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황하지 않고 AI와 읽고-쓰기 위하여

이유진 기자 2024. 8. 13.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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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응용언어학자 김성우의 ‘인공지능은 나의 읽기-쓰기를 어떻게 바꿀까’

구글 검색을 이용하면 인공지능이 맞춤 답변을 해준다. 인공지능은 글을 쓰는 나에게 무엇일까? 도구일까, 감시자일까, 경쟁자일까?

‘인공지능은 나의 읽기-쓰기를 어떻게 바꿀까’(유유 펴냄)는 ‘영어의 마음을 읽는 법’(2022), ‘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2020·공저) 등으로 읽고 쓰기에 대한 인상적 논의를 제출한 응용언어학자 김성우의 새 책이다. 사회, 개인, 기술과 리터러시가 엮이는 방식을 연구해온 저자는 생성형 인공지능의 부상과 새로운 리터러시 담론의 변화를 검토한다. 학자, 작가, 번역가, 기자 등 ‘읽고 쓰는 존재’로서 전망을 고민하거나 생성형 인공지능을 이용해 손쉬운 텍스트 읽기와 번역, 쓰기에 도전해보려는 콘텐츠 생산자들에게 적절한 사유의 갈래를 제시한다.

2022년 11월 공개된 챗지피티(GPT)는 언어와 지식을 다루는 모든 영역에 영향을 주리라는 예측을 가능하게 했고, 인간의 언어를 배우고 생성하는 인공지능의 등장은 경탄뿐 아니라 두려움까지 선사했다. 저자의 기본 견해는 인간과 인공지능, 인간과 기술이 결코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기술을 수동적 도구가 아닌 ‘관계의 주체’이자 ‘리터러시 생태계의 일원’으로 볼 때 더 나은 읽기-쓰기가 가능해진다고 본다. 새 기술은 인간이 쓰고 버리는 단순한 수단도, 두려워해야 할 경쟁자도 아니라는 뜻이다.

인간과 기술은 함께 변하고 있다. 긴 글 읽기가 어려워진 시대, 문해력 논란 속에 점점 ‘세 줄 요약’이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저자는 “사실상 거의 모든 텍스트에 ‘세 줄 요약’을 적용할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다”고 본다. 전통적 숙독, 정독 등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측한다. 논문을 쓰거나 인용할 때도 ‘타인의 저작 읽기’는 건너뛰고 쓰기 과정에서 인공지능이 추천한 질의응답에 따라 인용이 이뤄진다. 구글 번역기나 파파고 같은 기계번역 또한 원어민 중심주의에 영향을 주거나 외국어 학습의 두려움을 누그러뜨리는 장점이 있지만 언어학습 과정 전반에 대한 역량이 축소될 공산이 크다고 지적한다.

‘역사상 읽히지 않는 텍스트가 가장 많이 생산되는 시대’ ‘쓰기의 자동화 시대’를 맞아 저자는 역설적으로 읽기의 가치를 곱씹는다. 그것은 정체성, 위치성, 지역성, 역사성을 가진 인간의 몸이 움직여 읽고 깨닫고 정리하고 써내려간 텍스트의 중요성이 커진다는 뜻이다. 인간과 기술을 둘러싼 정치와 저항의 문제까지 포괄하는 새로운 시대의 리터러시 안내서다. 516쪽, 2만5천원.

이유진 선임기자 frog@hani.co.kr

*21이 찜한 새 책

조용한 여행

최승표 지음, 어떤책 펴냄, 1만8800원

서울 남산, 강원도 산골 오두막, 미국 데스밸리 국립공원…. 초호화 여행부터 극한 체험까지 나라 안팎, 안 해본 여행이 없을 것 같은 여행 기자가 쓴 첫 번째 여행 에세이가 역설적이게도 ‘조용한 여행’이라니. 낯선 여행지에서 마주친 평화로운 순간에 대한 기록. 현장성, 의외성, 문학성을 겸비한 문장의 재미와 함께 가끔 터지는 웃음이 있다.

친구의 표정

안담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1만7천원

위즈덤하우스의 단편소설 시리즈 가운데서도 독자들의 특별한 사랑을 받은 소설 ‘소녀는 따로 자란다’의 저자 안담이 내놓은 첫 산문집. 친구, 동물, 페미니즘, 비거니즘 등 여러 주제를 아우른다. 이 책의 발원지는 친구, 수신지도 친구. “우정은 희소한 자원이다.” 살면서 죄책감과 수치심이 없지 않지만, 실패해도 곁에 있기를 선택한 이야기.

조금씩 몸을 바꾸며 살아갑니다

이은희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1만5천원

인공 망막부터 아이언맨 기계 슈트를 입은 강화 인간까지. 질병, 사고, 노화 등으로 상처 입고 손상된 신체를 보강하는 기술 이야기를 과학 커뮤니케이터 하리하라 이은희가 친절하게 설명한다. 의수, 인공 코, 동물실험에 희생되는 동물의 수를 획기적으로 줄인 인공 피부 등 논쟁적인 이야기를 쉽고 흥미롭게 풀었다.

그라피티와 공공의 적

최기영 지음, 호밀밭 펴냄, 1만8천원

1960년대 미국 거리예술로 시작한 그라피티는 오늘날 ‘그라피티 아트’로 불리며 현대미술의 새로운 장르로 부상했다. 한국 공공미술관 최초로 그라피티 아트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 최기영이 ‘한국적’ 그라피티(K-그라피티)의 현재를 보여준다. 경기도미술관, 동두천, 인천공항 등의 작품을 통해 공공미술의 가능성까지 진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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