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한민국 공정을 위해 원격대학 출신 차별해선 안 된다
대한민국은 교육의 시기와 대상, 장소,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언제든지 누구에게나 기회를 주고 있다. 바쁜 일상 속 여러 이유로 배움의 기회를 놓쳤거나 시·공간적 제약으로 배움을 갖지 못했던 이들에게 원격대학의 등장은 한 줄기 빛과도 같은 일이었다. 일정 과정을 잘 이수하면 학위를 수여하는 원격대학의 설립 취지는 국민에게 교육에 대한 동등한 기회를 부여하고자 하는 것으로, 굳이 대한민국 헌법을 거론하지 않아도 당연한 일인 것이다.
그런데 일반대학 졸업자가 “원격대학 졸업자는 2급 언어재활사 응시자격이 없다”면서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이하 국시원)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이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일반대학 언어치료학과를 졸업한 이들이 국시원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통해 원격대학에서 공부한 언어치료학과 학생은 ‘국가고시에 응시할 수 없다’고 항소한 것은 부당하다. 더 나아가 이 사건 각하 판결을 내린 1심을 취소하고 원고 승소 판결한 서울고등법원의 결정은 납득할 수 없다. 학위를 차별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고등교육법을 살펴보면 일반대학은 ‘인격을 도야하고 국가와 인류사회 발전에 필요한 심오한 학술이론과 그 응용방법을 가르치고 연구하며 국가와 인류사회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돼 있다. 전문대학은 ‘사회 각 분야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과 이론을 가르치며 연구하고 재능을 연마하여 국가사회의 발전에 필요한 전문직업인을 양성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돼 있다.
그리고 고등교육법 제52조에서 원격대학은 ‘국민에게 정보 통신매체를 통한 원격교육으로 고등교육을 받을 기회를 제공하여 국가와 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함과 동시에 열린 학습사회를 구현함으로써 평생교육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돼 있다. 그렇다면 일반대학은 학술이론과 그 응용방법을 연구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전문대학은 전문직업인 양성일 것이며, 원격대학은 국가와 사회에 필요한 인력을 양성함이다.
이에 비추어 볼 때 언어치료학과에 대한 국가고시 응시자격은 법리적으로 보면 오히려 일반대학에 제약이 더 많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직업인 양성보다 학문 연구의 방향이 일반대학 교육 목적에 더 부합되고, 원격대학은 법리상으로 볼 때 전문대학과 마찬가지로 고등교육의 기회를 부여받아 국가와 사회에 필요한 인재 양성에 가장 적합한 전문직업인을 양성함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일반대학을 졸업하고 언어치료 방면에 종사하는 원고들이 국시원을 상대로 원격대학 출신의 응시자격 제한을 운운하는 것은 고등교육법으로 정한 원격대학의 존립 목적에 대한 도전인 셈이다.
전문대학이나 원격대학의 언어치료학과 출신은 교육의 목적에 맞게 양성되었으므로 국가고시에 응시함이 가장 타당한 만큼 원고들의 소 제기는 고등교육법상 법리적 위반으로도 볼 수 있다.
2011년 마련된 언어재활사 국가자격 입법의 취지에도 어긋난다. 당시 입법 취지에는 ‘원격대학의 제외’라는 문구나 단어를 찾아볼 수 없다. 국가가 원격대학을 통해 국민에게 고등교육을 받을 기회를 제공한다고 했음에도 응시자격 운운하는 것은 모든 국민이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는 헌법의 기회균등에 도전하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전문직업인을 양성하는 전문대학은 간호학과 등을 빼고 2~3년의 교육과정이 대부분이지만 원격대학은 4년이다. 원격대학의 언어치료학과는 전문대보다 교육과정이 1년 더 길다.
장애인복지법에 언어재활사 국가자격이 부여된 2013년부터 11년간 원격대학의 언어치료학과 학생은 해마다 시험에 응시했고, 수많은 합격자로 이어져왔다. 따라서 이번 고법 판결은 언어치료사 국가자격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고 본다. 또한 공공기관의 신뢰보호 원칙에도 크게 위배됐고, 원격대학을 이미 졸업했거나 재학 중인 언어치료학과 학생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힌 것은 물론이거니와 이들의 직업 선택권도 위협을 받고 있다. 이번 고법 판결은 법리적으로 잘못된 것이다.
교육 현장에서 제자를 가르쳤던 본인은 국가교육의 백년대계라는 측면에서 보더라도 원격대학의 언어치료학과 졸업생이 국가고시 자격시험에 응시해 자격을 취득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화두인 공정과 맞닿아 있다고 본다.
윤석열 정부는 지역 어디에서나 동등한 기회를 기반으로 잘 살 수 있는 지방시대를 선언했다. 교육도 이와 마찬가지로 시공간의 제약 없이 어디서 받든 지 당사자는 차별받아서는 절대로 안 된다. 그것이 대한민국의 공정이다.
최계호 전 대구사이버대 평의원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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