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 도입 땐 에이즈·항문암 확산”…인권위원장 내정자의 수준
일부 주장 답습해 법 취지 왜곡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내정자가 지난 6월 출간한 책에서 “차별금지법이 도입되면 에이즈·항문암·A형 간염 같은 질병 확산을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차별금지법 도입 취지를 왜곡하는 수준을 넘어 일부 보수 기독교계가 퍼뜨리는 성소수자 혐오 주장을 답습한 것이다. 인간 존엄과 가치 실현이라는 인권위 설립 목표와는 동떨어진 인식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안 내정자는 저서 <왜 대한민국 헌법인가-헌법의 이념과 기본원리>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소개하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차별금지법과 성소수자, 에이즈 및 항문질환 사이 상관관계를 뭉뚱그린 주장은 일부 보수 기독교계에서 차별금지법 논의가 진행될 때마다 펼쳐온 것이다.
학계에선 “혐오 표현에 가까운 주장에 불과하다”는 평이다.
안 내정자는 차별금지법을 “헌법 가치와 질서를 훼손하고 인류가 쌓아온 바람직한 도덕과 윤리, 훌륭한 전통과 관습을 파괴할 수 있는 법”이라고 했다. 그는 “성별로 구별된 화장실·목욕탕의 이용 등 일상생활에서 많은 문제점이 노출될 수 있다”거나 “신체 노출과 그에 따른 성 충동으로 인해 성범죄가 급증할 수 있다” 등 근거 없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모태신앙으로 독실한 개신교 신자인 안 내정자는 성소수자 비판이 ‘종교의 자유’이며, 차별금지법이 이를 제한하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그는 “차별금지법은 하나님께서 남성과 여성을 창조했다는 성경적 세계관 및 창조질서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공적 시설에서 동성애의 죄성을 지적하거나 이단을 비판하는 설교가 제한된다”고 주장했다.
안 내정자는 경향신문과 통화하면서 “차별금지법은 다른 사람의 인권을 침해하는 요소가 너무 많기에 인권법이라고 할 수 있나 싶다”면서 “책의 내용은 각주를 달아두는 등 객관적 사실을 바탕으로 적은 것”이라고 했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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