후 국내에서 출시하는 전기차는 이 기술이 모든 차량에 들어가게 의무화해야 한다.
이와 함께 이번 일을 계기로 전국의 스프링클러를 재점검하여 몇 년 전 발생한 천안 지하주차장 사고(차량 660대 전소)나 이번 청라 화재사고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전기차를 타는 이유는 미래 세대를 위한 탄소배출 감축을 위한 노력이다. 환경부의 탄소성적표지 정책에 따르면, 전기자동차는 내연기관 자동차와 비교하여 총 탄소 배출량이 약 25%, 주행 시 탄소 배출량은 약 30% 적다. 이미 오래전부터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여러 선진국은 의무적으로 탄소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탄소세, 탄소배출거래제, 탄소국경조정제도 등을 시행함으로써 에너지 절약 유도 및 친환경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2015년부터 탄소배출거래제를 실시해 간접적으로 규제를 하고 있다.
심지어 노르웨이, 네덜란드, 영국, 독일, 스웨덴, 덴마크, 프랑스, 미국(캘리포니아) 등에서는 2025~2035년에 내연기관차 신차 판매가 전면 금지된다.
전 세계가 달려가고 있는 탄소 중립이라는 목표를 향해 이번 사고 관련 대책은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화재 방지는 물론 전기차를 향한 부정적 인식 개선을 위해 정부가 본격적으로 나설 상황이 된 것이다.
김성태 한국전기차사용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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