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장서 갑질"…무분별한 스타 폭로의 위험성
이지훈 이어 안재모까지 빠르게 해명
네티즌들의 무분별한 '색출 작업'…우려 높아
폭로 후 억울한 피해자 꾸준히 나타나
방송인 박슬기가 쏘아 올린 공이 폭탄이 돼 돌아왔다. 촬영장에서 박슬기의 매니저를 폭행한 남자배우 A씨를 두고 공방이 벌어지면서 이지훈 안재모가 순차적으로 해명에 나섰다. 해당 발언을 담은 웹 예능 제작진은 결국 문제의 장면을 편집하고 댓글창을 폐쇄했다. 네티즌의 '색출 작업'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일까. A씨라는 익명 뒤에 존재할 갑질 배우를 찾는 네티즌들이 점차 선을 넘으면서 갑질 폭로를 한 박슬기 역시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십년에 걸쳐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 유튜브 등이 발달했다. 스타의 경우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이 더욱 늘어나면서 개인적인 발언이 조명되는 사례가 왕왕 늘었다. 과거 TV방송의 편집과 검열의 경계는 느슨해졌고 웹 예능이나 직접 소통하는 라이브 방송이 스타의 인간적인 면을 만날 수 있도록 도왔다. 팬들은 날것의 스타를 만나볼 수 있다는 것에 환호했지만 늘 순기능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폭로다. 물론 편집 기능이 없는 라이브에서는 좀처럼 이뤄지지 않지만 검열이 비교적 어려운 웹예능에서 "A씨의 갑질 폭로", "B씨의 성추행 폭로" 등 과거의 이야기들이 수면 위로 조명됐다. 에피소드 형식으로 자신의 피해를 고백하는 스타들에겐 응원과 안타까워하는 시선들이 쏟아졌으나 동시다발적으로 색출 작업이 시작된 상황이다.
앞서 박슬기는 웹 예능 'A급 장영란'에 출연해 과거 갑질을 당했던 사연을 고백했다. 해당 영상에서 박슬기는 영화와 라디오 두 일정을 병행하던 중 현장에 지각했다면서 "도착했을 때 사람들이 햄버거를 먹고 있었다. 저는 안 먹었는데 매니저 오빠에게 하나 먹으라고 했다. 그때 매니저 오빠가 햄버거를 먹자 남자 배우인 XXX가 뺨을 때리면서 욕설을 했다"라고 고백했다. 해당 예능에서 실명 폭로 장면은 현재 편집돼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이후 박슬기의 영화 출연작들이 재조명됐다. 이 가운데 박슬기와 함께 호흡한 남자 배우인 이지훈이 거론됐고 일부 네티즌들에게 악플을 받았다. 이에 이지훈은 '남자 배우 갑질'에 대해 "이런 일에 이름이 거론된 것 자체가 내가 부족해서지, 뭐"라면서도 "여러분의 추측은 아쉽게도 빗나갔다"라고 반박했다. 여파는 지속됐고 박슬기는 과거 이지훈과 영화 촬영 도중 함께 찍은 사진을 게시하면서 "지훈 오빠는 저와 '몽정기2' 때 정말 재밌게 촬영했고 지금도 너무 좋아하는 오라버니다"라며 간접적으로 힘을 실었다. 이지훈의 해명이 끝나자 또 다른 희생자가 나왔다. 박슬기와 과거 '카리스마 탈출기'에 출연한 안재모가 다음 타깃이 됐다. 이에 안재모는 여러 매체를 통해 "하루 아침에 영화 현장에서 갑질을 저지른 배우가 돼 있더라.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건 배우 생활을 해 왔던 30년 동안 타인에게 위압을 가하거나 무언가를 요구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라고 밝혔다.
박슬기 역시 적지않은 피해를 입었다. 안재모에 따르면 무관한 이들이 오해를 받으면서 박슬기 역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후 박슬기는 자신의 SNS 댓글창을 폐쇄하면서 "나 많이 여린가봐요. 초면인 어떤 언니의 DM에 눈물 콧물 다 쏟네"라고 넌지시 속내를 드러냈다. 또 김새롬의 SNS에서 박슬기는 "나도 (집에) 놀러 갈게. 가서 남 이야기는 하지 말자"라고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그간 연예인들의 갑질 폭로는 꾸준히 뜨거운 감자였다. 김신영은 고정 출연 중인 예능에서 희극인 선배로부터 갑질을 당했다고 말했고 이혜성 역시 과거 KBS 아나운서 생활 당시 의상 문제로 선배에게 창피를 당했다고 고백했다. 2021년에는 배우 허이재가 유튜브에서 유부남 배우로부터 성관계 요구를 당했다고 밝혔다가 큰 파장을 자아냈다. 당시 허이재는 "누군가를 저격하고 공격하기 위한 제작의도가 아니기 때문에 마녀사냥은 자제해주세요"라면서 무고한 피해를 막기 위해 나서야 했다.
스타들이 꺼내놓는 옛이야기가 문제라는 의미는 아니다. 많은 이들이 스타들의 과거 비하인드를 궁금해하고 또 큰 관심을 보인다. 하지만 말의 무게를 잊어선 안 된다. 한 번 만들어진 프레임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억울한 오해를 받는 이들이 거듭 생산되고 있다. 결국 폭로하는 당사자부터 과열된 추적 분위기까지 모두 악순환이 된 상황이다.
우다빈 기자 ekqls064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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