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복권 반대’ 각 세운 한동훈…“용산과 깊은 골 재확인”

선담은 기자 2024. 8. 13.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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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 사면논란 일단락…한동훈 득실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오른쪽)가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열린 4선 의원들과의 오찬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윤석열 대통령이 김경수 전 경남지사 복권을 재가한 직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기자들 앞에서 내놓은 첫마디는 “공감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분이 많을 것 같다”였다. 기자들이 ‘대통령의 고유 권한을 존중한다는 의미로 해석하면 되느냐’고 거듭 묻자 한 대표는 “그냥 말씀드린 대로 해석해달라”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윤-한 갈등’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한 대표가 마지막까지 김 전 지사 복권에 반대하며 윤 대통령과 각을 세운 이유는 무엇일까.

친한동훈계에선 ‘민심’과 ‘소신’을 든다. 다분히 정무적인 발언이다. 친한계 핵심 의원은 13일 한겨레에 “한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63%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은 이유는 (이전 지도부와 달리) 대통령실에 민심을 전달하고, 수직적 당정관계에 변화를 가져오리라는 기대였다. (김경수 복권에 반대한 건) 민심이 우려하는 부분을 대통령실에 전하려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친한계 의원은 “법무부 장관 출신으로 평소 소신에 따라 의견을 전한 것으로 본다”고 했다.

김 전 지사 사면에 반대하는 게 침묵을 지키는 것보다 정치적으로 얻을 이익이 크다고 판단한 게 본질이라는 의견도 많다. 국민의힘 지지층의 다수가 야권 내 ‘친문재인 세력의 적자’로 간주되는 김 전 지사의 복권을 반대하는 상황인 만큼 진영 내 다수파의 여론에 따르는 게 지지를 넓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계산이 함께 작용했다는 것이다. 한 여권 인사는 “결국엔 당원과 지지층의 마음을 얻고 싶었던 것 아니겠느냐”며 “이 사안에선 윤 대통령과 차별화를 해도 손해 볼 게 없다는 판단”이라고 평가했다.

안철수·조경태 등 중진들의 동조 목소리도 한 대표에겐 힘이 됐다. 지난 10일 한 대표가 김 전 지사 복권에 반대한다는 입장이 알려진 뒤, 친윤석열계는 “다시 한번 당정 갈등으로 비화하지 않을까 굉장히 우려된다”(권성동 의원)고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했으나, “복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지만, 김 전 지사의 범죄는 너무나 심각해서 재고 의견을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다”(안철수 의원), “김 전 지사를 복권해버리면 향후 각종 선거에서 여론 조작을 통한 범죄가 횡행하게 된다”(조경태 의원)는 중진들의 발언이 나오면서 힘을 잃었다. 12일 한 대표와의 오찬에 참석한 4선 의원 6명도 ‘김 전 지사 복권 반대 뜻을 대통령실에 전달해달라’고 요청했다.

대통령실은 일단 ‘한 대표가 직접 반대 입장을 명시적으로 밝힌 것은 아니지 않으냐’며 크게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한 꺼풀만 벗겨보면 한 대표가 측근들의 전언 형식으로 윤 대통령의 권한에 맞선 것에 대해 강한 불쾌감이 느껴진다. 한 대표가 용산과의 ‘물밑 대화’가 아니라 측근들을 등장시켜 언론에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면서 윤 대통령을 ‘외통수’로 몰아가려 했다는 시각도 있다.

한 대표가 김 전 지사 복권 이슈를 계기로 지지층을 결집하는 데 성공했지만, 장기적으론 잃은 것이 더 크다는 분석도 있다. 한 대표는 법무부 장관 시절인 2022년 12월, 김 전 지사가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됐을 땐 따로 반대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이번 특별사면에 김 전 지사와 같은 ‘여론 조작’ 혐의로 징역 14년2개월을 확정받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포함된 것에 대해서도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김경수 복권 반대’가 한 대표의 ‘소신 표출’이라는 주장을 무색하게 만드는 행동이다.

국민의힘 내 ‘김경수 복권 반대론’이 중진 의원 일부나 원외 친한계 인사들의 목소리에 그친 것도 한 대표가 당내 지지를 얻는 데 실패했음을 보여준다는 진단도 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외교학)는 “한 대표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복권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해 얻은 소득이 별로 없어 보인다. 야당을 향해 공세 소재로 삼으려던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의 정책 이슈가 묻혀버렸고 윤 대통령과 갈등의 골이 깊다는 사실만 재확인됐다”고 했다. 일각에선 이번 충돌이 친윤계가 한 대표의 리더십을 흔들 수 있는 좋은 명분을 제공한 것이란 진단도 나온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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