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박근혜 정부 ‘적폐 인사’ 대거 포함…도 넘은 사면권 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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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국무회의를 거쳐 확정된 올해 8·15 특별사면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뒤 다섯번째 사면권 행사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 때는 임기 5년 동안 5차례의 특별사면이 있었는데 윤 대통령은 임기 중반에 이미 이 숫자를 채웠다. 특히 검사 시절 자신이 수사를 지휘한 이명박·박근혜 정부 고위 공직자나 경제인들이 주요 사면 대상이어서 보수 통합과 지지층 결집이라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대통령이 사면권을 남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날 사면·복권된 전직 주요 공직자는 17명, 여야 정치인은 29명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 초기 ‘적폐 청산’ 수사 대상이 됐던 박근혜 정부 인사가 대거 사면·복권 대상에 포함됐다.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1년2개월을 선고받고 구속 기간에 형기를 모두 채운 상태였는데, 이번에 형선고실효 및 복권이 이뤄지면서 앞으로 정치 활동이 가능해졌다. 앞서 조 전 수석은 보수 성향 단체를 불법 지원한 이른바 ‘화이트 리스트 사건’으로도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확정됐으나 2022년 12월 사면·복권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측근 중 한명이었던 조 전 수석을 윤 대통령이 두차례나 복권시켜준 것이다. 화이트 리스트 사건 등으로 복역하다 2022년 5월 가석방된 현기환 전 정무수석과,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씨와 공모해 대기업들에 자금 출연을 강요한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만기 출소한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도 복권됐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선거 개입을 주도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해선 감형·가석방 등을 거쳐 이번엔 잔형 집행 면제와 복권까지 이어졌다. 이번 복권 명단에는 박근혜 정부 때 총선 개입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강신명·이철성 전 경찰청장, 이명박 정부 시절 댓글 여론 공작에 관여한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조현오 전 경찰청장과 경찰청 정보·보안국장 등 고위 간부들도 이름을 올렸다. 법무부는 이번 사면·복권이 “통합과 화합”에 방점을 찍었다며 “그동안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여론 왜곡 관련자들에 대해 여야 구분 없이 사면을 실시함으로써 정치적 갈등 상황을 일단락하고 국익을 위해 통합하여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유죄가 확정됐던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복권하면서, 여야를 아우르는 통합 행보로 포장한 셈이다.
법무부는 또 “국가경쟁력 제고와 지속적인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기업 운영 관련 등 범죄로 복역 중이거나 형의 선고로 법령상 자격이 제한되는 경제인 15명을 복권”했다고 밝혔다. 미공개 정보를 통해 차명 계좌로 주식을 거래해 11억원의 시세차익을 올린 혐의로 징역 2년이 확정된 이동채 전 에코프로그룹 대표의 잔형 집행이 면제됐고 횡령죄로 집행유예가 선고됐던 최규옥 전 오스템임플란트 회장, 정원주 중흥그룹 부회장, 조순구 전 인터엠 대표 등이 복권됐다.
윤 대통령은 취임 첫해 광복절 특사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지난해 신년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지사 등 정치인들을 사면했다. 그해 광복절 특사에서는 김태우 전 서울 강서구청장을 사면·복권하면서 10월 재보궐 선거에 출마할 기회를 열어줬지만, 선거에서 참패하면서 역풍도 경험했다. 올해 설을 맞이한 특별사면을 앞두고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 김대열·지영관 전 국군기무사령부 참모장이 일제히 상고를 포기해 ‘약속 사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들 모두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계 블랙리스트’, ‘국군 사이버사령부 댓글 공작’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이들이었다.
대통령의 사면권은 헌법에 규정돼 있지만, 삼권분립의 예외적 권한이기 때문에 극히 제한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일반사면과 달리 특별사면은 국회 동의가 필요 없기 때문에 남용될 소지가 크고, 역대 대통령은 ‘국민 통합’이나 ‘경제위기 극복’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항상 특혜 논란이 따라다녔다. 특히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의 ‘적폐 청산’ 수사를 주도했던 윤 대통령이 지지층을 다지는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마치 은전을 베풀듯 사면권을 행사하면서 “사법권을 무력화시켜 법치주의 정신을 형해화한다”(참여연대)는 비판이 계속된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이상 대법원 확정 판결에도 정치인과 경제인을 대거 사면하는 것은 국민에게는 특권으로 비칠 수 있다”며 “특정 정치적 이해관계를 위한 사면이라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혜민 기자 jh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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