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비노기 사운드팀 "최애곡 할머니, 추천곡 마하의 저주"
게임과 음악은 떼 놓을 수 없는 관계다. 어떤 음악은 게임 속에서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해주기도 하고, 게임 속 경험과 추억이 음악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기도 한다.
넥슨 '마비노기'는 아름다운 음악을 가진 게임으로 손꼽힌다. 온라인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라면 '어릴 적 할머니가 들려주신 옛 전설'을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문구점에서 환생 카드를 구매하던 그 시절 추억까지 떠올리기 시작하면 자연스레 마음이 촉촉하고 아련해진다.
캠프파이어처럼 모닥불 켜고 둘러 앉아 수다 떨고, 나무 열매를 나눠 먹고, 던전 돌며 서로 부활시켜 주던 기억들, 그리고 장면 장면 속 유려하게 흐르던 음악들은 여전히 소중한 추억으로 남았다. 지금은 에린을 잠시 떠난 사람일지라도 마비노기 오케스트라 '별을 위하여' 소식을 듣고 발길을 멈추게 되는 것은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많은 유저들의 추억 한 페이지를 수놓은 마비노기의 음악은 어떤 과정을 거쳐 제작되고, 이 음악들을 직접 만든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기자는 마비노기 오케스트라 '별을 위하여'에도 다녀왔었는데, 오케스트라 편곡 버전을 직접 듣는 제작자들의 심경도 궁금해졌다.
넥슨 사운드팀은 모든 게임에 들어가는 사운드를 만든다. 그 중 뮤직 프로듀싱 파트는 게임 내 BGM, 테마송 등 각종 음악을 담당한다. 게임톡이 넥슨 사운드팀 소속 뮤직 프로듀싱 파트의 김가해, 김한솔 아티스트와 20주년을 맞이한 마비노기 음악 얘기를 나눠봤다.
Q. 마비노기 음악은 2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유저들의 많은 애정을 받아 왔다. 작업자로서의 소감이 궁금하다.
[김가해] 오랜 기간 서비스해 온 만큼 마비노기에는 유저분들이 사랑해주시는 곡도 많다. 이 수많은 음악들 중 저희의 제작물도 포함됐는데, 유저들에게 훗날 추억이 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김한솔] 마비노기 음악은 단순한 인게임 음악을 넘어서 유저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중요한 매개체다. 이를 보존하고 발전시키는 데 더욱 힘써야겠다는 사명감을 느끼고 있다.
Q. 작업 과정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가?
게임을 기획하는 마비노기 팀으로부터 곡과 관련된 지역 혹은 캐릭터의 특징과 컨셉트 이미지 등을 전달받는다. 이 자료를 기반으로 필요한 곡에 어울리는 음악을 제작하는데, 사운드팀과 마비노기팀이 긴밀히 의견을 나누며 최종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Q. 게임을 플레이하는, 혹은 플레이하지 않는 경우 어떤 식으로 영감을 얻는지?
[김한솔] 게임 스토리를 감상하고 이 시점에 플레이어가 느낄 감정이 어떨지 생각해보며 영감을 받는 편이다. 맵의 색감과 분위기 등 인게임 그래픽도 작업에 참고한다.
[김가해] 게임을 플레이하지 않을 때는 다른 미디어나 매체에서 비슷한 장소, 비슷한 캐릭터 등을 보고 연구해 제작한다. 오히려 이 방법이 더 색다른 감성을 자아낼 때도 있다.
Q. 오케스트라 편곡이 가장 짧았거나 가장 긴 시간이 걸렸던 곡을 꼽는다면? 그렇게 걸렸던 이유는?
마비노기 'Fantastic Melody' 중 '새로운 거리에 도착하다'가 특히 오랜 시간이 소요됐다. 우선 인트로와 중간 변주 구간이 상당히 길어서 편곡이 쉽지 않았다. 유저들이 친숙하게 듣던 음악을 오케스트라의 색채로 녹여내면서도, 원곡을 훼손하지 않고 색다른 느낌을 주는 중간 지점을 찾기가 까다로웠다.
