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단체통장 만들어보니‥계좌주에 '사람 이름'처럼 버젓이

조건희 2024. 8. 13.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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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단체통장'은 동호회 같이 수익활동을 하지 않는 단체가 회비를 관리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통장이죠.

문제의 부동산 업체는 이를 악용해서, 마치 삼행시 짓듯 세 글자의 사람 이름을 만들어 사칭 통장을 개설했습니다.

MBC 취재진이 직접 단체통장을 만들어 봤는데, 허점이 많았다고 합니다.

조건희 기잡니다.

◀ 리포트 ▶

단체통장을 만들려면 먼저 세무서에서 고유번호증을 발급받아야 합니다.

고유번호는 수익 활동을 하지 않는 비영리 단체가 세금 처리를 위해 부여받는 번호로, 이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모임 정관과 회의록, 회원 명단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서류를 꾸미는 건 어렵지 않았습니다.

'윤리·국어·영어 연구회'를 줄여 '윤국영'이라는 가상의 단체를 직접 만들어봤습니다.

회원 명단엔 MBC 기자 4명의 이름을 올리고 정관과 회의록은 범행에 쓰인 문서에서 모임 이름만 바꿨는데 모두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양식이었습니다.

세무서에 해당 서류들과 함께 고유번호증을 신청하자 하루 만에 발급 완료 연락이 왔습니다.

방금 이 윤국영 모임에 대한 고유 번호를 발급받았습니다.

이제 이걸 가지고 은행에 가 직접 통장을 만들어보겠습니다.

[은행 직원 (음성변조)] "<고유번호증으로 모임(단체) 통장 개설하러 왔는데요.> 입금 금액이 얼마가 됐건 상관은 없는데 출금하는 한도가 좀 제한적‥"

은행에 와 이렇게 통장을 만들었는데요. 펼쳐보면 계좌주에 윤국영이라고 쓰여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송금 화면에서 계좌번호를 입력하면, 받는 사람 이름이 '윤국영'으로 나옵니다.

통장에서도, 송금 화면에서도 이 계좌가 사람의 것인지, 아니면 단체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직접 통장을 살펴본 시민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었습니다.

[박수영] "<통장 주인이 누구라고 생각하세요?> 여기 이름 쓰여 있는 분 아니신가요? 윤국영 님? <이게 사실 제가 만든 통장이에요.> 그게 가능한가요?"

[이수아] "도장이나 이름이나 다 그분 성함으로 되어 있어서, 모르면 당연히 속을 것 같아요."

피해 세입자 가운데 10여 명은 임대차 계약 관리를 못다 한 책임을 묻겠다며, 2주 전 건물주 측에 민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MBC뉴스 조건희입니다.

영상취재: 한재훈 우성훈 / 영상편집: 박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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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한재훈 우성훈 / 영상편집: 박초은

조건희 기자(conditionee@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4/nwdesk/article/6626751_3651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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