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부울경 이주노동자 산재, 내국인의 5.6배
한국 노동시장에 취업을 목적으로 한 이주노동자들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정부는 중소기업의 노동인력 부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80년대 후반부터 외국인 노동력을 활용하기 시작했으며, 2004년 고용허가제와 2007년 외국 국적 동포의 방문취업제를 도입하면서 큰 폭으로 증가했다. 2023년 기준 한국노동시장에서 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는 90만 명이며, 이 중 10만여 명이 부울경 지역의 산업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다. 부울경 지역에 취업한 이주노동자의 산업별 종사자 비중은 제조업(64.5%)이 가장 많고, 사업체 규모별로는 50인 미만 소기업(73.3%) 비중이 높다.
부울경 지역의 이주노동자에게 ‘지난 1년간 직장에서 경험한 어려움’이 무엇인지를 분석한 결과, ‘작업 중 부상 및 질병(7.4%)’과 ‘빠른 작업속도(5.0%)’ 순으로 높았으며, 이주노동자 20%가량이 동일한 노동을 하는 한국인 노동자에 비해 근로조건(임금 및 노동시간)에 있어서 차별을 받고 있다고 응답했다(부산노동권익센터, 2024년 부산노동통계). 이러한 이주노동자의 작업환경은 높은 산업재해와 낮은 직무만족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2023년도 부울경 지역 이주노동자 업무상 재해율은 3.7%(전국 3.1%)로 나타나 내국인 노동자(0.66%)보다 5.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3년 한 해 동안 부울경 지역에서 노동을 하고 있는 이주노동자 10만여 명 중에서 3800명 이상이 작업 중 부상을 당하거나 목숨을 잃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통계청, 이민자체류실태 및 고용조사, 2023년).
이주노동자의 산업재해율이 높은 이유는 무엇인가? 산업재해 관련 선행연구에 따르면, 산업재해는 본인의 실수 못지않게 장시간 노동과 산업안전보건시스템의 미비 등 구조적인 요인에 의해서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부울경 지역 이주노동자 산업재해의 74.3%가 50인 미만 소기업에서 발생했으며, 산업별로는 임시 일용직 비중이 높은 건설업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산업안전보건시스템이 취약하고, 안전보건 전문 인력이 없거나 있더라도 대부분이 한국인이다. 안전교육은 대부분의 사업체에서 형식적으로는 시행되고 있으나 이주노동자는 한국말을 잘 모르거나, 알더라도 산업안전 교육의 이해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주노동자의 산업재해율을 낮추기 위해서는 이들이 많이 종사하고 있는 중소·제조업의 산업안전체계를 강화하고, 특성에 맞는 안전교육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주노동자 안전교육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전문인력과 통역지원 서비스를 강화해 한국어가 아닌 자국어로 된 안전교육을 실행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중소기업 자체적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이주노동자들이 많이 종사하고 있는 지역이나 공단에 (지방)정부와 이주노동자지원센터가 협력해 자국어로 된 안전교육과 상시적인 안전관리 시스템(예방 치료 재활 등)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최근 정부는 이주노동자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외국인력 도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정책은 ‘내국인 우선고용 원칙’과 내국인노동자와 이주노동자 간의 ‘동일노동 동일일금 원칙’이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실현되지 않는다면, 상대적 차별에 대한 이주노동자들의 불만과 사업장 이탈, 그리고 노동시장의 분단이 이뤄진다. 즉 노동시장은 (저임금)외국인노동시장과 (상대적 고임금)내국인 노동시장으로 분단이 이뤄지고, 자본(사용자)도 내국인노동자보다는 상대적으로 저임금·이주노동자 채용을 더 선호하게 돼 내국인노동자의 높은 실업과 외국인노동자의 상대적 박탈감 등으로 사회적 갈등이 증폭된다는 것이다.
초저출산과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로 인해 한국 노동시장에 이주노동자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주노동자 확대에 따른 사회적 갈등과 노동시장의 분절을 막기 위해서는 내·외국인노동자 간의 차별을 없애고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철저히 견지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주노동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 산업안전보건시스템과 이주민지원센터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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