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동에 항모·핵잠 급파... 이란 “보복할 권리 있다”

파리/정철환 특파원 2024. 8. 13.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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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으로 급파된 미 해군 핵추진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함의 비행 갑판에서 11일 E-2D 조기 경보기가 이착륙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이 임박했다는 관측에 따라 미국은 항공모함 전단과 핵추진 잠수함 등을 중동에 추가 배치했다./로이터 연합뉴스

이란의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공격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촉발된 중동의 위기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란은 지난달 31일 하마스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암살되자 이스라엘에 ‘복수’를 공식 천명했고, 지난 2주간 계속 공격 시기를 저울질해 왔다.

이란의 보복 공격에는 레바논의 무장 정파 헤즈볼라와 예멘의 후티 반군 등 이란이 지원하는 중동 내 무장 세력들도 참여할 것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에 “재보복하겠다”는 입장을 굳히면서 양측의 전면전 발발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12일 “이란 혹은 그 대리 세력이 며칠 내 이스라엘을 공격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했다. 이어서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도 같은 날 이스라엘 의회(크네세트)에 나와 “이란과 헤즈볼라의 위협이 현실화할 수 있어 대비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스라엘을 공격하면 무거운 대가를 치를 것이다. 방어와 공격 모두 준비하고 있다”면서 공격에 대한 맞대응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그래픽=김하경

이란은 지난 2주일간 자국 내 이동 미사일 발사대를 재배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이 자국에 대한 공습에 대비해 러시아에 최신 방공 미사일 지원을 요청했고, 헤즈볼라와 후티 반군에 추가 무기 지원을 서두르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는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공격을 착실히 준비하고 있고, 그 시기가 임박했다는 관측으로 이어졌다.

이스라엘의 동맹이면서도, 중동의 추가적 긴장 고조를 원치 않는 미국과 서방은 긴급 대응에 나섰다. 미국은 이미 중동행을 명령한 에이브러햄 링컨 항공모함 전단(항모를 중심으로 꾸려진 해군 전투 부대)에 “이동을 서두르라”고 했다. 에이브러햄 링컨 항모에는 미국의 최신 스텔스 전투기 F-35C가 탑재되어 있다. F-35는 이스라엘도 F-35i라는 기종으로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 이란과 레바논 타격 등에 활약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군은 또한 바닷속에 숨어 지상의 다양한 목표물을 각종 순항·탄도미사일로 공격할 수 있는 핵 추진 미사일 잠수함(SSGN)을 이 지역에 추가 배치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미군 구축함 ‘라분’도 중동에 추가 배치했다”고 보도했다. 적의 미사일과 항공기 수십 대를 동시에 요격할 수 있는 ‘이지스 시스템’을 갖춘 군함이다. 현존 최강의 전투기로 유명한 F-22 랩터 전투기 편대도 추가 파견됐다고 미국의 한 군사 전문지가 전했다. 4월 13~14일 벌어졌던 ‘진실의 약속’ 작전 때처럼 수백 발의 미사일과 무인기(드론)가 이스라엘에 동시에 날아올 경우를 대비해 이스라엘의 방공망 강화에 나선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정상, 교황청 등은 외교적으로도 이란에 대해 강하게 압박하고 나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영국과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정상과 통화하고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적 공격 위협에서 물러날 것을 촉구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에게 각각 전화를 걸어 보복 자제를 설득했다. 교황청에선 2인자인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추기경)이 페제시키안 대통령에게 “대화와 협상, 평화에 집중하자”고 호소했다.

이란은 반면 “우리는 대응할 권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신정(新政)국가인 이란은 ‘신의 대리자’인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복수’ 명령에 따라 이스라엘에 어떤 형태든 보복을 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이스라엘과 전면전을 치를 경우 예상되는 심각한 군사·경제적 피해를 우려하는 모습이다. 이스라엘이 “이번엔 반드시 재보복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만큼, 보복 공격을 감행한다면 양측의 전면전에 불을 붙이게 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크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방과의 관계 개선과 이를 통한 경제난 개선을 내걸고 당선된 페제시키안 대통령으로서도 보복 공격 감행은 큰 부담이다. 이 때문에 외부에는 계속 ‘강력한 보복’을 거론하지만, 헤즈볼라와 예멘 후티 등에는 선제 공격을 자제시키고, 내부적으론 체면을 세우면서 이스라엘의 재보복을 유발하지 않을 방안을 계속 찾고 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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