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VIBE] 노석준의 메타버스 세상...보스의 융합 아바타-②

성도현2 2024. 8. 13.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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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석준 RPA 건축연구소 소장. 메타버스 및 가상현실 전문가. 고려대 겸임교수 역임

노석준 RPA 건축연구소 소장

괴물 캐릭터와 메타버스 그리고 아바타

세상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상상 속 괴물이 어떻게 신화 속의 주요 캐릭터가 됐을까? 신화 속에 괴물이 등장한 것은 인류가 신화적 이야기를 창작하고 전하는 과정에서 본인의 생각이나 감정을 개입해 이야기를 덧붙이거나 왜곡한 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모든 사회와 시대마다 괴물 캐릭터를 탄생시키는 것은 보편적인 현상이었다. 어떤 이야기를 들을 때, 그 이야기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현상과 그로부터 형성되는 환희, 공포, 동경 등의 감정에 집중하게 된다.

이야기를 타인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스토리텔러의 주관적 감정과 경험이 이입되면서 스토리의 왜곡과 변형이 계속 발생한다. 변형과 왜곡의 과정을 거치면서 스토리 속의 공포나 환희와 같은 거센 감정은 극단적으로 증폭된다. 극적인 감정을 가장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인류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초현실적인 가상의 괴물과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쾌락의 정원' 속 괴물들

그렇다면 이 괴물들의 본래 성향은 어떨까? 기독교에서 주장하듯이 신화 속 괴물들은 정말 악마적인 캐릭터일까? 기독교적 세계관이 형성되기 이전에 각 나라에 존재한 신화나 우화 등 가상 스토리는 대부분 해당 국가나 지역사회에서 기독교 이상으로 영향력 있는 중심 사상이었다.

북유럽의 신화들은 북유럽인에게 정치적·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한 사상이었고, 중동의 이슬람 국가에서는 알라와 모하메드를 믿고 '코란'을 숭상했다. 또 불교를 믿는 동양의 여러 나라에서는 부처의 가르침과 깨달음이 세상의 중심이 되었다. 하지만 로마 시대에 기독교가 국교로 채택되고 기독교 사상이 세계적인 영향력을 갖게 되면서 수많은 지역의 신화와 가상 스토리는 일순간에 가치가 떨어졌다.

로마 시대에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기독교를 공인한 이후로 세계 각국의 신화에 존재하던 괴물 캐릭터들은 기독교적 세계관 속에서 모두 인간의 형상으로 바뀌었다. 유일신 사상을 주장하는 기독교에서는 초자연적 존재가 하나님 외에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었다. 신화 속 모든 이야기도 하나님과 인간들의 관계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이런 이유로 중세와 르네상스를 거쳐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괴물은 부정적인 이미지로 그려지고 있다. 즉, 유일신인 하나님을 거부하는 불손한 우상이나 악마로 치부되는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으로 괴물은 존재 가치가 하락하고 이미지가 실추됐다. 본래 괴물은 무섭고 괴기한 생명체만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사실 기독교에서 등장하는 아름다운 천사도 일종의 괴물이다. 사람의 형상에 날개가 달려서 하나님의 메신저가 되는 것도 매우 초현실적이기에 기독교적 시각에서 보면 괴물에 속한다. 북유럽의 신화 속에서 발견되는 인어도 괴물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천사와 인어를 괴물보다는 현실을 초월한 선하고 아름다운 존재로 여기고 있다.

괴물의 형태적 특징을 잘 살펴보면 융합적 존재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사람과 동물이 결합한 형태가 일반적이다. 특히 얼굴과 상체는 거의 사람의 형태를 가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인간이 얼굴과 눈을 보면서 상대방을 판단하고 소통하기 때문이다. 만약 반대로 얼굴과 상체가 사람과 관련 없는 기괴한 형태라면 혐오감을 주면서 악마적 캐릭터로 탄생할 수도 있다.

물론 이 역시 기존 프레임에 갇힌 편협한 시각일 수 있다. 이러한 프레임마저 뛰어넘는다면 머지않은 미래에는 현재의 기준으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전혀 새로운 가상적 캐릭터가 탄생할 것이다. 예컨대, 과거에는 인간이 눈과 얼굴 중심의 소통이라는 한계를 극복할 수 없었을지 모르나, 다가올 미래에 전혀 다른 소통의 코드가 만들어질 수 있다.

무한한 상상과 가능성의 공간 '메타버스'

이러한 무한한 상상과 가능성이 열리는 곳이 바로 메타버스다.

메타버스에서 인간은 초현실의 공간과 가상의 스토리를 경험할 수 있다. 등장인물인 아바타도 인간과 괴물의 형상을 뛰어넘는, 현재의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놀라운 존재로 창조되어 인간을 대리해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다.

상상 그 이상의 세계, 이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진정한 의미의 메타버스다.

인간은 오랜 세월에 걸쳐 꾸준히 가상 세계를 만들어왔고, 그 안에서 다양한 방식과 형태로 가상적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이러한 가상적 세상을 묘사한 그림에 존재하는 모든 캐릭터는 메타버스의 아바타처럼 관람자를 그림 속 특정 사건에 간접적으로 참여시킨다.

역사 속에서 캐릭터가 탄생하는 과정들을 살펴보면 앞으로 탄생할 아바타의 새로운 미래를 내다볼 수 있다. 히에로니무스 보스는 기독교적 프레임 안에서 인간 형상의 캐릭터만 존재했던 것을 과감히 깨뜨리고 그만의 상상력으로 기괴한 괴물을 창조했다.

메타버스 시대에 필요한 것은 이처럼 기존의 프레임을 파괴하는 창조적이고 과감한 도전이다.

서양 역사 속 괴물

<정리 : 이세영·성도현 기자>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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