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긴장에 국제유가 급등…국내 물가 불안 자극하나

석유통 위로 유가 상승 곡선을 그린 그림. 로이터 연합뉴스

중동지역 위기 고조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다시금 국내 물가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자칫 국제유가 상승세가 오래갈 경우 물가 불안이 재연되면서 기준금리 인하 시점도 뒤로 미뤄질 수 있다.

13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를 보면, 국내 도입 원유의 기준가격이 되는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12일(현지시각) 배럴당 78.66달러로 1주 전(74.50달러)에 견줘 5.6% 올랐다. 두바이유는 지난달 하순까지 80달러대에서 소폭의 등락을 계속하다가, 이달 초순에 접어들며 미국 등 주요국 경기 부진 우려의 영향으로 75달러 안팎까지 내린 바 있다. 그러다 이란의 이스라엘 보복 공격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다시금 오름세로 전환한 것이다.

수입물가는 중동 위기 영향으로 이미 오름세를 이어오던 중이었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7월 수출입물가지수 및 무역지수’를 보면, 지난달 수입물가지수(원화 기준)는 전달에 견줘 0.4% 상승했다. 수입물가지수는 올해 1~4월 오르다 5월 하락(-1.3%)한 뒤 6월에는 상승(0.6%) 전환했고 7월에도 상승을 이어갔다. 일반적으로 수입물가의 상승은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이문희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수입물가 상승이 다음 달에도 이어질지, 일시적으로 상승하다 안정될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물가는 최근 2%대로 둔화했지만 석유류 가격은 불안불안한 모양새다. 7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에 견줘 2.6% 올라 넉달 연속 2%대 상승률을 이어갔다. 그러나 석유류는 지난해 같은 달 대비 8.4% 오르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32%포인트 끌어올렸다. 석유류는 소비자물가 가중치도 4.77%로 큰 편이다. 다른 상품에 견줘 석유류 제품값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중동 불안이 계속 고조될 경우 한은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서울을 중심으로 한 아파트값 상승세와 그에 따른 가계 부채 급증이라는 금리 동결 내지 인상 요인과 내수 부진이라는 인하 요인을 놓고 고심이 깊어진 터다. 이런 상황에서 유가 상승에 따른 물가 불안이 재연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뜻이다. 기획재정부 핵심 관계자는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치솟을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