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차 쓰고 돈 쓰니, 코로나 검사 안 해요”…달라진 재유행 풍경
유급휴가 없어져 ‘출근’
진단비 지원도 축소돼
“다들 걸려도 회사 와요”
지난 1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신모씨(32)는 아픈 몸을 이끌고 일터로 나갔다. 쉬려면 연차를 사용해야 했기 때문이다. 신씨는 “팬데믹 때 있던 유급휴가가 지금은 없어져 다들 코로나를 달고 회사에 오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콧물과 기침·오한·근육통으로 일주일 넘게 고생했다면서 “회사에선 마스크를 쓰려고 했는데 답답해서 벗었다”고 했다. 마스크를 쓰고 일하자니 의사소통이 어려워 어쩔 수 없었다.
지난 5월 코로나19에 대한 감염병 위기 단계가 ‘관심’으로 하향됐지만 최근 코로나19가 다시 유행하고 있다. 평시로 돌아간 방역수칙 아래 시민들은 자체 방역에 힘쓰고 있다.
13일 서울 지하철 4호선 숙대입구역에 도착한 전철 객차 한 칸에 승객이 약 60명이 탔는데 11명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마스크를 쓴 현지원씨(40)는 “면역력이 약한 편이라 코로나에 걸릴까봐 걱정된다”며 “일단 따로 할 수 있는 게 없어 다시 마스크를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아내와 함께 마스크를 쓰고 지하철에 탄 강모씨(77)는 “7월에도 코로나에 걸렸는데 목이 특히 좋지 않아 열흘 넘게 고생했다”며 “지하철같이 사람이 많은 곳에선 아무리 더워도 마스크를 쓴다”고 말했다.
마스크와 검사키트 등 코로나19 관련 물품을 찾는 사람도 다시 늘었다. 서울 용산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모씨(45)는 “일주일 전부터 마스크가 하루 20~30개씩 팔린다”고 했다. 검사키트가 동날 때도 있었다. 서울 서초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박모씨(33)는 “코로나 검사키트를 찾는 사람은 한 달 전보다 2~3배 정도 늘었다”며 “이번주 초부터는 도매상에서 품절이라고 해 재고가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여름철 냉방 패턴도 지난 팬데믹 때와는 달라졌다. 하루 최소 3회, 매회 10분 이상 환기를 해야 했지만 지금은 대부분 사무실이 창문을 꽁꽁 걸어잠그고 있다. 서울 강남역 인근의 직장에 다니는 한모씨(36)는 “에어컨 냉방 때문에 창문은 따로 열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씨도 “기침 소리가 많이 들리는데 회사에서 환기는 하루에 한 번 겨우 할까 말까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코로나19 검사 비용 지원이 줄거나 없어진 것도 달라진 풍경에 일조했다. 팬데믹 시기엔 정부가 코로나19 검사비를 지원했기 때문에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도 비용이 저렴했지만, 지금은 약 3만원을 내야 한다. 박나래씨(30)는 “코로나 전용 치료제는 60세 이상에게만 주기 때문에 젊은 사람은 확진을 받아도 처방이 일반 감기와 달라지는 것이 없다더라”며 “어차피 연차를 쓰고 처방도 다를 게 없으면 검사를 왜 받아야 하나”라고 말했다.
오동욱 기자 5d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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