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청소차도 ‘불법 발판’…‘법 따로 현실 따로’
[앵커]
폭염과 열대야에도 힘든 일을 멈출 수 없는 환경미화원들의 안타까운 사고 소식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최근 경남 양산에선 60대 환경미화원이 청소차에 불법으로 설치된 발판에서 떨어져 숨졌습니다.
한 해 평균 서른 명의 환경미화원이 숨지는데 그들이 일하는 현장을 박기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달리는 청소차량 뒤, 환경미화원이 발판 위에 서 있습니다.
도로 위 요철에 차가 흔들리자 휘청하더니, 중심을 잃고 떨어집니다.
머리를 크게 다친 이 60대 미화원은 나흘 뒤 결국 숨졌습니다.
청소차에 발판을 다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지만, 사고 업체는 단속을 피해왔습니다.
[사고 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검사할 때는 (발판을) 떼야죠. (발판 부착은) 불법이기 때문에. 양산의 문제만은 아니고요. 전국적인 문제입니다."]
동트기 전 새벽 5시, 다른 자치단체에서 쓰레기 수거가 한창입니다.
역시 미화원들이 불법 발판에 매달려 있습니다.
안전모도 쓰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별도의 타고 내릴 공간을 마련한 '한국형 청소차'에도, 불법 발판이 버젓이 설치돼 있습니다.
위험을 무릅쓰고 불법 발판에 올라서는 이유, 수거해야 하는 쓰레기들은 수십 미터 간격인데, 그때마다 차에 타고 내리다 보면 할당량을 채우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승호/환경미화원 : "업무 강도가 높기 때문에 발판에 탑승하지 않으면 도보로 8시간을 근무할 수가 없습니다."]
실제로, 발판을 쓰지 않는 환경미화원의 하루 걸음 수를 재봤더니 약 3만 3천 보, 거리로는 20㎞에 달했습니다.
[설영철/양산환경노조 지부장 : "발판을 떼고 작업을 하다 보니까 많은 시간이 지체되고, 피로도가 더 많이 중첩되다 보니까 사고가 많이 나는 것 같습니다."]
최근 3년 동안 사고로 목숨을 잃은 환경미화원은 93명, 법 따로 현실 따로인 작업 환경 속에서, 환경미화원들은 여전히 위험에 노출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박기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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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원 기자 (pra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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