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산 대금이 기업 쌈짓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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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이달부터 출금이 된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지만, 이제는 포기해야 하는 건가 싶다."
배달 대행 플랫폼 만나플러스를 이용하는 한 라이더가 관련 커뮤니티에 올린 글이다.
만나플러스는 배달 대행 시장 점유율 20%를 차지한다.
만나플러스를 사용하는 라이더들이 하루 평균 27만 건의 배달을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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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이달부터 출금이 된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지만, 이제는 포기해야 하는 건가 싶다.”
배달 대행 플랫폼 만나플러스를 이용하는 한 라이더가 관련 커뮤니티에 올린 글이다.
해당 커뮤니티에는 “지금 출금되는 지역이 있냐. 정말 죽고 싶다”, “보호예치금은 풀렸지만 인출은 여전히 불가능하다”는 글이 많다.
만나플러스는 ‘제2의 티메프 사태’로 불릴 만큼 티메프 사태와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
지난 6월부터 배달 라이더와 총판사의 적립금 출금 한도를 제한하거나, 출금을 선착순으로 가능하도록 운영하면서 ‘지급 지연’ 사태가 지속하고 있는 탓이다.
만나플러스는 지난달에는 적립금을 보호예치금이라는 명목으로 출금을 전면 제한하고 20일가량 이를 인출할 수 없게 강제했다.
만나플러스 프로그램을 사용하며 라이더들을 관리하는 총판과 음식점에서 고객에게 배달을 수행하는 라이더 모두 각자의 대금을 정상적으로 지급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티몬과 위메프가 입점 판매자들의 판매 정산금 지급을 지연하던 모습과 유사한 행태다.
라이더들은 회사가 소비자와 점주로부터 받은 배달 수수료가 있는데 왜 적립금 인출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는지 의아하다는 입장이다.
만나플러스는 배달 대행 시장 점유율 20%를 차지한다. 만나플러스를 사용하는 라이더들이 하루 평균 27만 건의 배달을 수행한다. 일반 배달 대행의 배달비가 4000원을 조금 넘는 것을 고려하면 만나플러스에는 하루 최소 11억원이 회사로 들어온다.
그럼에도 만나플러스는 총판과 라이더들에게 약 85억원의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투자금 유치 등을 통해 자금을 확보해 정산을 완료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결국 회사의 유동성을 위해 라이더와 총판에게 지급해야 할 대금 85억원을 묶어 쓴 것이다.
티몬과 위메프가 모기업 큐텐이 위시플러스를 인수하는데 판매자에게 정산해 줘야 할 대금 일부를 활용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더욱이 티몬과 위메프는 정산 지연금에 10%의 이자를 붙여주겠다고 했지만, 만나플러스는 그러한 보상안도 내놓지 않았다.
이러한 플랫폼 업체들의 행태는 ‘자율규제’ 탓에 반복된다. 자율규제는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온플법)을 추진했던 지난 정부와 달리, 민간이 주도적으로 규약을 마련하고 정부가 이를 뒷받침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이에 따라 정산 주기와 절차 등은 플랫폼 참여 당사자가 계약으로 정하게 했다. 이로 인해 정산 주기가 길어지면서 플랫폼 업체가 대금을 전용하거나 정산 지연이 발생하더라도 보상안 역시 제각기 다를 수 있게 된 상황이다.
티메프 사태로 플랫폼 관련 규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에서도 다수의 플랫폼 규제 관련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대부분 정산 주기를 명시하도록 하고 있다. 플랫폼 업체의 회계에서 운영자금과 판매대금을 분리하도록 하는 법안도 추진되고 있다.
플랫폼 업계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규제 법안이 업계 성장을 저해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상품이나 용역의 중개 역할을 하는 플랫폼 업체가 하나둘 신뢰를 잃어가는 상황에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는 자율규제를 고집하며 말뿐인 신뢰를 소비자와 판매자에게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규제는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수많은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는 만큼 바뀌어야 할 부분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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