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청소차도 ‘불법 발판’…‘법 따로 현실 따로’

박기원 2024. 8. 13.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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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창원] [앵커]

청소 노동자의 안전 실태를 점검하는 연속 보도입니다.

지난달 양산의 환경미화원 사망 사고 이후, KBS가 다른 자치단체의 작업 현장을 확인해봤더니, 불법 발판 작업이 여전히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심지어 안전 사고를 막겠다며 정부가 도입한 '한국형 청소차'에도 불법 발판이 쓰이고 있었습니다.

보도에 박기원 기자입니다.

[리포트]

이른 새벽, 청소차가 주택가를 누비고, 환경미화원들이 집집마다 내놓은 종량제 봉투를 차에 싣습니다.

그런데 골목을 이동할 땐 청소차에 달린 발판에 올라섭니다.

청소차가 속도를 높이는 큰 도로에 접어들어서도, 조수석 대신 발판에 서서 이동합니다.

인근 다른 청소차에도 발판이 달렸고, 안전모를 안 쓴 채 발판에 올라선 노동자도 있습니다.

양산 사망사고 이후에도 다른 자치단체에선, 불법 작업이 계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승호/청소 노동자 : "저희들이 8시간 근무를 하는 데 있어서 업무 강도가 높기 때문에 발판을 탑승하지 않으면 도보로써 8시간을 근무할 수가 없습니다."]

심지어 환경부가 대안으로 개발한 '한국형 청소차'에도 불법 발판이 설치된 장면이 포착됐습니다.

'한국형 청소차'는 발판에 서서 작업하지 않도록, 운전석 뒤 낮은 탑승 공간을 만든 것이 특징입니다.

경남에선 40여 대가 보급됐는데, 문제는 작업 속도가 더디다는 겁니다.

수십m 간격으로 놓인 쓰레기를 수거하기 위해선 승차실을 수백 번 오르내려야 하는데, 이럴 경우 정해진 작업량을 다 못 채우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수거 시간을 넘겨도 추가 수당은 없습니다.

노동자들이 사고 위험을 무릅쓰고, 불법 발판에 올라서는 가장 큰 이윱니다.

[송정묵/청소 노동자 : "용역을 할 때 차에다가 GPS를 달아서 차량 거리만 재고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근로자가 8시간 걷는 부분에 대해서는 아무런 용역이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3년 동안 일하다 사고로 목숨을 잃은 청소 노동자는 93명, 현실이 반영되지 않은 설익은 안전 대책에, 도로 위 청소 노동자들의 위태로운 수거 작업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박기원입니다.

촬영기자:지승환

박기원 기자 (pra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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