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미국도 13년 간 건국" CBS 기자 "국가 없던 미국과 늘 있던 우리와 같나"
건국론 놓고 설전 "1948년에 건국 완성, 미국도…"
김형석 "첫 주권행사 지도자 뽑아" 기자 "건국 정의, 정확치 않아"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대한민국 건국을 '1948년에 완성됐다'고 강조하면서 미국의 사례를 든 것을 두고 CBS 기자가 “왜 한번도 나라를 가진 적 없던 미국과 일제강점 35년을 제외하고 한번도 나라가 없었던 적이 없는 한국과 비교하느냐”고 반박했다. 김 관장과 CBS 기자는 건국론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김 관장은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친일 인사들에 대한 역사관, 일제강점기 국적 문제와 함께 핵심 쟁점이었던 '건국론'에 대해 적극 해명하면서 미국 사례를 들었다. 김 관장은 “우리나라는 1919년부터 시작된 건국이 1948년 완성이 되어진, 29년 동안에 걸친 건국의 과정이었다고 하는 것이 저의 주장이자 제 건국론의 지론”이라면서 “이런 관점에서 보면 미국은 1776년 7월 4일 독립을 선언하고 1781년 영국과 독립 전쟁을 벌인 결과 1783년 9월3일 파리조약을 통해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인정받았다. 이후 1789년 4월30일 조지 워싱턴이 초대 대통령으로 취임하기까지 미국은 13년에 걸쳐서 건국을 완성했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홍제표 CBS 기자는 “건국의 사례로 미국의 예를 들었는데, (1776년 독립선언을 하기) 전에는 미국이라는 국가 자체가 없었다. 그러니 건국으로 표현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1948년 전에도 국가가 있었고, 반만년 전에도 있었다. 그걸 어떻게 똑같은 건국이라고 하느냐”고 반박했다.
이에 김 관장은 “기자분이 단편적 관점에서 말씀하는데 역사를 보는 관점은 다양하다”며 “민족주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역사와, 국가주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경우가 있다. 고구려 백제 신라 고려 조선 다 건국했다고 하지 뭐라고 하느냐. 우리 민족이 건설한 국가는 한반도에 존재하지만, 국가의 정체성을 나타나는 국가는 여러차례 흥망성쇠해 계속 건국해왔다. 같은 논리로 얘기하면 조선이나 고려를 건국이라고 했던 사람들을 다 친일파로 매도해야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다시 홍 기자는 “상식적으로 나라를 얘기할 때 (구성요건이) 영토, 국민, 주권 세가지인데, 반만년 역사 속에서 일제 강점 35년을 제외하고 (우리나라는) 항상 존재해왔다”며 “하지만 미국은 1776년 건국 전에는 영토와 국민이라고 할 것도 없고, 당시 살았던 주민들만 있었을 뿐이다. 미국의 경우 건국이라고 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35년간 국권을 강탈 당했을 때를 제외하고 “새로 건국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관장은 “그 논리로 그대로 (답변)한다면 왜 임시정부에서 김구 선생과 조소앙 선생은 건국강령을 만들고 해방이후 여운형 조만식 선생은 왜 건국준비위원회를 만들었을까”라고 되물었다. 이에 홍 기자는 “김 관장의 건국 정의 자체가 정확치 않다”며 “미국의 경우 7월4일 인디펜던스데이(독립기념일)라고 하지 건국이라고 하지 않는다. 건국이라는 표현 자체가 없다. 다만 조지워싱턴에 건국의 아버지라 표현을 쓸 뿐이지 건국절을 만들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김 관장이 '내가 건국절을 만들자고 주장하는 사람은 아니지 않느냐'고 하자 홍 기자는 “건국절 주장은 아니라고 하지만, 계속 건국의 가치를 계속 강조하지 않느냐”고 질의했다. 이에 김 관장은 “5000년 역사동안 우리 국민들이 스스로 내 주권을 행사해보지 못했다. 1948년 5월10일 내 주권을 행사해서 우리의 지도자를 뽑는 역사적인 세상이 펼쳐진 것”이라며 “그러니까 그 의미를 가벼이 여기고 무시하는 것도 바람직한 태도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김 관장은 “어디에 가치를 둘 것인가의 문제는 나와 기자 뿐 아니라 국민들 사이에서 토론을 통해 답안을 찾아가는 문제지, 서로 다른 입장을 존중하고 이해해야지 내 주장은 맞고 네 주장은 틀렸어, 너 나쁜 놈이고 친일파야 그렇게 단정하는 건 바른 태도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김 관장은 재단법인 대한민국역사와미래 이사장이던 지난해 12월 보수단체 강연에서 “1945년 8월15일 광복됐다. 그게 광복절이라고 이야기하시는 분들이 참 많은데, 그건 역사를 정확하게 모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해 12월22일 강연에서는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두고 “정부가 태어나기 위해서 엄마 뱃속에 있던 때인데 그걸 갖다가 어떻게 정부라고 그러느냐”고 언급해 비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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