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진 오빠 비하면 전 아직 초보 궁사죠"
"1년 사이에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6개를 땄지만 아직 갈 길이 먼 초보 궁사에 불과해요. 앞으로 두 번 이상 올림픽에 출전하고 총 5개 이상의 금메달을 목에 걸면 김우진 오빠처럼 고트(GOAT·Greatest Of All Time·역대 최고 선수)라고 불릴 수 있지 않을까요. 하하."
2024 파리올림픽에서 양궁 여자 대표팀 임시현(21)은 독보적이었다. 평생 한 번도 오르기 어렵다는 올림픽 시상대 꼭대기에 세 번이나 오르고 대한체육회가 선정한 이번 대회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으니 말 다했다.
그러나 한국으로 돌아와 가장 먼저 한 건 다음달 국가대표 선발전 준비였다. 12일 오후 매일경제 본사에서 진행된 인터뷰 직전까지도 훈련을 하고 온 그는 태극마크를 계속 달고 싶다는 욕심을 드러냈다.
임시현은 "지난해 항저우아시안게임부터 올해 파리올림픽까지 1년도 채 안되는 기간에 정말 많은 일이 일어났다. 금메달만큼이나 중요하다고 느낀 건 국가대표 자격을 유지하는 것"이라면서 "내 실력이 떨어지면 언제든지 내 이름 앞에 국가대표라는 수식어가 사라지게 된다. 올림픽 3관왕을 차지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다시 태극마크를 달고 싶어 정신을 무장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생애 처음 출전한 올림픽에서 따낸 금메달 3개 중 가장 값진 것은 무엇일까. 잠시 고민한 임시현은 한국 여자 양궁 대표팀의 올림픽 10연패를 완성하게 된 여자 단체전 금메달을 꼽았다. 그는 "선배들의 역사를 이어갔다는 안도감과 내 손으로 올림픽 10연패를 달성했다는 뿌듯함에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여자 단체전 결승에서 마지막 화살이 10점에 들어간 것을 확인한 뒤 환호했던 게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른다"고 설명했다. 결과는 올림픽 3관왕이었지만 이번 대회 시작에 앞서 임시현이 느끼는 부담감은 상당했다. 임시현은 "올림픽에서 내가 잘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을 했던 것도 사실이다. 다행히 감독님과 코치님 등 주변에서 '시현이는 무조건 해낸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주셨다"고 말했다.
양궁을 처음 시작했던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목표로 삼았던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건 임시현은 최근 새로운 꿈이 생겼다. '한국 남자 양궁의 살아 있는 전설' 김우진처럼 10년 넘게 최고의 자리를 지키는 것이다. 임시현은 "10년 넘게 꾸준히 운동하는 것도 어려운데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한 올림픽에서 5개의 금메달을 획득한 김우진 오빠가 대단하다. 올림픽을 경험해보니 김우진 오빠 이름 뒤에 역대 최고 선수라는 수식어가 붙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게 됐다"고 강조했다. 김우진에게 뺏어오고 싶은 능력으로는 지혜로움과 차분함을 꼽았다. 임시현은 "김우진 오빠는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다.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을 보면 지혜롭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나도 이번 한 번이 아닌 계속해서 최고의 자리를 지키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발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자신을 낮춘 임시현은 앞으로 4년마다 올림픽 메달의 무게를 느껴보겠다는 포부도 전했다. 그는 "목에 금메달을 걸었을 때 기분이 상상 이상으로 좋았다. 3개의 금메달이 전혀 무겁지 않았다"며 "밖에 들고 나갈 때마다 두꺼운 수건으로 메달을 칭칭 감싸고 있는데 귀찮다는 생각이 단 한 번도 들지 않는다. 금메달이 가져다주는 행복감을 다시 느끼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고 각오를 밝혔다.
임시현은 김우진의 "메달을 땄다고 젖어 있으면 안된다. 해가 뜨면 마른다"는 조언을 누구보다 잘 실천하고 있다. 임시현은 "당장 9월에 진행되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떨어질 수 있는 만큼 올림픽 3관왕이라는 기쁨에 취해 있을 수 없다"며 "다음주부터는 본격적으로 훈련에 돌입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시현은 한 팀을 이뤄 출전했던 양궁 여자 대표팀 동료 전훈영, 남수현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는 "올림픽 출전 경험이 없었던 세 선수가 한 팀을 이뤄 더욱 똘똘 뭉쳤던 것 같다. 우리끼리 사고를 쳐보자고 이야기를 많이 했었는데 각자의 역할을 정말 잘해줬다"고 말했다.
[임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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