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이 된 폭염…열사병 사망·가축 폐사까지
[KBS 청주] [앵커]
오늘도 충북의 낮 기온이 33도에서 36도까지 치솟는 등 불볕더위가 계속됐습니다.
11개 시·군 모든 지역에 무려 23일째 폭염특보가 내려져 있는데요.
올 여름, 충북 첫 온열질환 사망자까지 나왔습니다.
가축도 하루에 최대 만여 마리나 폐사하는 등 피해가 극심합니다.
정진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장기간 이어지는 극심한 더위 속에 제천에서 50대가 열사병으로 숨졌습니다.
지난 11일 오후 4시 20쯤, 제천시 봉양읍에서 56살 A 씨가 길을 걷다 의식을 잃고 쓰러졌습니다.
당시 A 씨의 체온은 40.4도까지 올랐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귀가하던 어머니가 쓰러진 아들을 발견하고 119에 신고해 곧장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하루 만에 숨졌습니다.
올 여름, 충북 첫 온열질환 사망자로 보고됐습니다.
[이예란/제천소방서 : "도착했을 때는 환자분 집 근처에 쓰러진 채로 계셨고, 반혼수 상태에다가, 병원 도착 전에 (체온이) 40.4도로 체크됐습니다."]
폭염 속 가축 피해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닭 5만여 마리를 키우는 이 농장에서는 최근 출하를 앞둔 닭, 만 4천 마리가 하루 만에 집단 폐사했습니다.
피해가 끊이지 않아 매일 폐사한 닭을 수거하는 일로 하루를 시작할 정도입니다.
이 농장은 열흘 전부터 24시간 내내 냉방시설을 가동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내부 온도는 30도, 실내 습도는 90%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박경태/양계 농민 : "올 여름에 폭염까지 이렇게 오니 처음으로 의료보험도 연체해보고, 통장에 돈이 없습니다."]
연일 35도를 웃도는 불볕더위에 지금까지 충북에서만 가축 14만여 마리가 폐사했습니다.
전남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습니다.
특히 올해 충북에서 폭염에 폐사한 가축의 97%가 닭입니다.
닭은 땀샘이 발달하지 않아 더위에 취약하기 때문입니다.
충청북도는 축산 농가 300여 곳에 가축 스트레스 완화제와 열 차단제 등을 공급하고, 조기 출하를 권고하고 있습니다.
[최동수/충청북도 축수산과장 : "(폭염이) 한 해에 끝날 일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내년에는 면역 증강 물질이 됐든, 에어컨 시설이 됐든, ICT(정보통신기술) 장비가 됐든 지원을 적극적으로 검토해보자(는 생각입니다)."]
밤낮 계속되는 더위로 생명을 위협하는 재난 수준의 폭염 피해가 충북 곳곳에서 속출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정진규입니다.
촬영기자:박용호/그래픽:오은지
정진규 기자 (jin9@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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