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국토부, 전세보증 한도 인하 늑장… 3조9000억원 피해 초래”

배민영 2024. 8. 13.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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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전세보증 사고를 막기 위해 전세보증 한도를 낮춰야 한다고 2년간 10여 차례 건의했지만, 국토교통부가 뭉개는 바람에 HUG의 재정 손실을 키우고 전세 사기 사태도 막지 못했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왔다.

감사원에 따르면 HUG는 2019년부터 전세보증 사고가 크게 늘자 2020년 9월∼2022년 2월 16차례에 걸쳐 전세 사기 예방과 HUG의 재정 위험 관리를 위해 전세보증 한도를 하향해 줄 것을 국토부에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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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태조사 결과 발표
HUG, 2020년 9월부터 2년간
‘무자본 갭투기’ 가능하게 만든
100% 담보 인정비율 하향 요청
국토부, 2022년 6월 90%로 낮춰
대규모 전세 사기 발생 못 막아
HUG도 투기 세력 차단에 소홀
보증가입 개선 방안 마련 통보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전세보증 사고를 막기 위해 전세보증 한도를 낮춰야 한다고 2년간 10여 차례 건의했지만, 국토교통부가 뭉개는 바람에 HUG의 재정 손실을 키우고 전세 사기 사태도 막지 못했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왔다. 감사원은 이러한 내용의 ‘서민 주거 안정 시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13일 공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HUG는 2019년부터 전세보증 사고가 크게 늘자 2020년 9월∼2022년 2월 16차례에 걸쳐 전세 사기 예방과 HUG의 재정 위험 관리를 위해 전세보증 한도를 하향해 줄 것을 국토부에 요청했다.
사진=연합뉴스
HUG 전세보증의 담보 인증비율은 박근혜정부 때인 2017년 2월부터 100%로 상향됐다. 이는 투기 세력이 자기 돈 한 푼 없이 높은 전세 보증금에 기대 다세대 빌라 여러 채를 사들인 배경이 됐다. 이러한 ‘무자본 갭투기’로 탄생한 소위 ‘빌라왕’들에 의해 각지에서 대규모 전세 사기 사태가 벌어졌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감사원에 따르면 HUG는 전세보증 한도가 집값에 육박하거나 그보다 높으면 투기 세력이 전세 사기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국토부에 지속적으로 경고 신호를 보냈다.

이를 뭉개던 국토부는 전세 사기가 확산하자 2022년 6월에서야 전세보증 한도를 낮추는 늑장 대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토부는 HUG의 요청에 응하지 않았던 이유로 ‘임차인 보호’를 내세웠다고 한다.

감사원은 “HUG가 국토부에 보고한 2021년 10월 전세보증 담보 인정비율을 90%로 하향했다면 3조9483억원 상당의 전세보증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됐다”며 “국토부의 대응 지연으로 대규모 전세 사기 발생과 HUG의 재정 악화를 막지 못했다”고 했다. 이밖에 국토부는 2021∼2023년 임대보증에 가입하지 않은 임대사업자들이 맺은 계약 1만135건에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HUG의 대처도 미흡했다. 투기 세력이 다수의 전세보증에 가입하는 기류를 감지해 놓고도 이들의 추가 가입을 거부하는 등 대책 마련에 소홀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등기부 등본과 전세계약서 등 전세보증 신청서류를 조사해 무자본 갭투기 및 전세·매매 동시 진행 여부를 전수조사할 수 있었지만 무대책으로 일관했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전세보증을 악용한 대규모 전세 사기가 발생하는 상황에서도 추가 심사를 통해 악성 임대인의 보증 가입을 거부하는 등의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이 2020∼2023년 HUG의 전세보증 대위변제 내역을 점검해 보니 상위 10명의 임대인이 평균 305건(712억원)의 대위변제를 일으킨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최초 대위변제 발생 전 평균 455건(899억원)의 전세보증에 가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HUG가 악성 임대인 판별을 위한 추가 심사를 도입하면 이러한 전세 사기 반복 사례들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감사원은 전세보증 사고 급증과 같은 위험 관리를 소홀히 해 대규모 전세 사기와 HUG 재정 손실이 유발되지 않도록 하라고 국토부에 주의 요구했다. 아울러 임차인 보호를 위한 전세보증이 전세 사기에 악용되는 일이 없도록 악성 임대인의 보증 가입을 거부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HUG에 통보했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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