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397> 무더운 여름 산속 정자에서 읊은 당나라 고병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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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 짙은 그늘 여름 해는 길고(綠樹濃陰夏日長·녹수농음하일장)/ 누각의 그림자 연못에 거꾸로 비치네.
고병은 중국 당나라 유주(幽州) 사람으로, 당시 고운 최치원(崔致遠)이 그의 휘하에 있으면서 유명한 '토황소격문(討黃巢檄文)'을 썼다.
수정 구슬 달린 발(簾)이 흔들리니 그 사이로 실바람이 불어온다.
녹음 짙은 나무와 그늘, 물에 비친 누각, 지지대 등을 대 얽어맨 장미 등이 마치 한가로운 여름날 풍경을 수채화로 그린 듯한 느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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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水晶簾動微風起·수정렴동미풍기
녹음 짙은 그늘 여름 해는 길고(綠樹濃陰夏日長·녹수농음하일장)/ 누각의 그림자 연못에 거꾸로 비치네.(樓臺倒影入池塘·누대도영입지당)/ 수정 달린 발(簾) 흔들리니 실바람 불어와(水晶簾動微風起·수정렴동미풍기)/ 온 뜰에 얽어매놓은 장미 향기 풍기네.(滿架薔薇一院香·만가장미일원향)
위 시는 당나라 시인 고병(高騈·821?~887)의 ‘여름날 산속 정자에서’(山亭夏日·산정하일)로, 전당시(全唐詩)에 수록돼 있다. 고병은 중국 당나라 유주(幽州) 사람으로, 당시 고운 최치원(崔致遠)이 그의 휘하에 있으면서 유명한 ‘토황소격문(討黃巢檄文)’을 썼다.
위 시를 읽으면 이미지가 그려진다. 누대 주변에는 나무가 짙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누대 앞에는 연못이 있는데, 마치 누대가 빠져 있는 것처럼 그림자가 비친다. 수정 구슬 달린 발(簾)이 흔들리니 그 사이로 실바람이 불어온다. 장미가 넘어지지 않게 지지대를 세워 얽어매 놓았다. 실바람 부니 장미 향기가 온 뜰에 풍긴다.
시인은 산정에서 더위를 식히며 위 시를 읊었다. 시의 이미지가 매우 회화적이다. 녹음 짙은 나무와 그늘, 물에 비친 누각, 지지대 등을 대 얽어맨 장미 등이 마치 한가로운 여름날 풍경을 수채화로 그린 듯한 느낌이 난다. 또한 묘사 기법이 다양하다. 미풍이 부는 찰나 발의 움직임과 꽃향기 등을 섬세하고 생동감 있게 그렸다.
오늘이 말복(末伏)이다. 사람들은 말복이 지나면 더위가 좀 가시리라고 기대한다. 그렇지만 오는 22일 처서 때까지는 계속 더울 거라는 전망이다. 날씨가 하도 더워 목압서사가 있는 지리산 화개골에도 피서 인파가 계속 들어온다. 아이 어른 가리지 않고 계곡에 들어가 물놀이를 한다. 필자도 어제 계곡에 가 바지를 걷고 발을 담갔다. 탁족(濯足)을 한 것이다. 물이 예상보다 차가웠다. 물에 들어가면 모두가 동심으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일흔 넘은 분들도 기분 좋으신지 “어, 찹다. 너무 찹다”며 첨벙거렸다.
그런데 며칠 전 술을 마시고 물에 들어가 놀던 사람들이 안타까운 사고를 당했다. 지리산 계곡은 생각보다 물이 차가우니 술을 마시고 들어가면 안 된다는 걸 유념해야 하는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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