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떼이고 고리 대출, 이게 정부 지원 맞나”···‘티메프’ 피해자 폭염 속 시위
미정산 판매자·미환불 소비자 등
실효성 없는 정부 대책에 ‘분통’
국회 특별법 형식의 구제책 촉구
70여개 업체 이달 파산·회생 위기
“연쇄 도산 땐 결국 세금 들어갈 것
사후보다 사전에 막을 수는 없나”
“정부 지원이라니요. 지원을 언제 해줬다는 겁니까. 고금리 대출이잖아요. 그나마 그 대출도 안 나와서 저희는 신보(신용보증기금) 가서 문 두드리고, 중진공(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가서 문 두드리고 있습니다. 세금 낭비라니요, 저희가 무슨 지원을 받았다는 겁니까.”
신정권 티몬·위메프 피해 판매자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13일 오전 서울 강남구 티몬 사무실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분통을 터뜨렸다.
티몬과 위메프에서 정산금을 받지 못한 판매자들과 환불을 받지 못한 소비자 100여명이 모인 이날 집회에서는 정부 지원책이 현장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는 데다, 실효성도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는 지난 7일 피해 판매자들에게 긴급경영안정자금 등 유동성을 공급하겠다는 지원방안을 내놨고, 지난 9일부터 접수를 시작했다.
하지만 판매자들은 특히 소상공인들은 정책자금 대출의 문턱이 너무 높다고 호소했다. 신보의 보증심사 후 기업은행이 공급하는 자금은 제1금융권 수준의 신용도를 요구하고, 보증료를 포함한 실제 금리가 6%에 육박해 피해를 입었음에도 대출을 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긴급경영자금이 웬말이냐, 고금리 대출은 지원이 아니다’ ‘한도부족·대출장벽·6% 고금리 이자폭탄, 중진공과 신보는 각성하라’ 같은 현장 팻말이 이들의 심경을 대변하고 있었다.
한 판매자는 “이번 대출은 자격 요건이 너무 높아 심사조건에서 제외돼 신청조차 하지 못했다”며 “저 같은 개인사업자들은 신용도가 떨어지거나 세금이 미납된 경우가 있는데 한시가 급한 상황에서 모든 자격 조건을 갖춰야만 대출이 가능하다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고 말했다.
현금 흐름이 막힌 피해자들은 한시가 급한데 자금 집행 속도가 너무 더디다는 지적도 했다. 티몬에서 생활용품을 판매하다 정산금 2억여원을 받지 못했다는 한 판매자는 “지난 월요일이 4대 보험과 카드대금 납부일이었는데 못 냈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오늘 대출을 신청한 소진공(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전화해 보니 아직 담당자 배정도 안 됐다고 한다”고 전했다.
신 대표는 “판매자들을 조사해보니 비대위에 참여한 450개 회사 중 70여곳은 8월에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파산이나 회생을 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연쇄 도산하는 업체들이 늘어나면 실업급여 등 세금과 기금들이 들어가게 될 텐데 사후에 막느냐, 사전에 막느냐의 차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국회가 전세사기특별법 같은 방식으로 티몬·위메프 피해자들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해 대출이 아닌 적극적인 구제책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날 집회는 사태 후 처음으로 입점 판매자와 피해 소비자들이 함께 개최했다. 소비자 대표 주정연씨는 “피해자 수와 피해액도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 상태에서 금융사와 여행사, 상품권 판매처 등이 서로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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