Q. 작업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악몽으로 인도하겠샤' 제작 중 '인트로에 앙칼진 고양이 울음소리를 넣어달라'는 개발팀의 요청이 있었다. 그래서 고양이 소리를 많이 찾아봤는데, 생각보다 앙칼지게 우는 소리를 찾기가 힘들어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Q. 사운드팀의 게임 내 최애캐가 있는가? 만약 있다면 어떤 캐릭터인지,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아무래도 '나오'가 아닐까. 마비노기의 마스코트이자 플레이어가 가장 처음 만나는 캐릭터라 더 애정이 간다.
Q. 사운드팀이 가장 좋아하는 곡을 꼽는다면?
다들 '어릴 적 할머니가 들려주신 옛 전설'을 가장 좋아하고 특별한 곡으로 꼽는다. 현재까지 약 20개가 넘는 바리에이션이 제작되다 보니, 팀 내에서는 애칭으로 '할머니', '또머니'라고도 부르기도 한다. 저희 팀 안에서도 한 명당 적어도 두세 번 정도는 편곡을 한 이력이 있다. 하나의 곡이지만 다양한 장르로 표현하는 재미가 있는 곡이다.
Q. 혹시 애정과 별개로 완성도가 높다고 생각하는 곡도 있을까?
개인적으로는 '마하의 저주' 라는 곡을 꼽고 싶다. 저희 팀 성상민 기타리스트의 연주인데, 영화의 한 장면에 흐를 것만 같은 감미로운 선율이 인상적이다. 처음 데모를 듣자마자 깊이 빠져들었다. 꼭 한 번 들어보시길 바란다.
Q. 작업하는 입장에서의 평가와 유저들의 평가가 갈리는 경우도 있을 것 같다. 유저들에게 뜻밖의 호응을 받아서 놀랐던 곡이 있다면?
지난 콘서트에서 '망치 끝에 걸린 달빛' 오케스트라 편곡 버전이 큰 호응을 얻었다. 많은 사람들이 '어이쿠, 손이 미끄러졌네'라는 대사를 떠올린 덕분인지, 음악이 흐르자 웃음소리가 함께 울려 퍼지기도 했었다.
Q. 마비노기는 게임 오케스트라 유행 전에도 오케스트라 편곡 작업을 종종 해 왔다. 최초 작업 과정에서부터 오케스트라 편곡을 염두에 두는가?
제작자 입장에서 말씀드리자면, 평소 마비노기의 고유한 감성을 잘 보여주는데 중점을 두는 편이지 오케스트라 공연을 염두에 두고 제작을 하지는 않는다. 다만 이번에 최초로 공개된 신곡 '햇살이 드리운 이야기 한 조각'은 이례적으로 오케스트라 편곡을 염두에 두고 멜로디의 선율을 강조한 음악으로 제작했다.
Q. 가장 오케스트라 편곡이 잘 된 곡을 꼽는다면?
[김가해] '소년 모험가'를 꼽고 싶다. 원곡의 감성적이면서도 활기찬 감성을 오케스트라 편곡으로 들으니 마비노기 초반의 향수와 감동이 절로 느껴졌다.
[김한솔] '최종무곡'이 좋았다. 중간의 화려한 오르간 속주가 분위기를 압도하는데, 오케스트라로 들으니 정말 소름 돋는 경험이었다.
Q. 20주년 오케스트라가 많은 호평을 받고 있다. 혹시 오케스트라 후기 등을 찾아보는 편인가?
[김가해] 기사를 통해 전석 매진, 공연에 대한 호평 등을 자주 접할 수 있었다. 쟁쟁한 오케스트라 선곡 리스트들 중에 저희 곡들도 포함돼 있었는데, 호평을 볼 때마다 매우 뿌듯하고 감회가 새로웠다.
[김한솔] 유저들이 마비노기 음악과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함께 한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제작자로서 매우 뜻깊고 감동적인 경험이었다.
Q. 이용자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마비노기를, 그리고 마비노기의 음악을 사랑해 주시는 유저분들께 감사드린다. 유저분들의 추억과 함께 하는 음악을 제작하는데 큰 보람을 느끼면서 일하고 있다. 앞으로 오래오래 멋진 음악을 열심히 만들어서 보답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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