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주거의 정치학

박태우 기자 2024. 8. 13.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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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그린벨트 해제'.

노무현 정부는 국민임대주택 건립을 목적으로 서울 그린벨트 3.47㎢를, 이명박 정부 때인 2009∼2012년에는 보금자리주택 조성을 목적으로 서울 5㎢, 경기 29㎢ 등을 해제했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과 2021년에도 수서역 인근 등 서울의 소규모 그린벨트 해제가 이뤄졌다.

서울·수도권 그린벨트 해제가 그만큼 논쟁적 사안이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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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그린벨트 해제’. 윤석열 정부 부동산 대책 종착지다. ‘8·8 대책’ 핵심은 경기도와 서울 그린벨트를 풀어 8만 가구 규모 신규 택지를 확보하는 것이다. 역대 정부에서도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는 부동산 대책의 주요 수단으로 등장했다. 노무현 정부는 국민임대주택 건립을 목적으로 서울 그린벨트 3.47㎢를, 이명박 정부 때인 2009∼2012년에는 보금자리주택 조성을 목적으로 서울 5㎢, 경기 29㎢ 등을 해제했다. 이때 서울에 공급된 주택은 4만1000가구다. ‘로또 아파트’도 이로 인해 등장했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과 2021년에도 수서역 인근 등 서울의 소규모 그린벨트 해제가 이뤄졌다.


대규모 그린벨트 해제는 2012년 이후 12년 만이다. 서울·수도권 그린벨트 해제가 그만큼 논쟁적 사안이어서다. 이를 두고 논란이 인다. 집값을 잡지도 못하고 수도권 팽창만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다. 과거 그린벨트 해제로 인한 집값 안정 효과는 없었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수도권 집값과 상승세를 보면 효과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반면 그린벨트 축소로 기후변화 위험성에 더 노출되고, 수도권 집중화는 더 심해질 수 있다.

특히 이번엔 강남권에 집중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수도권 확대를 넘어 ‘강남 팽창’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그린벨트는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유산이자 도시의 삶 환경 생태 안전을 지키는 장치”라고 정부 대책 철회를 촉구했다. 또 “그린벨트를 해제해 주택 공급이 늘어도 서울과 수도권의 과밀화를 부추길 뿐 국토 균형 발전에도 역행한다”고 짚었다.

여야 정치권이 조용한 점은 흥미롭다. 사소한 차이도 심각한 정쟁으로 확대·재생산하는 분위기를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서로의 재산상 이익에 부합하기 때문일까. 더불어민주당 의원 170명 중 서울 경기 인천이 101명으로 60%에 이른다. 국민의힘도 ‘무늬만 비수도권’ 정당이다. 108명 중 80% 이상인 89명이 영남 등 비수도권이지만, 이들 대부분 서울이 주된 주거지다. 같은 당 부산 의원 17명 중에서도 10명 이상이 사실 ‘서울 사람’이다. 주거지는 서울에 두고, 부산은 일주일에 이틀가량 머무는 곳일 뿐이다.

‘서울공화국 해소, 국가 균형 발전’. 여야가 수십 년 대한민국 발전 방향으로 제시한 화두다. 하지만 상황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됐다. 지방이 소멸 지경에 이른 것은 필연이었을지도 모른다.

박태우 서울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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